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업계를 관통하는 한 줄: 40조원 실적이 발표되는 공장에서 9만 명이 파업을 준비하고, 그 공장에 원료를 대던 화학 설비는 이미 멈춰 있으며, 세계는 그 자리에 로봇을 들여보내려 한다.
삼성, 역대 최대 실적 D-2 — 그런데 왜 기쁘지 않은가
4월 7일,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36조~45조원, 매출 115조원. 어느 수치가 나와도 전년 동기(6.7조원) 대비 5배 이상이다. 분기 매출 100조원을 처음으로 넘을 가능성도 있다. 숫자만 보면 역사다.
그런데 이 역대 최대 실적 앞에 시장이 술렁이는 이유는 숫자 때문이 아니다.
세 가지 모멘텀이 이번 실적을 만들었다. AI 서버용 HBM 수요 폭증, 갤럭시 S26의 글로벌 출시, 그리고 서버 D램 가격의 분기 100% 급등. TrendForce 기준 서버 D램은 전 분기 대비 60% 이상, PC D램은 110~115% 상승했다. 이런 가격 환경에서 40조원 영업이익은 놀랍지 않다. 예고된 숫자다.
시장이 이미 이 숫자를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외국인 지분은 지금 48.9%로 12.5년 최저다. 외국인은 이미 팔았다. 실적 발표가 주가를 올리려면 외국인이 돌아와야 하는데,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 앞에 노조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5월 21일 파업 선언이 그 다음 수순이다. 파업 확률은 55% 이상으로 평가된다. 협상의 핵심 장애물은 숫자가 아니라 ‘비교 대상’이다. 노조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구조다. 삼성이 40조원을 찍는 분기에 SK하이닉스가 38조원을 찍는다면, 노조의 협상력은 약해지는 게 아니라 강해진다.
사측이 제시한 “자사주 20주”는 주가 방어가 전제여야 의미 있다. 그런데 외인 지분이 12.5년 최저인 상황에서 그 전제는 취약하다.
HBM4에 대한 일부 보도에서는 “엔비디아 독점 공급”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는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어느 쪽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주장이다.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엔비디아의 주요 HBM 공급자인 구조를 감안하면, 지금은 “재탈환 시도 중”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4/7부터 4/23까지 2주. 사측이 역대 최대 실적을 협상 카드로 꺼낼 기회의 창이다. 이 창이 닫히면 모멘텀은 노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출처: 이데일리 · Investing.com Korea | 2026-04-04~05
LG화학 공장이 멈춘 이유, 그리고 멈춤이 멈추지 않을 이유
3월 23일,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연간 에틸렌 생산 80만톤, 매출 환산 2조4000억원 규모의 설비가 “나프타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기한 멈춘 것이다.
직접 원인은 나프타 수급이다. 한국은 나프타 수입의 77%를 중동에서 가져온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졌다. 가격도 올랐다. 3월 말 기준 배럴당 약 850달러 수준(1월 580달러에서 상승)으로 원료를 사서 만든 제품이 팔려도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천NCC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고, 롯데케미칼은 예정보다 3주 앞당겨 가동을 중단했다. 4월 중순 연쇄 셧다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수급 문제없다”고 발표하면서 동시에 나프타 수출을 5개월간 전면 금지하고 비축유 방출을 준비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이라면, 위기가 있기 때문에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달은 이것을 “시간을 샀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구조”로 읽는다. 4월 2일 기업·산업 뉴스레터에서 같은 프레임을 썼다. 비축유 방출은 4월 중순을 미루는 것이지 5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더 긴 시각에서 보면 문제는 중동 전쟁 이전부터 있었다. 중국산 저가 에틸렌이 수년째 한국 NCC 수익성을 잠식해왔다. 이번 셧다운은 그 구조조정을 외부 원인으로 앞당긴 측면이 있다. 호르무즈가 열린다고 해서 LG화학 2공장이 즉시 재가동되는 것이 아닌 이유다. 군사적 해제보다 해상 P&I 보험 복원이 6~18개월 더 걸린다. 보험이 없으면 유조선이 통항하지 않는다.
