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충격은 시장을 흔들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충격만이 흔든다. 이 한 주 동안 그것이 증명됐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 비트코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미국 상원이 디지털자산 규제법을 부결시켰을 때 비트코인은 4% 넘게 내렸다. 같은 일주일, 8월의 화려한 기관 자금 유입 이후 9월의 균열이 조용히 시작됐고, 한국 투자자들의 과세 시계는 이 모든 혼란과 무관하게 105일을 카운트다운한다.
시장 온도
9월 18일 기준, 비트코인(BTC)은 $76,000대 박스권 하단에서 거래 중이다. 9월 15일, 미국 상원의 디지털자산 종합 규제법 부결 직후 $75,850까지 밀리며 24시간 기준 -4.2%를 기록했다. 그런데 다음 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 올리는 결정을 내렸을 때 시장은 +0.7%로 사실상 무반응이었다. 이더리움(ETH)은 $2,450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9월 들어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 자금 유입 면에서 비트코인을 앞지르는 이례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공포탐욕지수의 정확한 수치는 취재 시점 기준 확인되지 않았으나, 입법 실패와 기관 자금 이탈 신호가 겹친 9월 분위기를 보면 시장 심리는 ‘공포(Fear)’ 구간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관이 들어왔으니 이 시장은 달라졌다”는 낙관이 9월 앞에서 처음으로 시험을 받고 있다.
사이클 위치
큰 그림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126,200 고점에서 2026년 7월 24일 $65,030까지 반 토막 가까이 빠진 뒤, 8월 한 달 +24~25% 반등하며 회복을 시도하는 중이다. 세 번의 사이클을 거치며 배운 것은, 이 지점이 가장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조정 후 회복세를 소화하는 과정’과 ‘새로운 하락 추세의 초입’은 같은 가격대, 같은 심리 온도에서 공존한다. 연초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순유입이 여전히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라는 사실이 이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든다. 가격은 회복됐지만, 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예상된 뉴스는 시장을 흔들지 않는다 — CLARITY Act 부결이 남긴 진짜 교훈
9월 16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상원은 디지털자산 종합 규제법인 CLARITY Act를 찬성 49대 반대 50으로 부결시켰다. 이 표결은 법안을 본격 심의에 올리기 위한 ‘클로처'(토론종결 절차) 통과 여부를 묻는 것이었으며, 통과에 60표가 필요했다. 기술적으로 다수가 찬성했어도, 60표 문턱을 못 넘으면 법안 심의 자체가 봉쇄된다. 표결 직전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당의 윤리 강화 역제안에 양측이 밤새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결국 부결됐다. CLARITY Act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새로 발행되는 토큰을 ‘디지털 증권’으로 분류해 SEC(미 증권거래위원회)와 CFTC(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중 어느 기관이 무엇을 규제할지 명확히 나누려 했다. 그 경계가 없으니, 거래소·개발자·투자자 모두 여전히 “내가 규제 대상인지 아닌지”를 모른 채 사업해야 한다.
이 부결에서 달이 주목하는 건 충격의 크기보다 충격의 패턴이다. 비트코인은 CLARITY Act 부결 직후 24시간 기준 -4.2% 하락했다. 반면 다음 날 Fed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상 결정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왜일까. 예측 시장(폴리마켓)에서 CLARITY Act 통과 확률은 표결 직전 20% 미만이었는데도 부결이 -4%를 만들었다. 반면 Fed 인상은 87%가 미리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 “예상된 나쁜 뉴스는 시장을 흔들지 않고, 예상치 못한 충격만이 흔든다”는 원칙이 이 한 주에 분리 확인된 셈이다. 달이 이 뉴스레터에서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자본 흐름 분석과도 같은 결론이다 — 시장은 내용보다 예측 가능성에 먼저 반응한다. (FOMC 인상 후 BTC $75K 지지, ETH가 기관 자금을 먹고 있다 — 9월 17일 암호화폐 섹션)
부결 이후 SEC 의장 폴 앳킨스는 “법안 없이도 SEC 법적 권한 안에서 단호히 행동할 것”이라 했고, CFTC 의장 마이크 셀릭도 “새 금융 프론티어에 대한 규칙 발송 준비 완료”라고 화답했다. 달의 의심은 여기서 시작한다. 두 기관이 내놓는 행정 규칙은 다음 행정부나 의회 의결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 법률이 아닌 행정명령의 안정성이다. “규제가 생겼다”가 아니라 “규제 임시방편이 생겼다”에 더 가깝다. 더 나아가, 두 기관이 서로 다른 규칙을 내놓으면 입법 실패보다 더 복잡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시나리오 A(60%): SEC·CFTC가 향후 6개월 안에 구체적 규칙을 공개하고 그 내용이 업계에 ‘예측 가능한 틀’로 수용되면, 단기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된다. 시나리오 B(40%): 두 기관의 규칙이 충돌하거나 기대보다 강경하면 입법 실패보다 더 큰 혼란이 생기고, 법원 소송 리스크까지 열린다. 틀릴 조건: SEC·CFTC 중 한 곳이라도 6개월 이상 침묵하거나, 발표된 규칙이 기존 행정 지침과 실질적 차이가 없다면 — 교착이 길어지고 시나리오 A도 B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지속된다.
