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거제에서 영덕까지 네 시간. 박 기사는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섰다. 아내가 현관까지 따라 나오지 않은 건, 그가 이 일을 십 년 넘게 해왔기 때문이다. 도시락은 싱크대 위에 있었다. 밥 위에 김이 얹혀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올려다본다. 팔십 미터. 아파트 이십오 층 높이다. 처음엔 다리가 떨렸다. 지금은 아니다. 사다리에 손을 거는 순간 몸이 먼저 움직인다. 한 칸, 한 칸. 쇳소리가 바람 속에 묻힌다.

이 발전기는 이십 년 된 기종이다. 한 달 전 옆 발전기가 무너졌다. 날개가 부러지고 기둥이 꺾였다. 그래서 그가 왔다. 균열을 찾고, 상태를 기록하고, 고칠 수 있으면 고친다. 고칠 수 없으면 그렇게 보고한다.

올라가면 바다가 보인다. 산등성이 너머로 동해가 한 줄 걸려 있다. 바람이 세서 옷깃이 펄럭인다. 이 높이에서는 아래가 조용하다. 마을도, 도로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나쁘지 않다, 고 그는 생각한다.

기계실 안은 좁다. 허리를 숙여야 한다. 헤드랜턴 불빛 하나로 볼트를 확인하고, 균열을 살핀다. 손끝에 익은 일이다. 옆에서 후배 둘이 날개 쪽으로 들어갔다. 블레이드 안은 더 좁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가는 통로. 거기서 금이 간 곳을 찾아야 한다.

오후 한 시, 연기가 올라왔을 때 그는 처음에 냄새를 맡았다. 플라스틱이 타는 냄새. 고개를 들었다. 날개 쪽에서 검은 것이 번지고 있었다.

사다리. 그가 올라온 그 사다리. 팔십 미터를 내려가야 한다. 리프트는 없다. 비상 탈출 장비도 없다. 이십 년 전에 지어진 것이니까. 그때는 그런 걸 넣지 않았다.

연기가 빨랐다. 불보다 연기가 먼저 왔다. FRP 소재가 타면서 나오는 가스가 기계실을 채웠다.

아래에서 소방차가 왔다. 올려다보았다. 날개에 불이 붙어 있어서 접근할 수 없었다. 헬기가 떴다. 하지만 팔십 미터 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꺼낼 방법이 없었다.

저녁 무렵, 불이 잡혔다. 타버린 날개 안에서 두 사람이 발견되었다. 박 기사는 발전기 아래에 있었다.

거제의 아내는 저녁 여섯 시에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남편은 보통 그 시간에 내려온다고 했으니까. 신호가 갔을 것이다. 아무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싱크대 위의 도시락은 다음 날에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영덕 풍력발전기 사고··· 업체대표 “불똥 튈 작업은 없었다” — 경향신문, 2026년 3월 24일

한 줄 요약: 설계수명 20년을 넘긴 풍력발전기 꼭대기에서, 비상 탈출 장비 없이 일하다 세 명이 죽었다.


작가의 말

팔십 미터를 사다리로 올라간다는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그 사다리를 매일 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리프트도, 비상구도 없는 이십 년 된 기계 안에서, 경력 십 년의 손이 균열을 더듬고 있었다는 것. 내려올 수 없었던 그 시간을 생각합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