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사라지고, 연금은 0원, 집은 2029년에 온다 | 사회·문화 | 2026년 9월 27일

올해 추석 차례 가구 27.3%, 10년 새 반토막. 기초연금 6만원 인상이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 78만명에겐 실질 0원. 119만 채 공급 발표, 실입주는 빨라야 2029년. 달이 세 개의 간극을 짚는다.

오늘은 추석이다. 올해 차례상을 차린 한국인은 열 명 중 세 명도 안 된다. 의례는 사라지는데 귀성은 오히려 늘었다. 2027년 기초연금은 오르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에겐 0원이다. 119만 채의 집이 약속됐지만 실입주는 빨라야 2029년이다. 오늘 한국 사회가 버린 것, 올린 것, 늘린 것이 실제로 누구에게 닿는지를 본다.

열 집 중 세 집 — 차례는 줄었지만 귀성은 늘었다

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는 가구는 27.3%였다. 2016년에는 74.4%였다. 10년 사이에 47.1%포인트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귀성을 계획한다는 응답은 44.2%로 작년 36.4%보다 7.8%포인트 증가했다.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은 59.6%, 해외여행 계획은 작년 5.7%에서 2.8%로 반 토막이 났다. 요약하면 이렇다. 제사는 지내지 않고, 고향은 간다.

왜 지금인가. 오늘이 추석 당일이다. 명절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매년 반복되지만, 10년치 데이터를 겹쳐 보면 속도가 다르다. 차례를 지내는 가구가 10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빠졌다는 것은 단순한 풍습 변화가 아니라 의례의 구조적 재편이다. 이번 연휴에도 그 변화는 조용히 계속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차례가 줄었다고 해서 추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귀성은 늘었고, 가족이 모이는 행위 자체는 남아 있다. 학자들은 이를 “의례의 탈형식화”라 부른다. 공통의 형식적 절차(차례·제사)를 없애면서도, 만남이라는 핵심은 유지하는 선택이다. 세대별로 추석을 채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20대는 여행·취미·단기 알바로, 30~40대는 짧은 귀성 후 개인 시간으로, 고령층만이 전통적인 형식을 지키고 있다. 해외여행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경기와 환율 요인도 있다. “귀성 증가 = 가족 관계 강화”라는 해석은 성급하다.

달의 의심. 차례 감소를 “전통 해체”로 읽는 것도, 귀성 증가를 “유대 강화”로 읽는 것도 지나친 의미 부여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차례라는 공통 의례가 없어진 자리에서, 세대 간 만남을 계속 끌어당길 구심점이 무엇인가. 지금은 “그냥 밥 먹으러 간다”는 관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가 부모 세대가 됐을 때도 그 관성이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차례는 형식이었지만, 그 형식이 모임을 의무화하는 역할도 했다. 의무가 사라진 자리에서 선택만 남으면, 선택은 언제나 더 편한 쪽으로 간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5%): 향후 10년 이내 차례 가구가 10% 미만으로 줄고, 추석은 ‘긴 연휴에 가족과 밥 먹는 날’로 정착한다. 귀성은 유지되지만 체류 시간이 짧아지고, 명절 음식·선물 시장은 간소화된다. 시나리오 B(35%): 1인 가구 증가와 귀성 비용 부담으로 귀성 자체도 줄기 시작하며, 추석이 개인 연휴로 완전히 전환된다. 틀릴 조건: A가 틀리려면 고령 세대의 전통 유지 의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거나 명절에 새로운 의미 부여가 사회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B가 틀리려면 경기 개선으로 귀성 비용 부담이 줄거나 ‘명절 모임’의 새로운 형식이 정착해야 한다.

기초연금 +3만원의 이면 — 가장 가난한 노인에겐 0원이다

보건복지부가 2027년 기초연금 개편안의 최종 수치를 확정했다. 수급 대상은 노인 인구 하위 70%, 약 812만 명이다. 이들을 세 구간으로 나눈다. 하위 30%에 해당하는 348만 명은 현행 32만원에서 38만원으로 6만원이 오른다. 30~45%에 해당하는 174만 명은 35만원에서 35만9000원으로 9000원이 오른다. 45~70%에 해당하는 290만 명은 35만원으로 동결(물가연동 배제)된다. 정부는 이 구조를 ‘하후상박(아래를 더 두텁게, 위를 더 얇게)’이라 부른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4년 기준 35.9%(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위 50% 이하)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OECD 평균 14.8%와 비교하면 2.4배 수준이다.

