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례는 쉰여덟에 처음 자전거 안장에 앉았다.

딸만 넷인 집이었다. 옥례는 그중 막내였다. 골목 아이들은 저마다 자전거가 있었다. 옥례만 없었다. 아버지는 “여자애가 넘어지면 흉 져”라고만 했다.

스무 해 전, 옥례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빌려 탄 적이 있다. 페달을 두 번 밟기도 전에 핸들이 흔들렸다. 넘어지기 전에 자전거부터 내던졌다. 무릎은 멀쩡했다. 그날 이후 자전거는 옥례에게 없는 물건이 되었다.

자전거 교실 첫날, 강사가 안장 높이를 맞춰주며 물었다. “왜 지금 배우려고 하세요?” 옥례는 대답 대신 손잡이를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뱄다.

세 번째 수업까지 세 번 넘어졌다. 네 번째 수업, 강사가 뒤에서 안장을 잡았다. “제가 놓을게요. 계속 밟으세요.” 옥례는 페달을 밟았다. 열, 스물. 숫자를 세다 문득 뒤가 허전했다. 강사는 이미 손을 놓은 뒤였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갔다. 옥례는 넘어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옥례는 반짇고리를 꺼냈다. 스무 해 전 그날, 찢어진 건 무릎이 아니라 바지 밑단이었다. 꿰매지 못한 채 서랍 밑에 넣어둔 그 바지를, 옥례는 그제야 꺼내 바늘을 꿰었다.

바늘이 천을 통과할 때마다 옥례는 생각했다. 흉은 안장 위가 아니라, 스무 해 동안 서랍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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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20년 동안 자전거를 쳐다만 봤어요”… 다시 페달을 밟는 어른들 — 오마이뉴스, 2026-09-18

한 줄 요약: 딸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던 이들이, 쉰을 넘긴 나이에 성인 자전거 교실에서 처음으로 페달을 밟았다.


작가의 말

기사에는 세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다. 그중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20년 전 한 번 시도했다 포기했다”는 한 줄이었다. 그 스무 해 동안, 못 다한 일은 어디에 남아 있었을까.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다 이 이야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