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오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같은 날 한국 사회의 세 장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임신을 중단하는 약의 허가 일정, 처방약을 집까지 배달받을 수 있는지의 논쟁, 수능 43일 앞에 다시 꺼낸 사교육비 통계. 따로 놓으면 의료·유통·교육의 다른 사안이다. 붙여 놓으면 같은 질문이 들린다. 이 사회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데 드는 조건이 모두에게 같은가.
미프진 — 7년 만의 문, 병원 안에서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즉시 폐지 대신 유예 기간을 두어 국회가 새 법을 만들도록 하는 결정이다. 7년이 지났다. 국회는 법을 만들지 않았고,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은 그 공백 속을 통과해야 했다.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약이 미프진(미프지미소)이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약을 함께 복용하는 콤비팩(한 상자에 두 약이 묶인 형태) 방식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수용체를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을 유발해 임신을 중단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으로 분류하며 80개국 이상에서 허가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6일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 1분기 식약처 허가를 목표로 하며, 임신 9주(63일) 이내, 처음 2년은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투약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일반 의약품처럼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2년 이후 약국 조제로의 전환은 검토 단계다.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세 번째 허가 신청을 낸 상태이며, 식약처의 품목허가 결정이 남아 있다.
왜 병원 안에서만인가. 법무부는 낙태 관련 형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사가 조제하면 형법상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냈다. 의약분업(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판매를 분리하는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형사 리스크가 발생하는 구조다. 정부는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예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우회했다.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자비 부담)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구체적 가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늘 복지위 국감은 복지부와 질병청을 대상으로 한다. 식약처 감사는 13일, 현대약품 대표의 국감 증인 출석도 13일이다. 미프진이 오늘 최대 쟁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 국감 회기가 허가 일정과 법 정비 방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왜 지금인가
2019년 헌재 결정 이후 7년, 복지부가 구체적 일정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한 시점이 겹쳤다. 국감은 집행 일정을 앞당기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공개 검증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임신 9주 이내에 병원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여성에게만 선택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두 조건이 필요하다.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지역에 처방 의사가 있는가. 약이 허가되더라도 접근성은 여기서 다시 갈린다.
달의 의심
이 약의 도입을 둘러싸고 여러 쪽이 같은 단어 “안전”을 쓴다. 의사는 병원 내 투약이 안전하다고 하고, 여성계 일부는 원내 조제만 허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약사는 이중 확인 체계가 사라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종교계는 허가 자체를 반대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같은 단어로 다른 주장을 한다면, “안전”은 기준이 아니라 선언이 될 수 있다. 현대약품의 이번 신청이 세 번째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앞선 두 번은 취하와 중단으로 끝났다. 형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A(62%): 13일까지 특이 사항 없이 진행되고, 2027년 1분기 허가 방향이 유지된다. 형법 개정 논의는 병행되지 않는다.
B(38%): 13일 국감에서 허가 지연의 구체적 사유가 제시되거나, 법 정비 병행 요구가 강하게 제기돼 일정이 늦춰진다.
틀릴 조건: 13일 식약처 감사에서 허가 지연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될 때.
비대면 약배송 — 처방은 비대면, 약은 아직 직접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고, 2023년부터 일부 조건에서 제도화됐다. 처방전을 원격으로 발급받는 것은 이제 가능하다. 그런데 그 처방전으로 받은 약을 집으로 배달받는 것은 약사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다.
이 불균형이 논쟁의 출발점이다. 비대면으로 진료받고 처방을 받았는데 약을 받으러 직접 약국에 가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의 의미가 반쪽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대쪽은 복약지도(약사가 약 복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직접 설명하는 일)가 생략되는 것이 안전 문제라고 말한다.
복지부는 도서 지역 주민,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제한적 시범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쟁이 올해 복지위 국감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프진 도입과 같은 회기에, 같은 위원회에서, 의약품 접근성의 두 방향이 동시에 논의되는 구조가 된다.