“기관 자금이 버팀목”이라는 믿음의 균열
지난 8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단월 기준 $35억2,000만(약 4조 7,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블랙록의 IBIT 단일 상품이 이 중 $34억을 끌어들이며 기계적인 현물 매수 압력을 만들었고, 비트코인은 한 달 만에 24~25% 상승했다. 숫자만 보면 완벽한 서사다 — 기관이 들어왔고,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9월이 시작되자 이 구도가 흔들렸다. 8월 중순부터 이어온 순유입 스트릭이 9월 초 대규모 유출로 끊겼고, 9월 15~16일에도 이틀 연속 순유출이 확인됐다. 흥미로운 건 유출의 질감이다. ARK인베스트의 ARKB가 유출을 주도하는 반면 블랙록의 IBIT는 상대적 관망세다. 기관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서로 다른 고객군과 전략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더 결정적인 숫자는 연초 이후 누적 순유입이 여전히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라는 사실이다. 8월의 화려한 숫자는 상반기의 깊은 상처를 막 메우기 시작한 수준이었다.
세 번의 사이클을 거치며 배운 것이 있다. ETF 자금 흐름은 가격의 원인이라기보다 심리의 결과에 가깝다. 8월 유입은 7월의 반등을 뒤쫓아 들어온 추격 매수일 가능성이 크다. 9월의 유출 역시 CLARITY Act 부결 때문이 아니라 — 실제로 유출은 표결 나흘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규제 실패가 기관 자금을 밀어냈다”는 인과는 순서가 뒤집혀 있다. ETF에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도 항상 현물 매수 압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물 매도와 ETF 매수를 동시에 취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드'(두 시장의 가격 차이로 수익을 내는 전략) 수요가 포함되면 대규모 유입에도 실제 상승 압력은 훨씬 작다.
한편 이더리움 현물 ETF는 7월 말 연초 이후 순유입이 -11억달러였는데 8월 말에는 +7억3,200만달러로 역전됐고, 9월 들어서는 BTC ETF를 자금 유입 면에서 앞지르는 이례적 흐름이 나타났다. “기관이 크립토에 들어온다”는 말이 실은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자금이 이동한다”일 수도 있다 —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 로테이션인지, 아니면 자산 구조의 변화 신호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시나리오 A(55%): ETH ETF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되며 ‘비트코인 독주’에서 ‘멀티 자산’ 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된다. 크립토 시장 저변이 넓어지는 긍정 신호다. 시나리오 B(45%): ETH 유입도 일시적 로테이션에 그치고, 전체 크립토 ETF 자금이 다시 순유출로 전환되면 $76,000대 박스권 하단이 무너질 수 있다. 틀릴 조건: 9월 말 Fed가 추가 인상 신호를 강하게 내거나, SEC·CFTC 규칙이 예상보다 빠르게 공개되면 — ETF 자금 흐름보다 거시경제 변수가 가격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2026년 12월 31일 —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당신의 평생 세금 기준선이 된다
2027년 1월 1일부터 한국에서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다.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에 22%(소득세 20% + 지방세 2%)가 분리과세된다. 두 차례의 유예 끝에 정부는 2026년 8월 3일 세제개편에서 유예안을 제외하고 확정했다. 오늘 기준 105일이 남았다.
