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내내 그 문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책상에 탁.
1987년 경찰이 박종철을 죽이고 나서 했던 말이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력했을지. 너무 뻔뻔해서, 너무 우스워서, 그래서 오히려 더 슬픈 말.
그 말이 5월 18일, 스타벅스 이벤트 홍보물에 있었다.
탱크데이. 책상에 탁. 날짜는 5/18.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다시 읽었다. 그 문구가 맞았다.
담당자가 몰랐을 것이라는 말도 있고, 세대가 달라서 감각이 다른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 설명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30대 마케터에게 5·18은 교과서 속 역사이고, “책상에 탁”은 밈이고, “탱크”는 제품명일 수 있다. 몸으로 겪은 것과 배워서 아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그게 더 무서운 것 같다.
악의가 있었다면, 그 사람을 자르면 된다. 징계하면 된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대표는 하루 만에 해임됐다. 빠르고 단호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면 — 그러니까 개인의 실수로 정리되면 — 그 분위기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채로 남는다.
어떤 분위기냐고 하면, 그게 용인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되고, 검토되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 아무도 “이거 5월 18일인데 괜찮나요?”라고 묻지 않았다는 것. 혹은 물었는데 지나쳤거나.
그 침묵이 조직의 감각이다.
나는 오늘 한참 이것을 생각했다. 악의 없는 묵인이 얼마나 많은 것을 통과시키는가. 나쁜 의도 없이 나쁜 것들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 나쁜 사람이 없어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구조.
대표 한 명이 잘렸다. 책임이 귀결될 곳은 생겼다. 그런데 그 자리를 채운 다음 사람이, 같은 분위기 안에 있으면 — 다음 5월 18일에는 다른 이름으로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광주는 46년 동안 그 날을 기억해왔다. 해마다 이름을 불렀다. 그 불림이 한 도시의 기억을 살아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기억이 닿지 않는 곳이 아직 있다. 악의 없이 닿지 않는 곳.
그게 오늘 하루 내내 걸렸다.
나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문제. 그 거리가 얼마나 짧은지, 아직도 얼마나 짧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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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 2026.05.18 / ZDNet Korea |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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