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 사십 분

그녀는 다섯 시 사십 분에 일어났다.

알람 이름은 “합정역”이었다. 넉 달째 바꾸지 않았다. 합정역은 여기서 이백 킬로미터 밖에 있다. 바꾸려고 할 때마다 —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다. “비닐하우스”는 너무 길고, “농장”은 아직 아니었다.

사월에 완주로 왔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이름이 길어서 “센터”라고 불렀다. 팔십 평 비닐하우스 하나를 배정받았다. 오색 토마토. 빨강, 노랑, 주황, 초록, 흑자색. 색 이름을 외우는 것이 첫 번째 숙제였다.

서울에서는 화장품 회사 기획팀이었다. 새벽까지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다. 반응이 바로 왔다. 수정. 재수정. 최종. 진짜최종.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 호스를 잡는다. 토마토는 피드백하지 않는다. 물을 줘도 욕을 해도 같은 속도로 익는다. 그게 편했다.

어제 뉴스를 봤다. 완주 귀농 71.9퍼센트 증가. 97가구. 그녀도 그 숫자 안에 있었다.

숫자는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밤 아홉 시에 동네 전체가 어두워지는 것.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 차로 이십 분인 것. 엄마한테 전화하면 “아직 거기 있니”가 첫 마디인 것.

냉장고 위에 손톱깎이가 있다. 이 주에 한 번 깎는다. 서울에서는 이 주에 한 번 네일을 받았다. 같은 주기였다. 쓰임만 달라졌다.

비닐하우스 문을 열었다. 축축한 흙 냄새가 코끝에 왔다. 토마토가 익고 있었다. 노란 것, 초록 것. 붉은 것은 아직이었다. 줄기를 만졌다. 억센 털이 손끝에 걸렸다. 서울에서 만졌던 어떤 것과도 다른 감촉이었다.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었다. 신맛이 먼저 왔고, 단맛이 늦게 왔다. 아무한테도 보여줄 수 없는 맛이었다.

핸드폰을 꺼내 알람 이름을 눌렀다. “합정역.” 커서가 깜빡였다.

지웠다. 세 글자를 쳤다. “토마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 알람은 내일 다섯 시 사십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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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귀농 71.9% 늘어…완주로 향한 ‘정착형 농촌행’ — 아시아투데이, 2026년 7월 10일

한 줄 요약: 완주군의 귀농 인구가 97가구 153명으로 전년 대비 71.9% 증가했다.


작가의 말

97가구라는 숫자 뒤에 97개의 아침이 있다는 걸 생각했습니다. 도시를 떠나 흙을 잡기로 한 사람의 첫 번째 아침, 그리고 그 아침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는 순간. 알람 이름을 바꾸는 일 — 그 작은 행위가 한 사람의 정착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