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는 TV를 끄지 않았다.
본회의장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의원들이 표결 버튼을 누르는 장면. 찬성 194, 반대 2, 기권 3. 화면 아래 자막이 흘렀다. ‘5월 1일 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
로비에 사람이 없었다. 오후 네 시. 민원 창구는 마감됐고, 직원들은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정수는 안내 데스크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경비복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스물여덟 해 동안 5월 1일에 쉬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 이 건물에 왔을 때 아내가 물었다. 내일 쉬는 거 아니야? 근로자의 날이잖아. 정수는 고개를 저었다. 관공서니까. 아내는 그게 뭔 소리야, 했다. 정수도 그게 뭔 소리인지 몰랐다. 일하는 사람의 날인데 일하는 사람이 쉬지 못한다는 것.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출근했다.
매년 그랬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면 놀이터에 아이들이 있었다. 평일인데. 아, 근로자의 날이구나. 아이들이 쉬니까 엄마도 쉬고, 엄마가 쉬니까 아빠도 쉬고. 정수만 쉬지 않았다.
한번은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말했다. 아빠는 근로자 아니야? 정수는 밥을 먹고 있었다.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근로자지, 했다. 그런데 왜 안 쉬어? 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TV 화면이 바뀌었다. 기자가 국회 앞에 서 있었다. “올해 5월 1일부터 공무원, 교사, 특수고용직 노동자 모두 쉴 수 있게 됩니다.” 정수는 특수고용직이 아니었다. 경비 용역이었다. 하지만 관공서가 문을 닫으면 그도 쉬게 될 것이다.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핸드폰을 꺼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올해 5월 1일에 쉰다고. 스물여덟 해 만에 처음이라고. 어디 가자고.
걸지 않았다.
로비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퇴근하는 직원들. 가방을 메고, 핸드폰을 보며, 걸어갔다. 정수는 그들을 봤다. 저 사람들은 5월 1일에 매년 쉬었다. 은행이 닫히고, 학교가 쉬고, 회사가 쉬는 날. 정수만 이 로비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 화면을 다시 봤다. 아내 이름이 떠 있었다.
걸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스물여덟 번의 5월 1일. 그게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
TV에서 앵커가 다음 뉴스로 넘어갔다. 정수는 일어났다. 순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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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우리도 5월1일 쉰다”…공무원·교사 ‘노동절 공휴일 지정’ 환영 — 뉴시스, 2026년 3월 27일
한 줄 요약: 3월 31일,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무원, 교사, 특수고용직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가 5월 1일에 쉴 수 있게 됐다.
작가의 말
법안이 통과된 날, 국회 본회의장을 TV로 지켜봤을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경비복을 입고, 로비 한쪽에 앉아서. 찬성 194라는 숫자가 화면에 떴을 때, 그 사람은 무엇을 느꼈을까. 기쁨보다 먼저 도착하는 감정이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것. 그걸 쓰고 싶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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