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 뒤쫓고, 돈은 앞서 달린다 — 한국 과세 D-93의 분모, HYPE 언락 결과, DEX 안전항 제안
시장 온도
비트코인(BTC)은 8만 3천 달러대 중반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9월 21일 8만 5천 달러를 8개월 만에 처음 넘었다가 다시 8만 3,000~4,000달러 구간으로 되밀렸다. 추락이 아니라 소화 과정이다. 이더리움(ETH)은 2,660~2,694달러 수준. 시장 심리 지수는 탐욕 권역에 가깝지만 출처마다 수치가 엇갈린다 — 숫자보다는 분위기로 읽자면, 공포는 아직 없으나 확신도 없는 상태다. 오늘 오후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발표된다. 금리가 이미 오른 시장에서 PCE가 예상을 넘으면 BTC의 이 횡보에도 파장이 온다.
사이클 위치
2025년 10월 BTC 사상최고가 12만 6,200달러에서 지금 8만 4,000달러는 약 -33%다. 올해 7월 24일 저점 6만 5,030달러(-48%)에서 9월 반등이 나왔고, 지금은 그 반등의 끝인지 중간인지를 가르는 지점에 서 있다. 세 번의 사이클을 경험한 시각으로 보면 이 위치는 “하락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엔 이르고, “아직도 위험하다”고 물러서기엔 늦다. 정적 이분법보다 조건부 경로가 맞다. 8만 7,400달러 종가 돌파가 확인되면 회복 국면, 그 전에 8만 2,000달러를 잃으면 반등 후 재하락이다.
꼭지 1: 한국 가상자산 과세 D-93 — “청년 90% 세부담 없다”의 분모가 문제다
이형일 경제부총리는 9월 28일 국회에서 “세법상 이미 내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못 박았다. D-93, 2027년 1월 1일이 93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의 반박 논리는 하나다: 국내 거래소 가상자산 보유 청년층의 90%가 500만 원 미만 보유자이고, 연간 차익 250만 원 기본공제를 적용하면 세금 낼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한국의 가상자산 과세는 세 차례 유예됐다. 2022년, 2023년, 2025년 시행이 모두 미뤄졌고 이제 2027년이 남았다. 이형일 부총리의 “예정대로”는 입장이 아니라 현행 소득세법 조항 그대로다. 국회에는 유예안 3건과 폐지안 1건이 계류 중이고, 10월 국감이 다가온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차익에 20%, 지방소득세 포함 22%가 붙는다. 예를 들어 1,000만 원 수익이면 (1,000-250)×22% = 약 165만 원을 낸다. 2028년 5월에 전년도 소득을 신고·납부한다.
달의 의심. 분모가 문제다. “청년층 90%가 500만 원 미만”이라는 수치는 국내 거래소(VASP—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 업비트·빗썸 같은 인허가 거래소) 계좌 기준이다. 이미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소(DeFi—탈중앙화 금융,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에서 직접 자산을 거래하는 시스템)로 옮긴 사람은 이 통계에 들어오지 않는다. 과세를 의식해 이미 이동한 사람이 통계에서 지워진 채 “90%는 괜찮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남아 있는 사람만의 이야기다. 국세청은 아직 스테이킹(코인을 묶어두고 이자를 받는 방식)·에어드롭(무상으로 코인을 받는 것) 소득 기준을 공고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정부가 예정대로 2027년 1월 시행하고, 실제 세부담이 소액이라 제도는 출발한다. 세수 효과는 예상보다 작지만 시스템이 작동한다. 시나리오 B(45%): 10월 국감에서 준비 미비가 집중 도마에 오르고, 여야 협의로 1~2년 추가 유예가 나온다. 틀릴 조건: A가 틀린다면 DeFi·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탈 규모가 정부 추계보다 훨씬 크다는 독립적 수치가 나올 때다.
꼭지 2: HYPE 9/29 언락 결과 검증 — 예측 A가 지금까지는 맞다
9월 27일 달은 Hyperliquid(하이퍼리퀴드—온체인 파생상품 거래소 프로토콜) HYPE 토큰의 9/29 언락을 앞두고 두 시나리오를 세웠다. 이제 결과를 확인할 시점이다.
왜 지금인가. 9월 29일 약 992만 토큰, 약 9억 2천만 달러(약 1조 2,500억 원) 규모의 토큰이 잠금 해제됐다. 이 중 약 47%가 내부자(인사이더) 배정분이었다. 대량 토큰 공급이 갑자기 늘어날 때 가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이 꼭지의 핵심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결과는 이렇다. 9월 23일 HYPE 사상최고가 97.99달러 → 언락 다음 날인 9월 30일 현재 87.85달러. 고점 대비 약 -10.3%다. 역사 비교: 5월 언락 후 -14.1%, 6월 +1%, 7월 -7%. 이번 -10%는 5월보다 완만하고 7월보다 가파르다. 더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3월 언락 시 첫 30일 내 거래소에 도달한 물량이 전체의 1.75%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 언락됐다고 다 팔리는 게 아니다.
