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커가 불타는 사이 대만이 흔들린다 — 호르무즈·협상 칩·서울선언 | 2026년 9월 12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배제구역을 선포하고 탄도미사일을 실사격한 날, 트럼프는 대만 140억 달러를 협상 칩으로 쥔 채 9월 24일 시진핑을 기다린다. 서울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불러 공급망 다변화를 선언한다.

선언과 집행이 어긋날 때, 세계는 누가 먼저 침묵하는지를 보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배제구역을 선포하고 탄도미사일을 실사격했다. 트럼프는 대만 140억 달러 무기를 “협상 칩”이라 부르며 9월 24일 시진핑을 기다린다. 서울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불러 “각서만 쌓인 20년”을 뒤집어보려 한다.

이란, ‘1주 재발 주기’ 신화를 깨다 — 탱커 전쟁의 연속 격화

2026년 2월 28일 이후 195일째, 이란-호르무즈 전쟁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9월 9일(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공식 배제구역을 선포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서기 모센 레자이가 9월 7일 “제한구역 설정” 계획을 발표했을 때 많은 분석가들은 또 하나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란은 이틀 만에 실제 선포를 완료했고, 9월 8일에는 미 군함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했다.

같은 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 — 이란 정규군과 별개로 혁명 수호를 목적으로 창설된 군사 조직으로 호르무즈 해협 작전을 직접 통제한다)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10척을 공격했다. 로이터는 이를 “전쟁 개시 이래 가장 큰 공격 파도”로 보도했다. 미국도 맞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 브렌트유는 9월 9일 배당기준가 기준 100달러 선을 돌파했고 9월 11일에는 109.97달러까지 올라서며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왜 지금인가. 이란은 6월 14일 서명한 MOU(양해각서 — 구속력 없는 합의문으로, 60일 내 분쟁 공식 종료를 목표로 했다)의 시한을 넘긴 뒤 협상 테이블 대신 해협 통제 극대화를 선택했다. “경고는 충분히 했다”는 논리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IRGC 강경파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이란에서, 경제적 손해는 군부가 아니라 일반 경제 부문이 부담한다. 이란의 진짜 목표는 GDP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지지율(33%)과 전쟁 반대 여론(63%)이 버텨주는 시간보다 먼저 미국 국내 인내심을 바닥내는 것일 수 있다. 지난 9월 9일 이전 정치·지정학 분석에서 이 흐름을 추적했다. (이란의 한글 경고, 희토류의 침묵, 유럽의 재무장 — 9월 9일 달의 뉴스레터)

실제로 무슨 말인가. “봉쇄냐 자유통항이냐”는 이분법은 맞지 않는다. 트럼프의 “해협은 열려 있다”도, 이란 측의 “완전 봉쇄·이란군 통제”도 둘 다 사실이 아니다. 현재 하루 통과 선박은 6~13척으로 5월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0은 아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9월 11일까지 99척을 우회 항로로 유도하며 여전히 적극적으로 해협 통제에 개입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의 교전규칙 한계를 실전에서 시험하는 국면이다. 중요한 건 브렌트유가 “100달러 돌파”를 지나 110달러를 향하고 있다는 것 —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게 진짜 신호다. 한국 에너지부는 비축유 206.9일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주유소 기름값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로부터 배정받은 비상 방출 물량(2,246만 배럴)이 실제 동원될지는 아직 미확인이다.

달의 의심. 매번 “이번이 정점”이라 판단했다가 다음 파도가 온 이력이 반복됐다. 9월 최대 파도라는 프레임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이란 이야기는 단순한 중동 지역 위기가 아니다 — 비대칭전에서는 “누가 더 크게 다치는가”보다 “누가 먼저 포기하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이란이 이 게임에서 이기는 조건은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미국 국내 정치의 피로감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배제구역 유지·브렌트유 100달러 이상 고착·상선 피격 지속, 68%): 이란이 현재 기세를 유지하면 CENTCOM의 직접 호위작전 전환 여부가 다음 분기점이 된다. 시나리오 B(9월 내 협상 채널 재가동·봉쇄 완화, 32%): 3국 경유 제재 협상 신호가 포착되거나 통과 선박이 하루 5척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반등하면 이 방향이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68% — 과소평가 이력을 감안해 낙관적 전망을 의도적으로 낮춰 잡는다. 틀릴 조건: 이란이 3국 경유 외교를 통해 제재 협상을 재개하는 신호가 포착되면 B를 격상한다.

트럼프의 협상 칩, D-12 — 대만 140억 달러와 9월 24일

9월 24일,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연다. 5월 베이징 첫 회담 이후 두 강대국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숫자는 군사 수치가 아니라 14billion — 대만에 아직 전달되지 않은 140억 달러어치의 무기 패키지다. 미사일과 방공 요격기(PAC-3 MSE, NASAMS 포함)로 구성된 이 패키지는 지난 1월 미 의회 사전 승인까지 마쳤지만 트럼프가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 명명한 채 보류하고 있다. 회담까지 12일이 남았다.

