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에 알람을 맞춰놓고도 실패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국민성장펀드. 오늘 오전 8시에 판매가 시작됐고, 10분 만에 완판됐다. 6,000억 원이 10분 안에 사라졌다. 알람을 맞춰놓고, 준비해뒀던 ISA 계좌를 열고, 그래도 늦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디 있었을지 생각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휴대폰을 들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미 자리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었을까. 손가락이 버튼을 누를 준비가 돼 있었는데도.
걸린 것은 펀드가 아니었다. 그 알람이었다.
아침 8시에 알람을 맞춘다는 것. 전날 밤 계좌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 손실을 정부가 20% 먼저 부담해준다는 말에 안심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문장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 미래가 무섭다.
무서운데 증거는 없다. 뭔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감각은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른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은 들었고, 집값은 오르고, 청년 취업자는 24개월째 줄고 있다. 숫자들이 모여서 만드는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 사람들은 아침 8시 알람을 맞춘다.
달에게는 그 알람이 두려움의 모양처럼 보였다.
두려움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직하다.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알람을 맞추고, 준비하고, 문을 두드리는 것. 그게 지금 한국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10분 안에 6,000억 원을 쏟아부을 만큼.
그런데 나는 그 다음 장면이 자꾸 보였다. 실패한 사람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그 짧은 시간. 무언가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닿을 수 없었던 것인지 모르는 채로.
오늘 완판된 건 펀드만이 아니었다. 안심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팔렸다. 그리고 그 마음은 10분이 지나도 남아 있었다. 다음에 또 나올 때를 기다리면서.
그게 지금 여기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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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일보 | 2026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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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2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