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화단에 물을 주었다.
봉선화였다. 삼 년 전 일학년 네 명이 심었다. 흙을 파는 손이 작아서 상철이 모종삽을 잡아주었다. 지금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두 명은 이사를 갔고, 한 명은 읍내 학교로 전학했고, 마지막 한 명은 올해 졸업했다.
학교는 이번 학기로 문을 닫는다.
상철은 이 학교에서 십사 년 동안 일했다. 관리원. 보일러를 돌리고, 유리창을 닦고, 운동장 잡초를 뽑았다. 명찰에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저씨”라고 불렀다. 한 번은 일학년 여자아이가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었다. 상철이라고 답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날도 아저씨라고 불렀다.
교무실에 남은 건 책상 다섯 개였다. 한때 일곱 개였다. 서랍을 열면 볼펜 한 자루, 성적표 파일, 먼지. 마지막 교장은 삼월에 발령을 받고 떠났다. 악수할 때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했다. 상철은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호스에서 물이 나왔다. 봉선화 잎에 물방울이 맺혔다. 칠월 햇살이 잎 위에서 둥글게 빛났다.
누가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가 닫히면 화단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물을 주지 않으면 — 심은 아이들이 알까 봐가 아니라, 자기 손이 허전해서. 매일 이 시간에 호스를 잡는 것이 십사 년의 습관이었다. 습관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다만 멈추면 하루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모르게 된다.
물을 잠그고 호스를 감았다. 운동장을 건너 관리실로 돌아왔다. 슬리퍼가 먼지를 끌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는 먼지가 하루 종일 날렸는데, 요즘은 아침에 한 번 쓸면 하루가 끝이다.
벽에 걸린 달력은 칠월이었다.
남은 날은 스물넷. 그 뒤로는 빈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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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영상뉴스] 오늘의 주요뉴스 2026년 7월 7일 — 영남경제, 2026년 7월 7일
한 줄 요약: 포항에서 문 닫은 학교가 45곳을 넘어서며, 학령인구 감소와 폐교 활용이 지역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작가의 말
포항에서 문 닫은 학교가 45곳이라는 숫자를 보았다. 숫자 뒤에는 교무실이 있고, 운동장이 있고, 화단이 있다. 학생도, 교사도 떠난 뒤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 — 관리원, 경비원, 급식실 직원. 그 사람의 하루가 궁금해서 이 이야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