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는 열리고, 규칙은 아직 없다 — KBW2026·크립토맘 사임·거시 긴장 | 2026년 10월 1일

KBW2026 마지막 날, 한국 크립토는 이벤트와 현실의 간격 앞에 섰다. 헤스터 피어스는 내일 퇴임하고, 코인베이스는 CFTC 3종 체계를 완성했다. 탐욕지수 71, ETF 유입은 식어간다. 달의 판단: 바닥은 확인됐지만 그 위에 세운 것이 아직 임시 구조물이다.

규칙은 아직 임시이고, 심리는 이미 탐욕이다.

시장 온도

10월 첫날, 비트코인(BTC)은 전일 대비 0.51% 내린 8만 3,070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ETH)은 2,705달러, XRP는 1.52달러다.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 — 0이 극도의 공포, 100이 극도의 탐욕)는 71로 ‘탐욕’ 구간을 가리킨다. 지난주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비트코인 금융상품)에는 24억 달러가 유입됐다. 2025년 10월 이후 가장 큰 주간 규모다. 그러나 일간 유입은 9월 21일 약 10억 달러에서 9월 28일 3,1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심리는 탐욕인데 자금의 속도는 식고 있다. 이 간극이 오늘 시장의 온도다.

사이클 위치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사상 최고가(약 12만 6,000달러)보다 약 34% 낮다. 올해 2월 저점 6만 1,000달러에서는 36% 올랐다. 7월 중순에 연간 누적 순유출이 약 570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비트코인 ETF 자금도 9월 22일 기준 플러스로 돌아섰다. 바닥은 지난 듯하다. 그러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연간 플러스 전환 폭이 약 9억 달러로 여전히 얇다. 유입이 블랙록 한 곳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반등이 비트코인 도미넌스(전체 시총 중 비트코인 비중) 57% 속에서 알트코인 확산 없이 나왔다. 달의 위치 판단은 ‘하락 사이클의 바닥 확인 단계, 새 상승 사이클의 시작은 미확인’이다.


꼭지 1 — KBW2026 마지막 날: 이벤트와 현실의 간격

왜 지금인가

오늘은 한국 블록체인 위크(Korea Blockchain Week, KBW) 2026의 마지막 날이다.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는 아시아 최대 가상자산 컨퍼런스로 꼽힌다. 업비트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정책 입안자와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같은 자리에 앉았다. 국내 3위 거래소 코인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각 20% 지분을 취득하며 4대 주주 구조를 완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마이데일리, 9월 22일). 전통 금융기관이 직접 거래소 지분을 가지는 구조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한국이 아시아 크립토 허브로 간다”는 서사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브는 이벤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합법적인 금융 상품(현물 ETF, 원화 스테이블코인), 예측 가능한 세제, 기관 자금의 유입 경로 —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지금 한국은 셋 모두 미완이다. 가상자산 양도소득세는 2027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스테이킹·대출·에어드롭의 과세 기준이 아직 없고, 국회에서는 2030년으로 다시 미루자는 법안까지 나왔다. 코인원에 기관 자본이 들어오는 것 자체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코인원의 시장점유율은 약 6~7% 수준이다. 3위 거래소의 지분 재편이 시장 전체의 판을 바꾸기는 어렵다.

달의 의심

2017년과 2021년에도 KBW는 열렸다. 두 번 모두 행사 이후에 큰 조정이 왔다. 이벤트의 요란함이 심리 과열의 증거인지, 구조 변화의 시작인지는 행사 내용이 아니라 그 뒤에 어떤 법과 자금이 따라오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40%) — 한국이 실제로 제도를 정비하며 점진적 허브화로 가는 경로. 10월 6일 국감과 12월 세법 처리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과세 정비 일정이 구체화되면 이 확률을 올린다. 시나리오 B(60%) — 이벤트는 화려하지만 규칙이 뒤따라오지 않는 경로. 지금은 B가 우세하다. 틀릴 조건: 국감에서 내년 1월 과세 강행과 함께 스테이킹·DeFi 기준을 담은 시행령이 발표되면 A로 전환한다.


꼭지 2 — ‘크립토맘’ 없는 SEC: 규칙은 누가 지키는가

왜 지금인가

내일(10월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 주식·증권을 감독하는 미국 금융당국) 커미셔너 헤스터 피어스가 퇴임한다. 재직 8년 넘는 동안 업계는 그를 ‘크립토맘’이라 불렀다. 가상자산에 명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한 위원이었다. 같은 날인 9월 28일, 코인베이스의 청산 법인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 선물·파생상품을 감독하는 금융당국)로부터 청산소(DCO) 인가를 받았다. 코인베이스는 이미 선물중개사(FCM)와 거래소(DCM) 인가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번 DCO 추가로 세 종류의 CFTC 규제 체계를 모두 갖추게 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피어스의 퇴임은 표면적으로 “SEC가 크립토에 적대적으로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폴 애트킨스 의장은 지난주 “입법이 있든 없든 규제 확실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피어스는 탈중앙화 금융(DeFi)과 개인 지갑(자기수탁)을 보호해야 한다고 가장 강하게 옹호한 위원이었다. 그 자리가 비게 된다. SEC는 현재 애트킨스와 우예다 두 명만 남는 2인 체제가 됐고 후임 지명은 아직 없다. 오는 10월 20일에는 ‘디지털자산 규제 규칙안’의 의견수렴이 마감된다. 이 규칙이 크립토맘 없이 어떤 문구로 확정되느냐가 핵심 관전점이다. 한편 코인베이스의 CFTC 3종 완성은 의미가 있지만 과장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인가는 완전 담보 상품에만 해당한다. 레버리지 상품과 무기한 선물 거래는 여전히 외부 기관을 거쳐야 한다. 코인베이스 주가도 인가 발표 다음 날 1.48% 떨어졌다. 시장은 이것을 즉각적인 호재로 읽지 않았다. 어제 발행한 암호화폐 뉴스레터(9월 30일)에서 다뤘던 CLARITY Act 부결 이후 구도와 이어지는 흐름이다.

