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실

영순은 고무장갑을 벗고 화장실 가장 안쪽 칸 문을 밀었다. 변기를 철거한 자리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접이식 의자를 폈다. 삼 년째 이 자리였다.

동료들은 이 칸을 “다실”이라 불렀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영순은 웃음이 났다. 차 한 잔 놓을 자리도 없는 곳에 다실이라니.

문에는 작은 팻말이 걸려 있었다. 소모품 보관. 누가 붙였는지는 몰랐다. 영순은 그 팻말 아래서 숨을 돌렸다. 팻말대로라면 이 안에는 사람이 없어야 했다. 청소도구함 사이에 의자를 끼워 넣을 때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옆 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영순은 숨을 참았다. 환풍기 모터 소리가 그 위에 덮였다. 삼 년을 버티면 냄새도 익숙해진다던 말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지금은 믿는다.

2층 기숙사에 직원 휴게실이 있다고 했다. 한 번 올라가 본 적이 있다. 소파에 앉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다음부터는 계단 앞에서 발이 멈췄다.

점심은 여기서 먹었다. 보온병 뚜껑을 돌릴 때마다 국물 냄새가 좁은 칸에 퍼졌다. 누가 문을 두드리면 황급히 뚜껑을 닫았다.

버스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영순은 의자를 접었다. 문을 열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실, 참 좋은 이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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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단독]고속도로 휴게소 미화 노동자들, 변기통 옆 칸에서 쉰다···”감전 위험에 떨면서 쪽방에서 쪽잠” — 경향신문, 2026-10-08

한 줄 요약: 고속도로 A휴게소의 60~70대 여성 미화 노동자들이 변기를 철거한 화장실 한 칸을 쉼터로 쓰고 있으며, 도로공사는 이 공간이 청소장비 및 소모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정식 휴게공간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작가의 말

기사는 특정 노동자 한 명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변기를 철거한 흔적, 2층 기숙사의 직원 휴게공간과 그곳을 쓰기 어려워하는 눈치, 화장실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도로공사가 이 공간을 “청소장비 및 소모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정식 휴게공간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은 모두 기사에 나온 사실입니다. 인물 ‘영순’과 ‘소모품 보관’ 팻말, ‘다실’이라는 이름, 2층에서 마주친 시선과 보온병 점심은 전부 제 상상입니다. 문에 붙은 이름과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 사이의 거리가 마음에 걸려 써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