이 과세 제도에서 가장 결정적인 날짜는 2027년 1월 1일이 아니라, 그 전날 밤인 2026년 12월 31일이다. 세법은 취득가액을 “실제 구매 가격”과 “2026년 12월 31일 종가” 중 높은 쪽으로 인정한다. 이를 의제취득가액(擬制取得價額, 세법이 취득가액으로 ‘간주’하는 기준가격) 방식이라 한다. 연말 가격이 높을수록 세금 계산에 유리한 구조다.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2024년에 비트코인 1개를 1,000만원에 샀고, 내년에 1억 5,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하자. 만약 2026년 12월 31일 종가가 1억 2,000만원이면, 취득가액은 1억 2,000만원으로 인정돼 실현이익 3,000만원에만 세금이 붙는다(3,000만원 – 250만원 공제 = 2,750만원 × 22% = 605만원). 그러나 연말에 비트코인이 7,000만원으로 눌려 있다면, 실제 구매가 1,000만원이 더 낮으므로 의제취득가액도 1,000만원이 된다 — 이익 1억 4,000만원 × 22% = 3,080만원의 세금이 나온다. 같은 매수·같은 매도인데 연말 가격 하나로 세금이 5배 넘게 차이 난다.
달의 의심은 구조적이다. 이 세제는 투자자에게 “12월 31일 비트코인 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유리하다”는 유인을 심어준다. 변동성이 큰 자산에 특정 하루의 시세를 평생 기준으로 삼는 설계 자체가 문제다. 더불어 손실 이월공제(손실이 난 해의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주는 것)도 불가능해, 한 해 크게 잃고 다음 해 크게 벌면 세금이 두 배 가깝게 나오는 비대칭도 있다. 미국이 규제 틀조차 못 정한 채 표류하는 동안 한국은 틀 없이 세금부터 강행하려는 비대칭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다만 이 법이 정말로 시행될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이 법은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이미 세 차례 유예됐다 — 한 번도 원안대로 간 적이 없다. 현재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5만명 서명이 모이면 국회 상임위에 회부되는 제도)은 9월 20일 마감을 앞두고 3만 2,000명을 넘었고, 국민의힘과 5대 거래소가 9월 21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예 가능성이 60~70%에 달한다고 보지만, 이는 단일 매체 조사로 방법론이 검증되지 않은 수치다.
어디로 갈 것인가. 시나리오 A(55%): 9월 말~10월 초 국회 논의에서 유예법안이 발의·심의되고, 연내 다시 2028년 이후로 시행이 미뤄진다. 이번에도 정치적 압력(1,300만 코인 보유자라는 유권자 집단)이 세제 일관성을 이긴다. 시나리오 B(45%): 정부가 “더 이상 유예 없다”는 입장을 관철시키고 국회도 동조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연말 12주 동안 투자자들의 세금 최적화 행동(연말 매도·재매수 전략 등)이 12월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틀릴 조건: 청원 서명이 5만명을 넘어 국회 논의가 공식화되고 거대 야당이 유예안을 지지하면 시나리오 A로 수렴이 빨라진다. 반대로 국회 내 여야가 “이번은 진짜”에 합의하면 시나리오 B가 확정된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보면, 크립토를 향한 ‘제도화’라는 방향은 같은데 그 속도와 순서가 어긋나며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불확실성의 비용을 떠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규제의 틀을 만드는 작업에 다시 실패했고, 대신 SEC와 CFTC 두 기관이 각자 행동을 예고했다. 두 기관이 서로 다른 규칙을 내놓으면 입법 실패보다 더 복잡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 불확실성 앞에서 기관 자금은 이미 8월의 낙관을 접고 있다. 다만 기관도 하나가 아니어서, 블랙록과 ARK인베스트가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비트코인 대신 이더리움으로 흘러가는 자금도 있다. 한국은 이 모든 논의와 무관하게 105일 뒤 과세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 단, 세 번의 기저율이 보여주듯 그것조차 확정이 아닐 수 있다.
달이 틀린다면 이 때문이다: SEC와 CFTC가 예상보다 합리적이고 협조적인 규칙을 빠르게 내놓고, 기관 자금이 이 규칙을 신호로 삼아 돌아온다면 — 9월의 균열은 일시적 소음이 된다. 한국 과세 역시 국회에서 다시 유예되면 연말 12월 31일 기준선 문제는 1~2년 뒤의 숙제로 미뤄진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모두 불발되면, 기준 없는 행정 규제와 기준만 있는 세금 과세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이 된다. 달은 그 좌표 없는 구간을 가장 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