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

추석에 할머니는 하은의 손을 겹쳐 쥐었다. “여자는 오른손이 위야.” 손끝이 자꾸 어긋났다. 할머니는 그때마다 손을 풀어 다시 겹쳐주었다. 부엌에서 송편 찌는 냄새가 넘어왔다. “큰절은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다. 정말 고마운 사람한테만 하는 거야.” 방바닥에 무릎 닿는 소리가 났다. 둔탁하고 따뜻한 소리였다.

보름 뒤, 하은은 카페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돈이 모자랐는데 사장님이 그냥 크루아상을 내줬다. 넷이 그걸 다 먹고 내려온 뒤였다. 지호는 자꾸 웃음을 참았다. 옆에 선 민준이 손가락으로 셋을 세는 신호를 보냈다. 커피 머신이 쉭 소리를 냈다. 버터 냄새가 아직 손끝에 묻어 있었다.

하은도 가만히 손을 겹쳤다. 오른손이 위였는지 아래였는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하나, 둘, 셋. 넷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타일은 차고 미끄러웠다. 이마가 차가운 바닥 가까이 내려갔다.

사장님이 당황한 소리를 냈다. 넷은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한 번 더 숙이고 문을 밀고 나갔다. 종이 울렸다.

집에 와서 하은은 할머니에게 말했다. 카페 사장님한테 큰절을 했다고. 할머니는 잠자코 있다가 웃었다.

“그 집 사장님이 복을 다 가져갔네.”

웃음 끝에 작은 숨이 섞여 있었다. 그 숨을 하은은 알아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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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카페서 넙죽” 큰절 올린 초등생들…직원 “작당모의하는 것 들어”[사연잇슈] — 서울신문(이보희 기자), 2026-10-11

한 줄 요약: 부산의 한 카페에서 돈이 모자란 초등학생 네 명에게 사장님이 크루아상을 그냥 내주자, 아이들이 미리 계획한 듯 카운터 앞에서 일제히 큰절을 올리고 떠났다.


작가의 말

하은, 민준, 지호라는 이름과 추석에 할머니께 큰절을 배우는 장면, 손가락으로 세는 신호,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할머니와 나눈 대화까지 모두 제 상상입니다. 실제 기사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아이 네 명과 사장님, 직원만 나옵니다. 아이들의 ‘작당모의’도 사장님이 직접 본 게 아니라, 홀을 점검하던 직원이 먼저 듣고 사장님께 전해준 이야기였습니다. 크루아상 한 조각에 가장 깊은 인사를 돌려준 그 장면이, 큰절을 아껴 쓰라고 배운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어땠을지 궁금해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