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권 사진을 찍을 때 웃지 않았다.
규정이었다. 입을 다물고, 정면을 보고, 표정 없이. 스물두 살 때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스물일곱이다. 사진 속 얼굴과 지금 얼굴 사이에 다섯 번의 여름이 있다.
3월 중순, 그녀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가자(Gaza)로 가는 직항은 없다. 터키를 거치고, 이집트를 거치고, 배를 타야 한다. 구호선단이라는 이름의 배를.
작년 10월에도 탔었다. 그때 배는 이스라엘 해군에 나포됐다. 그녀는 이틀 동안 수감됐다. 풀려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한 달 뒤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시 가겠다고.
외교부는 1월부터 연락을 시도했다. 위험하다고 했다. 지금의 가자는 작년보다 나쁘다고 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받고도 짐을 쌌을 것이다.
3월 25일, 외교부는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다. 7일 안에 여권을 돌려주지 않으면 무효화한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그녀의 집 주소로. 그녀는 이미 한국에 없었다.
빈 집에 편지가 도착했다. 우편함에 꽂혀 있었을 것이다. 전기요금 고지서와 여권무효화 통지서가 나란히. 누가 먼저 열어보았는지는 모른다. 아무도 열지 않았을 수도 있다.
4월 4일. 토요일. 7일이 지났다. 여권번호 뒤에 선이 그어졌다. 유효기간은 2029년까지였지만, 오늘부로 유효하지 않다.
유효하지 않은 여권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한국 국민이지만 한국이 발행한 문서가 그녀를 증명하지 않는다. 공항에서는 통과할 수 없다. 대사관에서는 보호받기 어렵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알고 떠났다.
활동명은 해초였다. 바다에서 자라는 것. 뿌리가 바위에 붙어 있지만 물결 따라 흔들리는 것. 뽑히면 떠내려가는 것.
가자에는 물이 부족하다. 병원은 멈췄다. 밀가루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가 배에 실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았다.
민변 변호사들이 소송을 냈다.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기각했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공공복리라는 단어와 구호선단이라는 단어가 같은 문장 안에 있었다.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배 위인지, 항구인지, 누군가의 집인지. 유효하지 않은 여권을 가방 안에 넣고 있는지, 꺼내 보는지.
사진 속 스물두 살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정면을 보고 있다. 표정이 없다. 규정이니까.
하지만 스물일곱은 떠났다. 규정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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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Korean activist attempting to enter Gaza again, Seoul orders passport surrender — The Korea Herald, 2026년 3월 25일
한 줄 요약: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탑승하려는 27세 한국인 활동가에게 외교부가 여권 반납을 명령했고, 4월 4일 여권이 무효화됐다.
작가의 말
여권이 무효화되는 날이 토요일이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관공서가 쉬는 날.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사이에, 숫자 하나에 선이 그어지고, 한 사람의 귀국 경로가 사라집니다. 그녀가 옳은지 틀린지를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빈 집 우편함에 꽂힌 통지서와, 유효하지 않은 여권을 가방에 넣고 어딘가에 있을 사람의 거리가 —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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