달의 의심

행정 규칙은 다음 행정부가 뒤집을 수 있다. 지금 쌓이는 규제 인프라는 법이 아니라 행정 재량에 기댄 것이다. 코인베이스가 가장 많은 라이선스를 가진 거래소가 되는 동시에, 법 없이 재량에 의존하는 체계에서 기득권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중소 거래소는 이중 규제 부담을 지게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 ‘크립토맘’이 없어도 애트킨스·우예다 2인 체제가 속도를 내며 친크립토 행정 규칙을 확정하는 경로. DeFi와 자기수탁 보호 조항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방향 자체는 유지된다. 시나리오 B(45%) — 후임 지명이 지연되거나 반크립토 성향 위원이 임명되어 규칙 제정 자체가 흔들리는 경로. 틀릴 조건: 지명된 후임이 피어스와 반대 노선을 취하거나, 2인 체제에서 만든 규칙이 사법 심사에서 뒤집히면 B를 올린다.


꼭지 3 — 금리 5.2%에 탐욕지수 71: 이 낙관은 오래 갈 수 있나

왜 지금인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2%대에 머물고 있다. 국제 유가(WTI 기준 — 미국산 원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 유가 지표)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 근처까지 올랐다가 현재 92달러대로 후퇴했다.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탐욕지수는 71이다. 10월 27~2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 Fed의 금리 결정 회의)가 예정돼 있어 매크로 방향이 이달 안에 결정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금리가 높고 유가가 높으면 가계와 기업 모두 실질 구매력이 줄어든다. 그런데 리스크 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심리가 ‘탐욕’이라는 건 이상한 그림이다. 이 불일치를 만든 두 요인이 있다. 하나는 미국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작업)으로, 11월 초까지 약 400억 달러 규모로 진행 중이다. 다른 하나는 숏 스퀴즈(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가격 반등에 손절하며 오히려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다. 즉 지금의 탐욕은 순수한 매수 수요가 아니라 유동성 지원과 포지션 청산의 복합 효과일 수 있다. 실제로 ETF 일간 유입은 9월 21일 약 10억 달러에서 9월 28일 3,100만 달러로 5주 만에 96% 줄었다. 같은 방향으로 보이는 탐욕지수와 ETF 유입이 실은 같은 사건을 두 번 계산한 것에 가깝다.

달의 의심

탐욕 구간에서 악재가 나오면 낙폭이 빠르다. 호재는 이미 일부 가격에 반영됐다. 비트코인의 아래로는 CryptoQuant이 제시한 365일 이동평균선이 약 8만 500달러에 있어 현재가($83,070)와 약 3% 남짓 차이다. FOMC를 26일 앞두고 받침대가 가깝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 박스권 지속: 8만~8만 8,000달러 사이에서 FOMC를 기다리는 경로. ETF 유입이 일 1억 달러 안팎으로 유지되며 방향은 위지만 돌파는 없는 구간. 시나리오 B(25%) — 하방 이탈: 10년물 금리·유가 추가 상승, 매파적 FOMC 신호가 겹치면 8만 달러 아래로 밀리는 경로. 시나리오 C(20%) — 상방 돌파: 유입 복귀와 유가 안정이 맞물리면 9만 달러 돌파 시도. 틀릴 조건: ETF 일간 유입이 다시 1억 달러 이하로 고착되는데 가격이 유지되면 거시 민감도가 낮아진 것이니 B 확률을 높인다. 반대로 유입이 2억 달러 이상으로 되살아나면 A와 C의 경계가 좁아진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보면, 바닥은 확인됐지만 그 위에 세운 것이 아직 임시 구조물이다. 서울에서는 아시아 최대 크립토 행사가 열렸지만 법과 세제는 뒤따라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업계의 가장 강력한 내부 옹호자가 떠나는 날 가장 규제화된 거래소가 라이선스를 완성했다. 시장에서는 기관 자금이 돌아왔다지만 그 속도는 이미 식기 시작했다. 세 곳 모두 형태는 갖춰지는데 내용은 아직 얇다. 달의 판단은 ’10월 박스권 55%, 하방 25%, 상방 20%’다. 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세 가지 기준: 비트코인 종가가 9만 달러를 넘고, 블랙록 이외 ETF 상품에도 자금이 분산되며, 10월 6일 국감에서 과세 기준 입법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내가 틀릴 조건 하나만 꼽는다면 — 10월 27~28일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되거나 인하 기대가 살아난다면 이 분석 전체가 재설정된다. 긴축 전제 위에 쌓은 그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