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배운 건 마네킹이었다. 그날 수업에서 다들 번갈아 가슴을 눌렀다. 가슴 한가운데를 누르면 삐걱 소리가 났다. 다들 웃었다. 강사는 웃지 말라고 했다. 사람의 갈비뼈는 부러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멈추지 말라고 했다.
9월 16일 오후 다섯 시쯤, 통영의 시내버스였다. 버스는 초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었다. 손잡이가 흔들렸다. 고등학교 2학년 도현은 내릴 준비로 앞쪽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좌석에 앉아 있던 승객이 목을 뒤로 젖히고 몸을 굽히고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도현은 무릎을 굽혔다. 가슴을 두드리며 반응을 살폈다. 대답이 없었다. 그는 기사에게 위급하다고 말했다. 기사는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도현의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둘이서 승객을 버스 바닥에 눕혔다. 버스 바닥은 차가웠다. 옆자리 승객이 가방을 벗어 그 사람의 머리 밑에 받쳐 주었다. 도현은 손바닥을 가슴 한가운데에 겹쳤다. 팔을 곧게 펴고 몸무게를 실었다. 마네킹과 달랐다. 손끝에 전해지는 저항이 훨씬 무거웠다. 한 번 누를 때마다 손목이 저렸지만 떼지 않았다.
서른까지 소리 내어 셌다. 숫자가 흐트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셌다. 중간중간 숨을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버스 안의 다른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버스 기사의 손등에도 땀이 맺혀 있었다.
교실에서는 다들 웃었는데, 버스에서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기사가 라디오를 껐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그제야 바깥 공기가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창밖으로 아이들 목소리가 잠깐 들렸다가 멀어졌다.
나중에 들은 소식은 짧았다. 그 사람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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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하늘이 살린 운명”…학교서 CPR 배운 날, 버스서 쓰러진 승객 살린 고교생 [따뜻했슈] — 파이낸셜뉴스, 2026-10-05
한 줄 요약: 지난달 16일 통영의 시내버스에서, 그날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고등학생이 쓰러진 승객의 생명을 구했다.
작가의 말
교실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그날 몇 시간 뒤 실제 버스 안으로 이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훈련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건의 순서와 결과는 기사를 따랐고, 이름 ‘도현’, 교실 장면, 신발 끈과 옆자리 승객의 가방 같은 세부, 뒤를 돌아본 기사와 라디오 소리, 숫자를 세던 장면과 손목의 감각은 제 상상입니다. 사건은 9월 16일에 있었고 10월 3일부터 여러 매체에 보도됐으며, 이 글은 10월 5일 기사를 바탕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