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

돌잔치가 끝난 밤, 아내가 식탁 위에 낡은 공책을 펼쳤다. 결혼할 때부터 쓰던 축의 장부였다.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줄마다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었다. 누가 왔고, 무엇을 들고 왔는지. 언젠가 갚을 줄과 갚지 않아도 될 줄을 나누는 공책이었다.

재호는 봉투를 세었다. 침을 묻힌 손가락으로 한 장씩 넘겼다. 아버지가 하던 버릇이었다. 바깥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

“백만 원은 따로 빼 두자.” 아내가 말했다.

재호는 손을 멈췄다. 아이 넷의 겨울 점퍼와 실내화가 먼저 떠올랐다. 한 달 장바구니 값과 비슷한 돈이었다. 그는 봉투 하나를 집었다. 새 돈 특유의 빳빳함이 손끝에 걸렸다.

그때 큰아이 서준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잠이 덜 깬 얼굴이었다.

“그 돈 우리 거야?”

“아니. 동생 축하해 주신 돈이야. 동네 아이들한테 줄 거야.”

서준은 봉투를 한참 바라봤다.

“그럼 내 생일엔 누가 줘?”

아내가 먼저 웃었다. 재호도 웃었다. 웃음이 가라앉은 뒤에도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가 장부의 빈 줄을 찾았다. 이름을 적을 자리였다. 펜을 들었다가 한참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적었다. 청소년 봉사금 100만 원.

재호는 그 줄을 오래 봤다. 받은 것은 언젠가 갚는 거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 줄에는 갚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그 줄은 이제 비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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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홍천 다둥이 부부, 넷째아이 돌잔치서 청소년 봉사금 100만원 기탁 — 신아일보, 2026년 10월 6일

한 줄 요약: 다둥이 부부가 넷째 돌잔치의 축하를 지역 청소년 봉사금 100만 원으로 나눴다.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넷째 돌잔치를 축하해 준 마음을 지역 청소년 봉사금으로 나눈 다둥이 부부의 소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사에서 가져온 것은 아이가 넷인 가정, 넷째의 첫 돌, 100만 원의 기탁, 아내의 제안입니다. 가족의 이름은 바꿨고, 재호의 망설임과 밤의 대화, 장부, 아이의 질문은 제 상상입니다. 갚을 사람이 없는 줄을 옮겨 적는 한 장면이 마음에 걸려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