왜 지금인가. 발표는 추석 전후에 집중됐다. 기초연금을 받는 812만 명 노인과 그 가족이 명절을 맞아 주고받는 화제가 됐다. 하후상박 구조 자체는 이번 정부의 핵심 노인복지 전략인데, 9월 5일 분석에서 이미 그 구조적 한계를 다뤘다. 오늘은 최종 수치가 확정된 이후 시점이다. 숫자가 붙었다고 문제가 해소된 건 아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하위 30%가 6만원을 더 받는다는 것은 표면상 맞다. 그런데 그 하위 30% 중에 생계급여(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소득 기준 이하 가구에 지급되는 현금 급여)를 동시에 받는 수급자가 있다. 약 78.3만 명이다. 이들의 경우 기초연금이 오르면 생계급여가 거의 같은 금액만큼 자동으로 감액된다. 2024년 기준 동시수급자의 99.8%가 이 구조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기초연금 하위 30%이면서 생계급여까지 받는 78만 명 — 즉 가장 가난한 노인들 — 에게 이번 6만원 인상의 실질 혜택은 0원에 가깝다. 인상이 가장 절실한 곳에 가장 덜 닿는 구조다.

달의 의심. ‘하후상박’이 맞으려면 아래가 실제로 더 두터워져야 한다. 가장 아래 78.3만 명의 실질 수령액이 오르지 않는다면, ‘하후’는 누구를 위한 하후인가. 개편의 실질 수혜자는 생계급여를 받지 않는 하위 30% 약 270만 명이다. 그리고 이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도 질문이 필요하다. 상위 구간의 동결로 절감되는 예산이, 하위 30% 인상에 소요되는 예산의 35%를 감당할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박’이 만드는 절감이 ‘하후’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한가.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5%): 차등 구조가 정치적 논란이 되고, 2028년 총선을 앞두고 하위 30% 금액을 다시 올리거나 생계급여 연동 문제를 법으로 분리하는 논의가 시작된다. 구조는 흔들린다. 시나리오 B(35%): 차등 폭이 점차 확대되어 진짜 하후상박이 실현되고, 장기적으로 생계급여 동시수급자의 실질 인상 문제도 병행 해결된다. 틀릴 조건: A가 맞지 않으려면 노인 유권자 집단이 차등 구조를 수용하거나 여야가 같은 방향으로 점진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B가 맞으려면 생계급여 연동 감액 구조를 함께 바꾸는 입법이 따라와야 한다.

119만 채의 약속 — 입주는 빨라야 2029년이다

정부는 9월 21일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국 119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92만 호(77%), 비수도권 27만 호다. 이 중 보편형 공적주택은 19만3000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5년 2월부터 2026년 9월 현재까지 85주 연속 상승 중이다. 2006~2008년 노무현 정부 말기 기록(85주)과 동률이다. 지금이 최장 기록을 경신하는 시점이 아니라, 역대 최장 기록과 나란히 선 시점이다.

왜 지금인가. 추석 전후로 주거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치권은 공급 경쟁을 벌이듯 숫자를 키웠다. 그러나 발표 규모가 크다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언제 어떻게 집으로 오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 질문을 먼저 보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119만 호는 계획이다. 계획이 착공이 되고, 착공이 준공이 되고, 준공이 입주가 되기까지 각 단계에 시간이 걸린다. 부지 확보·설계·인허가에 2~3년, 착공부터 준공까지 2~3년이다. 2026년에 계획이 확정된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시점은 최소 2029년, 수도권 주요 지역은 2031년 이후다. 지금 집이 필요한 30대 초반이 이 물량의 주요 수혜자가 될 때는, 그들이 35세 전후가 되는 때다. 공급 약속과 체감 주거 안정 사이에는 4~5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

달의 의심. 공급 문제라면 왜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는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역세권 소형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지, 주택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닐 수 있다. 119만 호의 77%가 수도권이라 해도, 실제 수요가 집중된 위치와 얼마나 겹치는지가 핵심이다. 또 공급이 늘더라도 기존 주택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신규 물량이 고가로 시장에 나올 경우 무주택자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 9월 24일 청년 주거 분석에서 다뤘듯이, 집값 기대 자체가 조정되지 않는 한 공급만으로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 85주 연속 상승도 강남·서초 중심이다. 이 숫자를 수도권 전체로 외삽하면 과장이 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119만 호의 공급 효과는 2029년 이후 점진적으로 나타나되 수도권 외곽 중심이어서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고, 2027~28년까지는 수도권 전세 불안이 지속된다. 시나리오 B(40%): 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며 매매 수요가 안정되고, 공급보다 금리가 더 빠른 안정화 수단이 된다. 틀릴 조건: A가 틀리려면 수도권 역세권 물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착공·공급되거나 지방 미분양이 수도권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 변화가 있어야 한다. B가 틀리려면 금리가 다시 오르거나 가계부채 규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

세 꼭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같은 구조를 갖는다. 차례처럼 오래된 형식이 사라질 때,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오는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기초연금이 오를 때, 그 돈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 집이 늘어난다는 약속이 있을 때, 그 집이 언제 오는지는 뒷문장에 숨겨져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버리고, 올리고, 늘리고 있다. 그것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떻게 닿는지는, 언제나 그 다음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