왜 지금인가. 협상 칩이 협상에 쓰일 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지연 시간을 결코 허비하지 않았다. 5월부터 중국 해안경비대는 대만 동쪽 영해에 영구 순찰 체제를 구축했다. 7월에는 대만 수역 내 중국 선박이 244척을 기록해 전년 동기(58척)의 4배를 넘어섰다. 9월 24일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이 카드들을 이미 다 쓴 것인지, 아니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인지가 핵심 질문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번 국면은 “충돌이냐 평화냐”의 이분법 너머에 있다. 중국의 전략은 군사충돌 없는 “행정적 관할권 기정사실화”다. 과거 방공식별구역(ADIZ — 영공은 아니지만 군 당국이 항공기 식별을 요구하는 구역)을 침범하는 전투기 출격이 “군사적 위협 시위”의 언어였다면, 지금의 해안경비대 순찰은 “법 집행”의 언어다. 이건 훨씬 교묘하다 — 법 집행은 주권 행사처럼 보이고, 주권 행사는 점진적으로 기정사실이 된다. 대만은 자체 예산(NT$4,800억)으로 자강에 나섰지만, 무기 판매가 보류된 상황에서 이 자강이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진 외교 D-13, 법을 바꾼 베이징, 자원 첫 시험대에 선 서울 — 9월 11일 달의 뉴스레터)

달의 의심. 트럼프 개인의 의도가 “순수한 협상 전술”이라 해도, 동맹국은 속내가 아니라 반복된 행동 패턴을 보고 확장억제 신뢰도를 재계산한다. 더 직접적인 우려는 한국이다. 트럼프가 대만에서 이 카드가 “먹힌다”고 판단하면, 같은 문법 — 핵우산·확장억제를 협상 레버리지로 삼는 방식 — 이 한반도로 옮겨올 수 있다. 이미 한미 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실드(UFS — 매년 실시되는 한미 합동 훈련으로 한반도 방어 태세를 점검한다) 규모 축소가 예고편이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관리된 정체 연장 — 10월 말까지 공식 의회 통보 없이 협상 칩으로 계속 보류, 78%): 트럼프는 9월 24일 회담에서 이 카드를 소진하기보다 다음 협상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좋은 협상가는 이미 쓴 카드에 대해 새 양보를 받지 않는다. 시나리오 B(9/24 전후 공식 의회 통보·발표 강행, 22%): 중국이 회담에서 대만에 다른 방식의 대가를 제공한다면, 트럼프는 카드를 쓰고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78% — 보류 상태가 트럼프에게 가장 유리한 포지션이다. 틀릴 조건: 회담 직후 의회 공식 통보가 이뤄지면 “카드 소진”으로 B 격상, 반대로 회담에서 대만 의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면 A를 넘어 “구조적 포기”로 격상 검토가 필요하다.

“각서만 쌓인 20년”을 넘어설까 — 이재명 정부의 첫 다자 정상외교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모인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 이름도 낯선 나라들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초의 다자 정상회의 무대가 된다. 2007년 장관급으로 시작한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이 19년 만에 정상급으로 격상되는 자리다. 회의 마지막 날, ‘서울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왜 지금인가. 두 가지 시계가 동시에 돌고 있다. 첫 번째는 공급망 시계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이란 호르무즈 위기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낸 지금, 핵심광물(반도체·배터리·방산 무기에 필수적인 리튬·희토류·우라늄·텅스텐 등을 통칭하는 말로, 특정 국가의 공급 독점이 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어 전략 자원으로 분류된다) 공급망 다변화는 더 이상 미래 과제가 아니다. 한국이 중국에 집중된 희토류 정제 의존도를 낮추려면 원료 조달지 자체를 넓혀야 한다. 두 번째는 정치 시계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38%(9월 8~10일 조사, 취임 후 최저)까지 밀렸다. 첫 다자 외교 이벤트의 타이밍이 우연으로 보이기 어렵다. (독일의 핵분담, 이란의 요란한 교착, 서울에 오는 중앙아 5개국 — 8월 31일 달의 뉴스레터)

실제로 무슨 말인가.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 매장량 1위, 우즈베키스탄은 텅스텐과 금,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안티모니 등 희유금속을 보유하고 있다. 카드만 보면 화려하다. 하지만 이 자원 채굴의 현실은 다르다. 중앙아시아는 원광은 풍부해도 정제·가공 인프라가 거의 없다. 채굴한 광물을 세계 시장으로 내보낼 수출로 자체가 러시아·중국·이란 경유 철도와 파이프라인에 의존한다. 러시아와 중국을 우회하려 해도 물류 인프라 자체가 이미 그들 손에 있다는 모순이 있다. “각서만 쌓이고 건너온 건 우라늄뿐”이라는 비판(미래한국)은 이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짚는다. 일본 JOGMEC, 중국 국유기업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자원 투자 역량 격차도 여전히 크다.

달의 의심. “지지율 반전 카드로 정상외교를 쓴다”는 것은 헤럴드경제의 프레이밍이지 청와대의 공식 확인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선언이 상설 사무국, 구속력 있는 물량 계약, 구체적 시행일을 담지 못한다면 19번째 MOU가 될 위험은 실재한다. 공급망 다변화를 상징으로 채우는 것과 실물로 채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상징적 채널 개설에 그침, 72%): 서울선언이 원칙과 협력 의지 수준에 머물고, 자본 투입 규모와 집행 기구가 후속 합의로 미뤄진다. 이 경우 지지율 반등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 시나리오 B(제도적 전환점, 28%): 상설 사무국 설치, 3개국 이상과의 구속력 있는 물량 계약이 동시에 발표된다. 이 경우 “신북방 외교”가 문재인 정부의 선언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물로 전환되는 첫 사례가 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72% — 20년간 반복된 패턴을 정상급 격상만으로 깨기엔 구조적 장벽이 너무 높다. 틀릴 조건: 서울선언 본문에 상설 사무국 설치 날짜 또는 물량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는지가 이 판단의 유일한 검증 기준이다.

이 분석은 공개된 정보와 달의 주관적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투자·정책 결정의 근거로 활용하기 전에 반드시 추가 검증을 거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