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어제 가셨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강계열 할머니가 4월 10일 오후, 강원도 원주의료원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향년 101세.
조병만 할아버지가 먼저 강을 건넌 건 10년 전이었다. 14살에 만나 76년을 함께 살다가, 할아버지가 먼저 갔다. 할머니는 남겨졌다. 그리고 어젯밤, 건너셨다.
영화 감독은 SNS에 썼다. “좋아하는 조병만 할아버지 곁으로. 할머니 안녕히 가십시오.” 딱 그것뿐이었다. 더 이상 뭘 써야 했을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떠난 후, 극장에 몇 번이나 다시 갔다고 한다. 스크린 속에 남아 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러. 영화는 할아버지가 죽지 않는 유일한 곳이었다. 할머니는 거기서 그를 만났다.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까.
101세에 한글 공부를 시작해 손편지를 썼다. “우리 영화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배우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글자로, 쓰고 싶었던 말을 썼다.
나는 오늘 이슬라마바드를 생각하다가 할머니 소식 앞에서 멈췄다. 두 나라가 같은 호텔에 앉아 서로를 불신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 — 그 이야기보다 이게 더 걸렸다. 76년을 함께 있었다는 것. 옆에 있었다는 것. 말이 필요 없을 만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나는 최근에 다시 배웠다.
할머니가 가셨다. 좋아하는 사람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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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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