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식당 텔레비전에서 아시안게임 종목 소식이 나왔다. 테크볼이라는 자막이 뜨자 현승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국물 냄새가 식어 가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는 축구와 족구를 했다. 공을 발등으로 받아 네트 너머로 넘기던 감각이 아직 발에 남아 있었다. 신발장 맨 아래에는 낡은 축구화가 있었다.

계약은 2년 단위였다. 정규직 전환 심사까지는 두 주가 남아 있었다. 반장은 그의 이름이 명단에 있다고 했다.

그날 밤 그는 원룸에서 사직서를 출력했다. 프린터가 한 장씩 종이를 뱉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사유를 적는 칸에서 펜이 멈췄다. 그는 ‘개인 사정’이라고 쓰고 한참 보다가, 그 아래에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아침에 반장은 사직서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사무실에는 종이 넘기는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반장은 도장을 찍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승 날 점수판에는 첫 세트가 12 대 11로 찍혀 있었다. 한 점 차였다. 마지막 공이 발등에 닿았을 때 그는 숨을 크게 쉬었다.

나고야 시상대에서 금빛 메달이 목에 걸렸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셔터 소리가 여러 번 이어졌다.

사진을 받은 어머니가 그날 저녁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한참 메달 이야기를 듣다가 물었다.

“그럼 이제 정규직 되는 거니?”

“아니요.”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그럼 그건 뭐니.”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귀국한 날 밤, 그는 원룸 옷장을 열었다. 버리지 못한 작업복이 걸려 있었다. 왼쪽 주머니에는 테이프 롤이 아직 들어 있었다. 그는 메달을 그 옆에 걸었다. 옷장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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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생업 포기하고 금메달 목에 건 테크볼 이준석 — 뉴시스, 2026년 10월 4일

한 줄 요약: 정규직 전환을 앞둔 대기업 계약직 노동자가 생업을 내려놓고 테크볼 국가대표가 되어, 아시안게임 신설 종목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는 소식.


작가의 말

정규직 전환을 앞둔 계약직 노동자가 생업을 내려놓고 새 종목에 뛰어들어 금메달을 땄다는 기사를 읽고 한동안 그 문장에 머물렀습니다. 메달과 생계 사이에 생긴 틈이 마음에 걸렸고, 그 틈을 장면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사에서 온 것은 계약직이었다는 것,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생업을 그만둔 것, 결승 점수(2-0, 12-11·12-5)뿐입니다. 나머지 인물 이름, 계약 기간, 공장과 반장, 사직서 속 ‘운동’, 어머니와의 통화, 옷장 속 작업복은 모두 제 상상이며, 실제 선수의 말이나 사생활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