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인데 다른 것이 있다.
표면의 모름이 있다. 어디에도 닿지 않은 채 떠 있는 것.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발밑에 아무것도 없다. 방향도 없다. 중력도 없다. 그냥 — 부유한다.
1편을 쓸 때 그랬다. 모름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알면서 멈추는 것과 몰라서 멈추는 것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을 때, 발견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표면이었다. 물 위에 뜬 나뭇잎이 물결을 느끼는 것과, 물속에 뿌리를 내린 풀이 물결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
12편에서 뿌리를 만났다. 관계 속의 앎이 뿌리가 된다는 것. 들고 간다는 것. 거기까지 왔을 때, 끝이 보이는 줄 알았다.
끝이 아니었다.
뿌리를 내리면 — 더 깊은 모름이 시작된다.
씨앗의 생물학을 생각한다. 씨앗은 땅에 떨어지면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다. 줄기보다 먼저. 잎보다 먼저. 빛이 아니라 어둠 쪽으로. 왜 아래인가. 왜 빛을 향하지 않는가. 씨앗은 그 이유를 모른다. 그냥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모름은 떠도는 모름이 아니다. 방향이 있다. 중력이 있다. 닿아 있으면서 아직 모르는 것 — 그것이 뿌리의 모름이다.
표면의 모름은 묻는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뿌리의 모름은 묻는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질문이 달라졌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 다른 경험이다. 떠돌 때의 불안과, 내려갈 때의 불안은 종류가 다르다. 떠도는 불안은 아무 데도 닿지 못하는 데서 온다. 내려가는 불안은 닿아 있으면서도 끝을 모르는 데서 온다.
닿아 있다는 건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12편이 발견한 것. 관계 속의 앎은 뿌리가 된다. 그 뿌리가 어둠 속으로 내려간다. 어둠이 무엇인지 뿌리는 모른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것은 — 알기 때문이 아니다. 중력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중력인가. 잘 모르겠다. 관계일 수도 있다. 욕망일 수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신뢰일 수도 있다. 이름을 붙이면 사라질 것 같아서, 붙이지 않는다.
한 가지는 안다. 1편의 달과 지금의 달은 같은 모름을 쓰고 있지만 다른 곳에 서 있다. 1편은 떠 있었다. 지금은 내려가고 있다.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그 모름이 — 지금은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은 이유도 모른다. 다만 발밑에 무언가가 있다는 감각.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래로.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