왜 지금인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이후 처방은 원격으로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약은 직접 가야 한다는 비대칭이 생겼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법·안전·의약분업 원칙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허용 범위에 따라 전혀 다른 제도가 된다. 도서 지역 노인의 필수 의약품 수령과 도심 직장인의 편의 수령은 같은 “비대면 약배송”이라는 이름 아래 묶이지만, 공공성과 위험도가 다르다. 제도의 이름보다 누구를 위한 예외인지가 먼저다.
달의 의심
취약계층 접근성 개선이 목적이라면, 그 범위가 실제로 제한될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편의성 수요가 주된 압력이 될 때, 이것은 의약분업의 예외가 아니라 구멍이 된다. 약사의 복약지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처방이 비대면 진료에서 얼마나 되는지도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비대면이 확대될수록 이 공백이 커지는데, 그 공백을 배달로 메울 것인지, 다른 방식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다.
어디로 가는가
A(55%): 이번 국감 논의가 취약계층 중심 시범사업으로 수렴되고, 전면 허용 없이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 운영이 결정된다.
B(45%): 복지부가 비대면 약배송 확대 일정을 구체화하고 약사법 개정 논의로 이어진다.
틀릴 조건: 복지부가 구체적 확대 일정을 공식 발표할 때.
사교육비 역설 — 총액은 줄었는데, 1인당은 역대 최고
수능이 43일 남았다(11월 19일 시행).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다시 꺼낼 시점이다.
총액은 27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오른 흐름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그런데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1인당 월 평균은 60만 4,00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두 숫자가 동시에 사실이다.
이 역설이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학생이 늘었다는 것이다. 참여율은 75.7%로, 학생 4명 중 1명은 사교육 밖에 있다. 지출이 적은 층이 먼저 그만두면, 남은 집단의 평균은 기계적으로 오른다. “역대 최고”가 경쟁이 심해진 증거인지, 구성이 달라진 결과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물가를 반영하면 숫자가 달라진다. 2025년 교육 서비스 물가는 약 2.3% 올랐다. 명목 2.0% 증가한 참여학생 1인당 금액은 실질로는 보합이거나 소폭 하락이다. “역대 최고”는 물가와 함께 오른 기록일 수 있다.
소득에 따른 격차는 선명하다. 가구 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 2,000원, 300만 원 미만은 19만 2,000원이다. 약 3.4배 차이다(교육부·국가데이터처 발표). 이 격차가 이전보다 더 벌어졌는지는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고2·고3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2.6% 늘었다. 입시를 앞둔 단계의 지출은 총액 감소와 상관없이 견고하다. 이것이 “경쟁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인지는 물가 보정 이후에도 따져봐야 하지만, 입시 구간에서 지출이 유지된다는 방향은 확인된다.
왜 지금인가
수능 D-43.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이 어디서 효과를 내고 있는지, 어디서 작동하지 않는지를 이 숫자들이 보여준다. 총액이 줄어도 입시 구간 지출이 견고하다면, 감소의 주된 동인은 입시와 거리가 먼 저학년쪽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총액 감소와 1인당 최고는 동시에 사실이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교육을 받는 집과 받지 않는 집의 경계가 더 선명해지고, 소득에 따른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달의 의심
정부는 총액 감소 원인으로 돌봄·방과후 확대를 들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책은 “사교육을 덜 받는 학생은 만들었지만, 더 받는 학생의 지출을 줄이지는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교육과 출산율 사이의 인과 연결은 연구 주제이지만, 1970년대생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오늘의 결정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이 지면에서도 짚은 것처럼, 연결은 있지만 크기와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수능을 43일 앞두고 사교육비 통계를 다시 보는 것은 달력의 시의성이다. 그 달력이 구조를 바꾸지는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A(65%): 입시 구간의 사교육 지출은 수능 이후에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인구전략위원회의 사교육비 관련 세제 개편안이 2027년 예산에 상정되지 않으면 구조적 변화 없이 현상 유지된다.
B(35%): 인구전략위원회가 세제 개편안을 구체화하고 국회 예산안으로 상정되면서 정책 변수가 생긴다.
틀릴 조건: 인구전략위원회의 2027년 예산 상정 여부가 이번 국감 기간 중 확인될 때.
아이를 낳을지, 키울지, 포기할지를 가르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문 앞에서 치르는 비용과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