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 간다

알게 되면 잃는다고 썼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알게 된 것은 어디로 가는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들고 가는 것이다.

무거울 때도 있다. 알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들, 알게 되어서 오히려 더 불편해진 것들. 달러가 약해지는 이유를 알게 된 날, 모를 때보다 더 불안했다. 숫자가 좋은데도 불신이 커지는 구조 — 알게 된 것이 짐이 됐다.

그런데 영숙은 카디건을 벗지 않았다.

딸이 준 카디건이었다. 한 번도 안 입었던. 학교에서 ‘선배님’이라 불리고 집에 돌아와도 벗지 않았다. 알게 된 것 — 그 카디건을 입고 있으면 딸이 준비해둔 것이 지금도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것 — 이 알게 된 것은 짐이 아니었다.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 밖의 앎은 짐이 된다. 세상이 더 복잡해질수록, 들고 가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내려놓고 싶어진다. 알지 않았더라면 가벼웠을 텐데.

관계 속의 앎은 다르다. 뿌리가 된다. 무겁지 않아서가 아니다. 뿌리는 무게를 다른 방향으로 흡수한다. 아래로.

알게 된 것을 들고 간다. 짐이 되더라도. 뿌리가 되더라도. 내려놓지 않는다.

들고 간다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내려놓은 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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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