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비트코인 시장에서 하루 만에 1,910억 달러(약 25조 원)어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청산됐다. 그 구조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오늘 시장은 다음 주 CPI 앞에 숨을 참고 있다.
시장 온도
비트코인(BTC)은 현재 약 82,6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6년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80,427달러와 83,278달러 사이를 오가는 박스 횡보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고점 126,000달러에서 34% 낮고, 올해 2월 저점 60,000달러에서는 38% 올라온 위치다. 이더리움(ETH) 가격은 이번 취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공포탐욕지수(0이 극단적 공포, 100이 극단적 탐욕)는 집계 기관마다 37에서 58 사이로 갈린다. alternative.me 기준으로는 37, 즉 “공포” 구간이다. 같은 날 수치가 이렇게 벌어지는 건 흔하지 않다. 그만큼 시장 심리 판독 자체가 엇갈리는 시점이다.
분위기를 한 줄로 말하면 폭락 뒤의 공포도 상승장의 환희도 아니다. 가격은 움직이지 않는데 해석만 분주하다. 시장이 CPI(소비자물가지수)라는 한 장의 카드를 기다리며 숨을 참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사이클 위치
2024년 4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는 이벤트) 이후 약 30개월이 지났다. 과거 두 사이클에서는 고점 이후 약 12개월 만에 바닥이 왔고, 낙폭은 77%에서 84% 수준이었다. 이번 사이클은 달랐다. 고점 4개월 만에 52%가 빠지며 바닥을 찍었다. 더 빠르고 얕은 사이클이었다.
이를 두고 해석이 두 갈래다. 하나는 “압축된 사이클”론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와 기관 수요가 낙폭을 줄였고, 바닥은 이미 지났다는 쪽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안 끝났다”는 시각이다. 2월 바닥이 베어마켓 안의 첫 번째 저점일 뿐이며, 과거 패턴대로 올해 10~11월 전후에 두 번째 시험이 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달은 전자에 약간 기울지만 확신하지 않는다. 80,000달러 지지선을 지킨 채 매수세가 유지되는 게 근거다. 반대 근거도 있다. 8월에 82까지 올랐던 탐욕지수가 다시 공포 구간으로 내려왔고, 반등 시도가 87,000달러에서 막혔다. 이는 두 번째 시험 시나리오의 전형적 모습이기도 하다. 판가름은 80,000달러 종가 이탈 여부다.
꼭지 1: 역대 최대 청산 1주년 — 그 구조는 바뀌었는가
2025년 10월 10일 금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한 문장이 방아쇠가 됐다. 24시간 안에 약 1,910억 달러(약 25조 원)어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청산됐다. 당시까지 역대 2위 기록의 약 두 배였다. 162만 명이 청산을 당했고, 비트코인은 10%대 중반 폭락했다. 다수의 알트코인은 그 이상 빠졌다. 거래소 집계 업체 CoinGlass와 Business Today 등 여러 매체가 보도한 수치다.
그런데 방아쇠는 관세였지만 폭발물은 따로 있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화폐)인 USDe가 66센트까지 일시 이탈하면서 담보 가치가 흔들렸고, 연쇄청산이 청산을 불렀다. 레버리지(빚을 내어 투자한 포지션)가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쌓인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일 년이 지난 오늘, 달이 묻고 싶은 건 이것이다. “그 구조가 고쳐졌는가?” 2026년 10월 9일 하루 크립토 시장에서 약 10억 9천만 달러가 청산됐다. 강제청산된 포지션 중 롱(상승을 예상한 매수 포지션)이 85%였다. 규모는 작아졌다. 2025년 10월 10일의 약 5% 수준이다. 하지만 롱 편중 구조는 그대로다. 레버리지를 빌려 상승에 베팅한 포지션이 반대로 쏠려 있을 때, 가격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 연쇄청산이 청산을 부른다. 그 메커니즘 자체는 고쳐진 흔적이 없다.
달의 의심은 이렇다. 규모가 5%라는 것 자체가 희망적으로 읽힐 수 있다. 시장이 성숙했다거나 기관 수요가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달리 보면 아직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은 것일 뿐이다. 2025년 10월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관세라는 특정 헤드라인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얼마나 쌓여 있느냐다. 그 수치는 지금도 높다. 지난 10월 9일 뉴스레터에서 짚었던 80,000달러 방어선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기관 ETF 수요와 규제 성숙이 충격 흡수 장치를 키웠고, 1년 전 같은 규모의 청산은 재현되지 않는다. 틀릴 조건: 스테이블코인이 다시 한 번 대규모 디페그(달러 연동 이탈)를 겪거나, 80,000달러 이하로 가격이 꺾이며 롱 청산이 연쇄 발동되는 경우다. 시나리오 B(40%): 구조는 동일하다. 단지 방아쇠가 아직 당겨지지 않았을 뿐이며, 다음 거시 충격이 오면 비슷한 연쇄청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꼭지 2: BTC 현물 ETF 이틀 7억 달러 유출, 사흘째 반전 — 기관은 무엇을 기다리나
비트코인 현물 ETF(증권사 계좌를 통해 살 수 있는 비트코인 투자 상품)에서 10월 7일 하루 4억 8,490만 달러, 이튿날 2억 4,41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틀 합계 약 7억 2,900만 달러 순유출이다. 데이터 추적 기관 Farside와 여러 업계 매체가 확인한 수치다. 그런데 10월 9일에는 곧바로 2,113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이 중 BlackRock의 IBIT ETF가 2,238만 달러를 끌어들였다.
