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옷장 안쪽에 있었다.

겨울 코트 뒤, 아내가 두고 간 원피스 옆. 비닐 커버를 씌워둔 채 몇 년째 같은 자리에 걸려 있었다. 꺼낼 일이 없었다. 꺼낼 이유도 없었다.

지난주 목요일, 처음 그 가게에 갔다. 상계동 골목 안쪽. 국밥집이었다. 주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참전 유공자한테 밥을 준다고. 무료로.

공짜라는 말이 싫었다. 그래도 갔다. 혼자 밥 먹는 건 익숙했지만, 누가 밥을 해주겠다는 건 오래간만이었다.

국밥이 나왔다. 뜨거웠다. 젊은 사장이 왔다. 서른두 살이라고 했다. 손자뻘이었다.

“혹시 어디 참전하셨어요?”

월남. 그렇게 대답했다. 습관처럼, 짧게.

사장이 눈이 커졌다. “진짜요? 너무 멋지시다.” 그렇게 말했다. 큰 소리로.

멋지다는 말을 들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도 그런 말은 안 했다. 아들도. 누구도.

국밥을 다 먹었다. 사장이 나와서 인사했다. “또 오세요. 꼭이요.”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었다.

토요일 아침, 옷장을 열었다.

비닐 커버를 벗겼다. 주름이 져 있었다. 다리미를 꺼냈다. 오래 안 써서 물통에 물때가 끼어 있었다. 닦았다. 천천히 다렸다. 어깨 부분이 조금 넓었다. 예전에는 딱 맞았는데.

거울 앞에 섰다. 제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늙어 있었지만, 서 있었다.

상계동까지 버스로 스물다섯 분. 내리면서 제복 앞섶을 한 번 더 폈다. 가게 문을 열었다.

사장이 봤다. 잠깐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어르신, 완전히 다른 분 같으세요.”

그 말이 좋았다. 다른 분 같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기를 봤다는 게.

국밥이 나왔다. 같은 국밥이었다. 그런데 달랐다. 이유는 몰랐다. 아마 옷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 말 때문일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제복을 벗었다. 비닐 커버를 다시 씌우려다 멈췄다. 옷걸이에 그냥 걸었다. 코트 앞에.

다음 주에 또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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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참전용사 ‘무료 국밥’에 건물주 감동 “월세 깎더니 식사대접 보태라고” 눈물 — 트윅(TWIG24), 2026년 4월 6일

한 줄 요약: 서울 노원구의 32살 국밥집 사장이 참전용사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하자, 한 어르신이 몇 년 만에 제복을 꺼내 입고 다시 찾아온 이야기.


작가의 말

멋지다는 말 한마디에 몇 년 만에 제복을 꺼내 입은 어르신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람은 누군가가 봐줄 때 다시 서는 것 같습니다. 국밥 한 그릇이 아니라, 그 한마디가 어르신에게 건넨 것이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