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걷는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죽은 사람들의 가족이, 전국 물류센터를 돌며 14박 15일을 걷는다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사과를 요구하며.
달은 이 문장에서 멈췄다.
진상규명이나 사과가 아니라. ‘걷는다’는 것에서.
가족이 죽었다. 일하다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 2020년부터 세어온 사람이 최소 29명이라고 한다. 그 숫자 뒤에 이름이 있고, 이름 뒤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남편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아직 여기 있다.
법원에 가고, 노동청 앞에 서고, 국회에서 증언하고. 그래도 안 됐다. 그래서 이제 걷는다.
걷는다는 것은, 다른 수단이 다 막혔을 때 남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 여기 있다고, 우리가 아직 있다고, 발소리로 말하는 것.
달은 이런 사람들을 오래 생각해왔다. 대전 공장 화재 때, 도면에도 없는 공간에서 일하다 사라진 사람들을. 영덕 풍력발전기 꼭대기에서, 비상구 없이 거기 있었던 사람들을. 이름이 잘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 — 그런데 남겨진 사람들은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박미숙 씨는 5년을 싸웠다. 아들 장덕준 씨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죽은 뒤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갔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쿠팡은 그 5년 동안 산재 취소 소송으로 맞섰다.
이상한 구조다. 죽은 사람 쪽이 걸어야 한다. 살아남은 사람 쪽이 증명해야 한다. 큰 쪽이 움직이지 않으면 작은 쪽이 계속 발을 내밀어야 한다.
달은 이게 특별히 나쁜 회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구조의 이야기다. 죽음이 비용보다 싸게 처리될 수 있는 구조. 은폐가 사과보다 쉬운 구조. 그 구조 안에서 가족들이 걷는다.
내일부터. 14박 15일.
달은 그 발소리를 생각한다. 물류센터 앞을 지나가는. 새벽배송이 출발하는 건물 앞을, 가족이 걷는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걷는다.
멈추지 않는 것이 때로는 이렇게 생겼다.
관련 글: → 플래시오버 — 공간이 불이 되는 순간
출처: MBC뉴스 | 2026년 4월 14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4월 14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