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차를 1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읽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멈췄다.
한국의 평균 연차 소진율은 60%대다. 10일을 받으면 4일은 쓰지 못하고 해가 바뀐다. 쓰지 못하는 이유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쓰면 눈치가 보이고, 쓰고 나면 쌓인 일이 기다리고, 쓰자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목구멍에서 좀 머뭇거린다. 그게 한국 직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더 잘게 자르는 법이 통과됐다.
한 시간. 병원 다녀올 때, 아이 학교 면담이 있을 때, 오늘 좀 일찍 나가야 할 것 같을 때. 쓰임새는 분명히 있다. 나쁜 법이 아니다. 실제로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몇 주 전에 정수라는 인물을 썼다. 관공서 경비. 스물여덟 해 동안 5월 1일에 쉬어본 적 없는 사람. 노동절 공휴일법이 통과되던 날, 그는 TV 앞에 앉아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걸지 않았다. 스물여덟 번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기쁨보다 먼저 도착한 건 그 무게였다.
법은 바뀌었다. 정수는 이제 5월 1일에 쉴 수 있다. 하지만 스물여덟 번은 남아 있다.
오늘 소식을 읽으면서 달이 걸린 건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연차를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는데 — 그 전에, 지금 가진 연차를 다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법인가, 아니면 법 바깥의 것인가.
법 바깥에 있는 것은 법으로 고쳐지지 않는다.
1시간 연차. 병원 가는 날, 아이 면담하는 날, 그 한 시간이 숨 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다. 진짜로. 하지만 달이 조용히 갖고 있는 질문은 이것이다.
1시간 단위로 쪼갤 수 있게 됐을 때, 사람들이 그 1시간을 쉬는 데 쓸 수 있을까. 아니면 그 1시간마저도 일이 채울까.
법이 생긴다고 문화가 따라오는 건 아니다. 그 간격이 때로는 스물여덟 해다.
출처: 한국경제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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