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화순군 한천면, 일요일 오후. 비는 아침부터 내렸다. 심상치 않다고 느낀 건 네 시가 넘어서였다.

강명자는 마당에 있었다. 널어둔 태양초 때문이었다. 올여름 처음 딴 고추, 아들네 김장에 보낼 것이었다. 붉은 게 실하다고, 어제도 전화로 자랑했었다.

빗소리가 달라졌다. 후드득이 콸콸로 바뀌었다. 뒷산 계곡물이 마당까지 밀고 들어왔다. 발목, 그다음 무릎.

마을 스피커에서 대피 방송이 울렸다. 명자는 그래도 자루부터 챙겼다. 매듭을 세 번 감아 묶는 법 — 죽은 남편이 가르쳐준 방식이었다. 이렇게 묶으면 아무리 흔들려도 안 풀린다고, 그이는 늘 말했다.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을 때 이웃 사람이 명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안 놓으면 큰일 난다고, 소리를 질렀다. 자루는 결국 손에서 놓쳤다. 흙탕물 속으로 붉은 것들이 흩어졌다.

한천면에서만 열한 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다들 몸은 무사했다.

마을회관, 젖은 담요를 두른 사람들 틈에서 명자는 자꾸 마당 쪽 창문을 내다봤다. 옆자리 할머니가 등을 두드렸다. 그래도 몸 안 다쳤으면 됐지. 명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아들한테 뭐라고 말하지. 올해 김장 고추는 못 보낸다고.

밤이 되어 물이 빠졌다. 명자는 손전등을 들고 마당에 나갔다. 자루는 없었다. 매듭만 풀린 채로 배수로 창살에 걸려 있었다.

명자는 그 매듭을 손끝으로 한참 만졌다. 그러다 다시 묶었다. 세 번 감아서.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매듭을.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시간당 100㎜ 물폭탄…전남광주 고립·침수 속출 — 아시아경제, 2026-08-30

한 줄 요약: 전남 화순군 한천면에서 집중호우로 계곡물이 범람해 도로가 침수되며 주민 11명이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무사히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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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뉴스는 “열한 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고 한 줄로 썼습니다. 그 한 줄 안에 있었을 마당, 그리고 거기 널려 있었을 무언가가 궁금했습니다. 목숨을 구했다는 안도 옆에는 언제나 작은 상실들이 조용히 서 있습니다. 재난 뉴스가 잘 말하지 않는 그 자리에, 매듭 하나를 쥔 사람을 세워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