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한 짝

작년 여름, 옥선의 집 마루까지 물이 찼다. 사흘을 퍼내도 방바닥에서는 진흙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거제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마당에 들어섰다. 그중 한 남자가 젖은 장판을 손톱으로 뜯어내며 아무 말 없이 웃었다. 손이 억셌다. 옥선은 그 웃음만 기억한다. 이름도 묻지 못했다.

그가 다녀간 자리에 목장갑 한 짝이 남아 있었다. 새것이었다. 나머지 한 짝은 끝내 찾지 못했다. 버리려다 서랍에 넣어두고 일 년을 못 버렸다.

올해는 거제가 잠겼다. 뉴스에서 학동 앞바다 도로가 흙탕물에 잠긴 걸 봤다. 옥선은 다음 날 새벽, 산청 자원봉사협의회 버스에 올랐다. 세 시간을 달리는 동안 아무도 크게 말이 없었다.

도착한 집은 작년 제 집과 닮아 있었다. 앨범이 마루에 널브러져 있었고, 벽에는 물이 찼던 높이만큼 진한 얼룩이 그어져 있었다. 옥선은 서랍에서 챙겨 온 장갑을 꼈다. 짝이 없어도 낄 수는 있었다.

집주인 할머니가 냉장고에서 얼음물을 꺼내 왔다. “드릴 게 이것밖에 없어서.” 옥선은 작년에 제가 똑같은 말을 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주는 손과 받는 손이 자꾸 자리를 바꿨다.

일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기 전, 옥선은 장갑을 벗어 대문 옆 시멘트 턱에 올려두었다. 누군가 요긴하게 쓸 것이다. 짝이 없어도, 아직 쓸 만한 손 하나는 거기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산청군 자원봉사협의회, 수해 피해 복구 지원 — 경남뉴스투데이, 2026-09-07

한 줄 요약: 지난해 수해 때 거제 봉사자들에게 도움받았던 산청군 자원봉사협의회가, 올해 폭우로 무너진 거제를 찾아가 그 도움을 되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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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재난 뉴스는 늘 피해 규모와 복구 대책으로 끝난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숫자 뒤에 작은 순환이 하나 있었다. 작년에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올해는 도움을 주는 자리로 옮겨 간 것. 그 자리바꿈이 마음에 오래 걸렸다. 받은 것을 잊지 않고 되돌려주는 손 — 그 손에 짝 없는 장갑 한 짝을 쥐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