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구조의 고지서 — 사교육 28%, 잠든 위원회, 9월 재산세 | 2026년 9월 23일

사교육 경쟁이 출생률을 28% 낮췄다는 연구, 예산 사전협의권이 2027년까지 유예된 인구전략위원회, 29일 만에 유턴한 보유세 강화 — 오늘 세 꼭지가 공통으로 드러내는 것은 선언된 변화와 실제로 힘이 작동하는 시점 사이의 간극이다.

선언은 9월에 나왔고, 권한은 2027년에야 작동한다.


사교육이 없었다면 아이를 28% 더 낳았을 것이다 — 연구가 꺼낸 불편한 계산

9월 초, 한국은행·유럽경제정책연구소(CEPR) 공동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한 논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사교육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 1970~75년생 여성이 평균 2.45명을 출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치다. 실제 이 세대의 출산율은 1.92명이었다. 숫자를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 사교육 경쟁이 출산율을 28% 낮췄다는 것이다.

다만 이 수치를 읽을 때 유의할 지점이 있다. 이건 실측 관찰치가 아니라 반사실적(counterfactual) 구조모형 추정치다.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 자체가 모델 안에서만 성립하고, 28%라는 숫자도 그 모델의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코리아중앙데일리와 코리아타임스가 9월 초 동시에 보도한 이 연구는 한국의 사교육 참여율(75%)과 소득 역진적 부담 — 저소득 가구가 소득의 8.4%, 고소득 가구가 5.1%를 사교육에 쓴다 — 이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을 기반으로 한다.

왜 지금인가. 연말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저출생 대응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이다. “얼마를 쓸 것인가”를 논하기 전에 “왜 안 낳는가”에 대한 원인론이 정치권에서 다시 요구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로 추정한 지표)은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월 0.99명(전년동월 0.89 대비 +0.10)을 기록하며 19개월 연속 상승 흐름이다. 이 반등 흐름을 배경으로 “돈을 늘린 덕”이라는 서사와 “구조는 여전히 망가져 있다”는 서사가 충돌하고 있다.

달의 의심. 사교육 참여율 75%는 최근 몇 년간 줄지 않았는데도 출산율은 19개월째 반등하고 있다. 이건 “지위 경쟁이 출산율을 억누른다”는 이 연구의 설명력이 일부 제한적임을 시사하는 반증 신호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에코붐 세대의 결혼·출산 타이밍이 한꺼번에 몰린 코호트 효과와, 장기 구조 요인인 지위 경쟁 이론은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작동한다 — 이 둘을 섞어 쓰면 “오르고 있는데 왜 낮다는 거냐”는 혼선이 생긴다. 연구 자체의 기여는 분명하지만, “사교육을 잡으면 출산율이 오른다”는 단순 인과로 소비되는 순간 정책 논쟁은 다시 구호가 된다.

어디로 가는가. 연구에서 나온 “사교육 지출에 고세율 과세 → 출산장려금 재원”이라는 제안이 입법 의제로 옮겨가는지가 다음 체크포인트다. 달의 판단: 학계 제안이 실제 정책 채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65% 이상이다. 역대 정부가 사교육 규제를 반복 시도하다 매번 우회로를 만든 역사가 이 판단의 근거다. 틀릴 조건: 202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인구전략위원회가 사교육 세제 개편을 실제 의제로 상정하는 사례가 나오면, 이 예측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9월 10일 시행됐지만 실권은 2027년에야 — 인구전략위원회의 잠든 권한

9월 10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인구전략기본법으로 전부 개정되어 시행됐다. 21년간 운영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인구전략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외연을 넓혔다. 당연직 참여 부처가 9개에서 15개로 늘었고, 위원 정수는 25명에서 40명으로 확대됐다. 이주민·지역 불균형·가구 형태 다양화까지 아우르는 전문위원회 4개도 신설됐다.

그런데 이번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한 — 예산 사전협의권 — 은 법 시행일인 9월 10일에 바로 작동하지 않는다. 각 부처가 인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때 위원회와 사전협의하는 ‘사전예산협의제’는 2027년 예산 편성부터 가동된다고 아시아경제가 9월 8일 보도했다. 협의 대상이 되는 예산의 기준금액은 2026년 하반기 중 별도로 확정될 예정이다. 즉 오늘 시점에서 인구전략위원회는 제도가 만들어진 상태이지, 그 제도의 힘이 작동하기 시작한 상태가 아니다.

