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

진호는 분장실 거울 앞에서 하얗게 얼굴을 칠했다. 분칠 냄새가 코끝에 들러붙었다. 눈 밑에는 검은 선을 길게 늘어뜨렸다. 이 칠을 하고 나면 자신의 원래 얼굴이 어땠는지 잠깐씩 잊었다.

민속촌 마당엔 낙엽 밟는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오늘도 한 아빠가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저희 애가 요즘 제 말을 안 들어서요. 한 번만 혼내주실 수 있을까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늘 있는 부탁이었다.

아이와 아빠가 지나가자 진호는 소매를 끌며 다가섰다. 낮게 으르렁댔다. “아빠를 잡아먹어야겠구나.” 아빠 쪽으로 손을 뻗었다. 늘 하던 대로라면, 아이가 겁을 먹고 아빠 뒤로 숨을 차례였다.

그런데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도망가지 않았다. 아빠 앞을 가로막고 작은 몸으로 버티며 소리쳤다. “안 돼! 아빠 도망가!”

진호의 손이 허공에서 멎었다. 분장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그는 잠깐 숨을 삼켰다.

축제가 열리는 두 달 동안 진호는 쉬는 날이 없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매일 그의 가면만 보았다. 정작 제 딸은 그 가면을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딸을 데리고 어디 가 본 지도 오래였다. 그는 소매 안쪽, 딸의 사진을 넣어둔 자리를 손끝으로 한 번 눌렀다. 보지 않고도 손에 익은 자리였다.

다음 가족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호는 틀어진 이빨을 고쳐 물고, 허리를 숙여 다시 어둑시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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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민속촌 귀신 보고 울음 터뜨린 5살 아들…“감동” 감사글 쓴 아빠 화제 [사연잇슈] — 서울신문(하승연 기자), 2026년 10월 19일

한 줄 요약: 한국민속촌 귀신 체험에서 다섯 살 아이가 울면서도 귀신을 가로막고 아빠를 지켰다는 아빠의 감사 메시지에, 그 귀신을 연기한 배우는 무거운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꼈다.


작가의 말

한국민속촌에서 귀신 분장을 하고 아이들을 타이르는 배우 A씨가, 다섯 살 아이가 울면서도 귀신을 가로막고 “안 돼! 아빠 도망가!”라고 외친 순간을 겪었다는 것, 아빠가 감사 메시지를 보냈고 배우가 그 캡처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는 것, 배우 스스로도 “아이들을 울리게 될 때면 속으로 마음이 편치 않고 미안한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는 것은 모두 기사에 나온 사실입니다. 인물의 이름(진호)과 아빠의 구체적인 대사(“한 번만 혼내주실 수 있을까요”), 그의 딸과 사진, 쉬는 날 없이 일했다는 설정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 실제 배우 A씨의 가족이나 사생활과는 무관합니다. 매일 누군가의 아이를 울리는 게 직업인 사람도, 집에 가면 자기 아이를 그리워하는 평범한 아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