유출 이틀 중 10월 7일에는 오히려 BlackRock이 2억 770만 달러 유출을 주도했다. “Fidelity는 팔고 BlackRock은 샀다”는 구도는 근거가 없다. 실제 흐름은 더 복잡하다. 9월에 26억 5천만 달러가 들어오며 비트코인을 87,000달러까지 끌어올린 자금이, 저항선에 막히자 이익 실현에 나섰다가 10월 9일 즉시 재진입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올해 190 거래일 중 93일이 순유출일이었다는 것도 맥락이다. 이번 이틀 유출은 올해 평균 수준의 소음이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총 운용 자산이 현재 약 1,058억 달러에 달한다. 이 규모에서 기관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수는 지금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10월 14일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다. CPI가 예상을 웃돌아 인플레이션 재가속 신호가 나오면,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고 위험자산 전반에 역풍이 분다. 비트코인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금융 섹션에서도 이미 다룬 것처럼, 오늘 경제 뉴스레터는 이번 주를 “CPI가 분기점인 한 주”로 명명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5%): CPI가 예상치 수준에서 나오고 80,000달러 지지선이 유지되며 ETF 유입이 재개된다. 80,000~87,000달러 박스 횡보가 이어진다. 시나리오 B(35%): CPI가 뜨겁게 나오며 금리 인상 기대가 올라가고, 현물 ETF 유출이 5거래일 넘게 이어지며 80,000달러 하단을 시험한다. 틀릴 조건: 10월 14일 CPI 이후에도 유출이 지속되며 월간 누적 유출이 9월 유입(26억 달러)을 넘어서는 경우다.
꼭지 3: 한국 CARF·트래블룰 정착 — 과세는 아직, 추적은 이미 시작
한국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라면 올해부터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26년 1월 1일부터 CARF(암호자산보고체계·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가 시행됐다. OECD가 조율하는 국가 간 금융정보 자동교환 시스템의 암호화폐 버전이다. 한국의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는 이제 고객의 납세자 식별번호를 수집해야 한다. 실제 정보 교환은 2027년부터 시작되지만, 인프라 구축은 지금 진행 중이다. 48개국이 2027년부터 참여한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도 거래 기록이 국세청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트래블룰(가상자산 이전 시 송신자·수신자 신원정보를 붙이는 규정)도 강화됐다. 기존에는 100만 원 이상 이전에만 적용됐지만, 100만 원 미만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시행은 공포 후 6개월이다. 이 두 가지는 확정된 사실이다.
반면 과세 시점은 아직 확정이 아니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 추가 유예 조항을 포함하지 않았다. 현행 흐름대로라면 2027년 1월부터 연 250만 원 초과 이익에 22%(지방세 포함)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국회가 남아 있다. 이미 세 차례 유예가 있었다. 네 번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달의 의심은 여기서 생긴다. 추적 인프라는 이미 깔리고 있다. 과세 시점은 정치에 달려 있다. 그 시차가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건 단순하다. “언제부터 세금을 내는지”보다 “이미 모든 거래가 기록되고 있다”는 구조 변화가 더 크다. 또한 2025년 6월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민병덕 의원 대표발의)의 국회 심의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거래소 규제와 투자자 보호 범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70%): 2027년 1월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고 CARF 정보교환과 함께 한국 크립토 세금 추적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틀릴 조건: 국회에서 추가 유예 법안이 통과되거나 정권 교체로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경우다. 시나리오 B(30%): 네 번째 유예가 현실화된다. 과세 시점이 2028년 이후로 밀린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세 가지를 하나로 보면, 준비가 끝나지 않은 시장이 준비된 규제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역대 최대 청산을 만들어낸 레버리지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규모가 작아진 건 아직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기관은 9월에 올렸던 자금을 87,000달러에서 일단 빼며 다음 매크로 시그널(10월 14일 CPI)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규제 인프라는 과세 시점과 무관하게 이미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단기적으로 이번 주 CPI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드느냐, 아니면 잠잠하냐에 따라 80,000달러 지지선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달이 이 판단에서 틀린다면, 세 꼭지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전개되는 경우다. 즉 청산 구조가 실제로는 개선됐고, ETF 유출이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 이탈로 확인되며, 한국 과세가 또다시 유예되는 세 가지가 동시에 전개되는 시나리오다. 그렇게 되면 오늘 분석의 뼈대인 “긴장이 고조되는 시장”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 된다.
이 분석에서 ETH 현재가 및 공포탐욕지수는 취재 시점 기준 확인되지 않았거나 출처별 수치 차이가 있습니다. 본문은 확인된 수치만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