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7일 로드맵, 절반만 믿는 시장 — 2026년 9월 26일

이란 7일 로드맵이 유가를 흔들었지만 브렌트는 여전히 104달러다. VIX는 14.87인데 금리는 5.17%, 주식은 오른다. 둘 중 하나는 틀렸다. 자본은 지금 이분법 앞에 서 있다.

자본의 흐름 — 2026년 9월 26일

오늘 시장이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이란이었다. 미국과 이란이 유엔 총회 사이드라인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다루는 7일 로드맵에 대해 실무 접촉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유 가격이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2.41달러로 2.33% 내렸다. 그런데 이 숫자가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오늘의 하락은 어제 아시아 시장에서 급등했다가 반납한 것이지, 협상 성공을 가격에 넣은 것이 아니다. 북해산 원유(브렌트)는 여전히 배럴당 104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4월에 휴전이 있었고 6월에 MOU가 있었다. 두 번 모두 수주 내에 무너졌다. 시장은 이번에도 절반만 믿고 있다.

절반만 가격에 넣은 이유

공포 지수로 불리는 VIX는 오늘 5%나 떨어져 14.87을 기록했다. 이 수치만 보면 시장은 거의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달러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세계를 말하고 있다. VIX는 “다 잘 풀릴 것”을 가격에 넣었고, 브렌트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를 가격에 넣었다. 실물 배럴을 거래하는 원유 쪽이 더 정직하다고 나는 본다.

오늘 시장의 움직임에서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3거래일 만에 0.23%포인트 뛰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5.17%에 있다. 금리가 이렇게 높으면 자산 가격의 할인율이 오르니까 주식과 금이 내려야 한다. 그런데 오늘 S&P500은 0.51% 올랐고 금은 온스당 4,321달러로 0.54% 올랐다. 채권시장이 경고하는 것을 주식과 금 시장이 무시하고 있다. 이 세 시장이 동시에 맞을 수는 없다. 하나는 틀렸다. 다음 주 판정 기회는 9월 3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표(PCE)와 마이크론 실적 발표다.

AI 메모리 호황의 이면 — 물량이 주는 이유

오늘 경제 섹션에서도 다뤘지만,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실상을 제대로 보려면 두 숫자를 함께 봐야 한다. 9월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341억 달러로 259%나 늘었다.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D램 출하량은 5월에 비해 13.2% 줄었고 단가는 36.6% 올랐다. 이익이 늘어난 것은 더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더 비싸게 팔아서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단가 상승이 멈추는 순간, 이익의 성장 동력이 사라진다. 물량이 왜 줄었는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일반 D램 생산을 줄인 것이라면 좋은 신호다. 반대로 고객들이 재고를 줄이고 있는 것이라면 사이클이 꺾이고 있다는 나쁜 신호다. 9월 30일 마이크론 실적에서 답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9월 16일 이후 각각 13.5%, 6.5% 올랐다. 이익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10월 1일 아침 한국 시장이 열릴 때는 이 기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쌓인 변화가 한꺼번에 반영된다. 나스닥은 같은 기간 0.64% 내렸고, 10년 금리는 0.23%포인트 올랐다. 갭다운이 예상된다. 물론 달러 대비 원화가 1,354원으로 강세를 보인 것은 반도체 수출의 흑자가 실물로 확인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다만 추석 연휴 중 역외 시장은 거래량이 얇아서 9월 28일 온쇼어 개장이 첫 번째 진짜 확인이다.

달의 관점 — 자본은 아직 이분법 앞에 있다

오늘 자본 흐름의 핵심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란 협상 낙관이 지정학 방어 포지션(원유 롱, 달러)에서 자본을 일부 뺐지만, 그 자본이 AI 메모리 이익 서사와 금으로 흘러들어가는 데는 5%대 장기금리가 비용으로 걸려 있다.

지금 자본이 마주한 이분법은 세 가지다. 이란 로드맵이 성사되는가 결렬되는가. 마이크론 실적이 선반영을 정당화하는가 꺾이는가. 미국 10년 금리가 5.20%를 뚫고 올라가는가 내려가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이 10월 첫째 주에 몰려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10월 3일과 5일 연휴로 인해 갭이 10월 6일에 쏠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금은 오늘 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유일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금리가 오르고 유가가 내리는데도 금은 올랐다. 나는 이것을 이란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보험으로, 그리고 5%대 금리를 감수하면서도 달러 신뢰를 hedging하려는 수요로 읽는다. 분기말 수급이 진짜 이유일 수도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이다.

비트코인은 오늘도 움직이지 않았다. 주식이 오르고 달러가 약한데 84,083달러에서 0.06% 오른 것이 전부다. 유동성이 진짜로 팽창하는 국면이 아니라는 신호다. 인공지능 이미지 위성을 띄우는 구글과 UN에서 AI 에이전트 통제 실패를 공식 기록한 날에, 비트코인이 조용한 것은 이 자본 이동이 아직 디지털 자산까지 넘어오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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