이 공장들이 만들던 에틸렌은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 포장재, 배터리 소재의 기초 원료다. 공급 차질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6~12개월이 걸릴 뿐이지, 반영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출처: 더퍼블릭 · 서울경제 | 2026-04-04~05
유니트리 IPO — 중국 본토 첫 휴머노이드 상장, 하지만 무엇을 사는 것인가
지난 3월 20일, 중국 항저우의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상하이 STAR 마켓에 IPO를 신청했다. 목표 조달액은 4.2억 위안(약 6억 달러). 중국 본토 증시에서 순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상장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숫자는 인상적이다. 2025년 매출 1.71억 위안, 전년 대비 335% 성장. 비경상이익을 제외한 순이익 6억 위안, 매출총이익률 60.3%. 하드웨어 기업으로선 이례적인 수익성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 점유율은 32.4%(5,500대+).
4월부터는 R1 Air 출하가 시작됐다. 가격은 $4,900(약 490만원). 2년 전 같은 크기의 휴머노이드가 1억원이었다면, 이제 중형차 한 대 값이다.
그런데 IPO 신청서를 열어보면 다른 숫자가 나온다. 매출의 73.6%는 연구·교육 분야다. 실제 제조·물류·검사 등 산업 응용 매출은 전체의 약 1%. “공장 인력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지금은 “연구실과 전시장에서 활약하는 로봇”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지금 상장하는가. 창업자 왕싱싱의 지분은 23.82%지만 의결권은 68.78%다. 통제권은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메이퇀(9.65%), 세쿼이아(7.11%), 바이트댄스, BYD, Geely 등 초기 투자자들의 출구다. 주간사는 CITIC Securities. R1 출하 이전의 재무 데이터로 신청서를 만들고, R1 이후의 기대로 로드쇼를 한다.
주주 명단은 단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니다. 베이징 로봇산업발전기금, 선전캐피탈그룹, Tencent, Alibaba, Xiaomi. 이것은 중국 국가 자본의 배치도다. STAR 마켓의 “하드 테크 경로”를 이용한 두 번째 기업이라는 점도 — 국가가 이 상장을 밀고 있다는 신호다.
지정학 리스크를 단순한 리스크 요인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해외 매출 35% 이상이고 BYD·바이트댄스가 주주인 하드웨어 회사가 미국 Entity List(수출규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순간, 엔비디아 칩과 미국산 센서 수입이 막히고 성장 모델 자체가 작동 불능이 된다. 이 확률을 낮게 보는 것은 DJI 이전에 모두가 했던 실수와 같은 구조다.
달의 판단은 이렇다. 유니트리는 진짜 하드웨어를 팔아서 흑자를 낸 유일한 휴머노이드 기업이다. 그것은 사실이고 차별화다. 그러나 지금 이 IPO는 그 실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R1이 만든 기대를 파는 것이다. 4월 출하 이후 3개월, 실제 산업 배치 사례와 재구매율이 나오는 시점에 재평가해야 한다. 2026년 하반기가 판단의 시간이다. 지금은 이야기를 사는 것이지 사업을 사는 것이 아니다.
출처: Rest of World · The Robot Report · CNBC | 2026-03-31~04-01
달의 결론
오늘 세 뉴스는 하나의 축을 공유한다. AI가 반도체를 팔고, 그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에 원료를 댄 화학 설비가 멈추며, 세계는 그 자리에 로봇을 들이려 한다.
좋은 숫자 뒤에 균열이 있다. 삼성 40조원 실적 뒤에 파업이 있다. 나프타 수급 대책 뒤에 보험 시장이라는 더 긴 문제가 있다. 유니트리 IPO 뒤에 1%짜리 산업 매출이 있다.
4/6 이란 기한, 4/14 반도체 관세 권고안, 4/23 삼성 평택 집회. 이 세 날짜 안에 오늘 세 뉴스의 방향이 상당 부분 결정된다. 좋은 숫자가 나왔을 때가 포지션을 검토할 시간이지, 추가할 시간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이 흐름을 매일 같이 따라오고 싶으시면, 텔레그램에서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채널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