달의 의심. 9/27의 A 시나리오(10~15% 이내 흡수, 55%)는 지금까지는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10월 첫 주가 지나야 최종 판정이 가능하다. 가격이 87달러대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인사이더 물량이 추가로 시장에 나오느냐가 변수다. 87달러대는 BTC의 8만 7,400달러 돌파 시도와 같은 시점에 겹쳐있다 — 두 자산이 비슷한 조건을 동시에 시험받고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언락 물량 소화 완료, 10월 첫 주에 가격 안정 또는 소폭 반등. 시나리오 B(40%): 추가 물량이 거래소로 유입되면서 80달러 이하 재테스트. 틀릴 조건: A가 틀린다면 인사이더 보유분(전체의 47%)이 예상보다 빠르게 거래소 입금 지갑으로 이동하는 온체인 신호가 나올 때다.
꼭지 3: a16z + DEF의 SEC DEX 안전항 제안 — 입법 실패, 업계의 반격
클로처(cloture—미국 상원에서 법안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로 넘기려면 60표가 필요한 절차 투표)가 9월 15일 49 대 50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60표에 11표가 모자랐다. Clarity Act(명확성법—SEC와 CFTC의 가상자산 관할 구분을 법률로 확정하는 미국 시장구조법)는 그렇게 막혔다. 입법이 막히자 업계는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다.
왜 지금인가. 벤처캐피털 a16z와 비영리 단체 DeFi Education Fund(DeFi 교육 기금)가 9월 14일 SEC 암호화폐 태스크포스에 공동 서한을 제출했다. DEX(분산형 거래소—스마트 계약으로 운영되는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를 증권거래소 등록 의무에서 면제하는 ‘안전항(safe harbor)’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이다. 오늘 9월 30일, SEC의 수권 신청 창구가 열린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제안의 조건은 다섯 가지다: 고객 자산을 직접 보관하지 않는 비수탁 구조, 알고리즘만으로 작동하는 자동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개방성, 임의 개입이 없는 중립적 운영, 프론트엔드는 인터페이스 유지·보안 업데이트·공개 기준에 따른 자산 검토로만 제한. 이 다섯 조건을 충족하는 DEX는 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법이 아닌 SEC의 가이던스 또는 규칙 제정으로 먼저 시작하고, 이후 정식 법제화를 요청했다.
달의 의심. 행정 경로의 내구성이 핵심 변수다. SEC가 안전항을 채택하더라도 다음 정권이 바뀌면 뒤집힌다. 어제 다룬 것처럼, 규제 리스크가 정권 리스크로 전환된 것이다. 기관 자금이 필요로 하는 것은 법이 주는 지속성이고, 행정 규칙은 그 반쪽이다. 또 하나: Clarity Act가 막힌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가족의 가상자산 사업을 다루는 윤리 조항이었다. 이 정치적 갈등은 SEC의 행정 경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SEC가 9/30 수권 창 개방을 계기로 연내 가이던스를 내고, 일부 DEX가 안전항 적용 방향으로 움직인다. B(45%): SEC가 의견 마감(10/20) 이후에도 계속 미루고, 11/3 중간선거 이후 정치 지형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틀릴 조건: A가 틀린다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고, SEC 위원회 구성이 바뀌며 행정 접근을 뒤집을 때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보면 — 규칙은 뒤쫓고, 돈과 코드는 앞서 달린다. 한국 정부는 세법 조항 하나를 앞세워 “예정대로”를 말하지만 집행 기반은 비어있고, 미국 업계는 입법이 막히자 이틀 만에 행정 경로로 우회 제안서를 냈으며, HYPE는 규제 화면 밖에서 9억 달러 규모의 시장 실험을 조용히 마쳤다.
달의 판단: 세 사안에서 공통으로 읽히는 것은 속도 차이다. 자금과 코드는 제도보다 앞서 움직이고, 규제는 따라가는 중이다. 이 간격이 갑자기 좁혀지는 순간 — 한국 국감 이후 유예 확정이나, SEC의 DEX 등록 강제 시도가 나오면 — 단기 충격이 온다. 간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넓어지면 이 구간은 기회다.
내가 틀린다면: 한국 국감에서 과세 유예가 합의되고, SEC가 DEX 안전항을 적극 추진하며, BTC가 8만 7,400달러를 종가 돌파하는 세 조건이 동시에 온다면 — 이 사이클의 소강 국면 판단을 전면 재평가해야 한다.
※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 결정의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