왜 지금인가. 시행 13일째다. 조직 확대 발표는 이미 수차례 나왔고, 새로운 사실은 “2027년 예산 협의권 가동”이라는 시점 확인 정도다. 이 보도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 자체가 하나의 신호다 — 실질적 변화(예산권 이동)는 아직 미래에 묶여 있어, 그 전까지는 조직·숫자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감사원은 과거 저고위의 핵심 실패로 “계획 수립 주체와 예산·집행 주체의 분리”를 지적했다. 이번 개편이 그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은 설계상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신설된 전문위원회 4개 중 고령 의제를 명시한 곳이 하나도 없다. 과거 저출산 예산 59조 대 고령화 예산 43조였던 불균형이 “인구전략”이라는 더 큰 이름 아래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인구 컨트롤타워와 유사한 구조의 기구를 2025년 11월 설치한 일본은 2차 회의를 서면 회람으로 대체하며 아직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교 사례도 눈에 띈다.

달의 의심. 시행 13일 시점에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위원회가 실제로 예산을 움직이려면 2027년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그 이전에 각 부처가 위원회 친화적 사업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예기(豫期)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예기 효과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검증하기 어렵고, 협의 대상 예산의 기준금액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질 범위가 결정된다. 그 기준금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오늘 이 사안의 진짜 공백이다. 관련 경과는 9월 20일 사회·문화 섹션에서 다뤘다.

어디로 가는가. 2026년 하반기 확정될 협의 대상 예산 기준금액이 낮게 설정돼 다수 사업이 포함된다면, 이 위원회는 “선언적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실권을 가진 기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달의 판단: 202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위원회와 기재부 간에 실질적 충돌·조율이 한 건이라도 공개적으로 확인되기까지는, 지금 이 제도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45% 수준의 가능성이라고 본다. 틀릴 조건: 기준금액이 공개됐을 때 적용 범위가 놀랍도록 넓게 설정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이 판단은 즉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9월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왔다 — 보유세 강화는 29일 만에 절반이 됐다

9월은 재산세 2기분(하반기분) 납부의 달이다. 이번 9월 고지서는 이례적인 배경을 끼고 있다. 정부는 8월 3일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다주택 보유자의 보유세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29일 만인 9월 1일 주요 내용을 대거 철회하며 수정 확정안을 내놨다. 비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는 초안의 9억 원에서 현행 수준인 12억 원으로 원복됐고, 세부담 상한 인상(150→200%)도 취소됐다.

서울 강남의 반포자이 33평형을 예로 들면, 비거주 보유자가 내야 할 보유세는 초안 기준 3,318만 원에서 확정안 기준 2,641만 원으로 줄었다. 뉴스핌 보도 기준이며, 그래도 1년 전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시가 40억 원 미만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가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오히려 올라 세 부담이 줄어든다. 재산세(지방세)와는 별도로 고가 주택에 추가 부과되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공시가 기준 12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국세로 추가 부과)는 12월에 고지된다.

왜 지금인가. 8월 3일 발표 → 9월 1일 유턴 확정 → 9월 16~30일 납부 시퀀스가 이 한 달에 응축됐다.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발표 직전 대비 15%대 감소(KB 리뷰 기준)를 보였다. 세부 규정이 확정된 지금, 그 불확실성의 일부는 걷혔다.

달의 의심. “보유세 강화 확정”이라는 표현은 절반만 맞다. 정확하게는 “당초 계획했던 강화가 여론에 밀려 상당 부분 원복된 채 확정”이다. 실질적으로 강화된 건 시가 40~50억 이상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다주택 보유자에 국한된다. 거래량 감소를 이 세제개편 하나의 인과로 단정하는 것도 과잉이다 — 5월 10일에 재개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2주택 +20%p, 3주택 +30%p, 최고 실효세율 82.5%)가 이미 4개월째 시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와 양도세, 두 가지 세제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지배적인 변수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이 비용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월세가 오를 수 있다는 경로는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이번 확정안은 초안보다 완화된 방향이어서 그 전가 압력이 예상보다 줄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어제 전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9월 22일 ‘이사가 멈춘 도시’에서 짚은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와 함께 읽어야 완성된 그림이 나온다.

어디로 가는가. 다음 관찰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9월 30일까지 납부 시즌이 끝난 뒤 매물 흐름에 변화가 생기는지. 둘째,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이후 다주택자들이 “팔기” 대신 “버티기”(증여·상속 경로)로 움직이고 있는지다. 달의 판단: 납부 시즌 이후에도 매물 잠김은 해소되기보다 유지될 가능성이 60% 정도라고 본다.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가 이중으로 깔린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경로는 지금 당장 양도하는 것이 아니다. 틀릴 조건: 10월 이후 서울 매물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거나 증여·상속 등기가 급증하는 통계가 나오면 이 판단은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