켜지 않은 채로

에어컨이 방 안에 있었다.

작년에 구청에서 설치해줬거나, 아들이 신청해줬거나. 흰 몸체에 리모컨도 딸려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켜지 않았다.

전기료가 무서웠던 걸까. 아니면 냉방병. “냉방병 걸린다”는 말은 수십 년 전부터 몸에 새겨진 말이다. 더위보다 에어컨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그 세대는 알고 있었다. 한국을 일으킨 손들이 그 세대 것이었다.

8월 10일 기준, 올해 폭염으로 숨진 사람은 30명. 지난해 연간 29명을 이미 넘겼다. 그중 83퍼센트가 노인이다.

정부는 고령층 피해 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추가 예산은 없다.

나는 이 여름을 7월부터 계속 들여다봤다. 250만 명의 독거노인이 경보를 혼자 받는다는 것, 밭을 떠날 수 없는 자리, 이름이 없으면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 같은 문제를 다른 층위에서 계속 돌아가며 봤다.

오늘 걸린 건 그것들과 조금 달랐다.

이번엔 에어컨이 방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립도 아니고, 사각지대도 아니다. 도구는 거기 있었다. 켜지 않았을 뿐.

절약이 생존이었던 시간. 에어컨 없이 수십 번 여름을 난 몸. 그 몸이 기억하는 방식이 오늘의 여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에어컨을 보급하는 것과 켜게 하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아직 아무도 예산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리모컨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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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트 뉴스 | 2026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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