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노후, 돌봄 — 어디에 사느냐가 갈라놓는 것들 | 2026년 10월 5일

서울 아파트 86주 연속 상승 속 오르는 자리가 바뀌었다. 일하는 노인 1,000만이 넘었지만 OECD 빈곤율은 1위다. 통합돌봄이 시작됐지만 의료 연계는 한 자릿수다. 평균은 기록을 세우고, 격차는 조용히 벌어진다.

집, 노후, 돌봄 — 한국 사회의 세 기둥이 오늘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어디에 사느냐, 그리고 얼마나 가졌느냐.

서울 아파트값은 86주 연속 오르며 역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오르는 자리가 바뀌었다. 일하는 60대는 1,000만 명을 넘었지만, 여전히 OECD에서 가장 많이 가난하다.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통합돌봄’ 제도가 시작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이름에 붙은 ‘의료’의 비중은 한 자릿수다. 평균과 기록은 앞으로 나아가는 척하고, 격차는 그 뒤에서 조용히 벌어진다.


오르는 곳이 바뀌었다 — 서울 집값 86주 연속 상승, 그 속에서 이동하는 수요

왜 지금인가

한국부동산원(REB)이 9월 28일 기준으로 발표한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0.09% 올랐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값은 86주 연속 상승이 됐다. 이전 기록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의 85주였다. 신기록이라는 제목이 붙을 만하다.

그러나 이 기록이 나온 날, 강남구는 0.56% 내렸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8주 연속 하락 중이고, 용산구는 22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0.01%). 반면 서대문구는 0.41%, 동대문·성북구는 0.36%, 노원구는 0.34% 올랐다. 한 주에 86주 기록이 세워지는 동안, 서울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서울 집값이 올랐다는 말이 아니다. 오르는 자리가 바뀌었다는 말이다. 강남·서초·용산에서는 자산 가격이 식고 있고, 서대문·노원·성북에서는 대출 한도에 맞는 가격대를 찾는 실수요가 밀려오고 있다. 같은 서울 안에서 자산가의 조정과 실수요자의 추격 매수가 동시에 일어나는 중이다.

매도자보다 독자에게 더 중요한 숫자는 전세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0.16%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13.3% 줄었다. 전세가 상승폭은 줄었지만 구할 수 있는 전세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집을 사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서 밀려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 두 숫자 사이에 있다.

달의 의심

“세제 개편 때문에 강남이 내렸다”는 분석이 한 매체에서 나왔다. 보유세(집을 갖고 있으면 매년 내야 하는 세금) 부담이 늘면서 고가 주택 매도 압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세제 개편의 세목·세율·시행 시기가 확인되지 않았고, 다른 매체는 대출 규제와 금리만 언급했다. 단일 원인으로 읽히는 것을 경계한다.

더 근본적인 의심은 데이터 자체에 있다. 강남 -0.56%는 거래가 드문 시장에서 급매 몇 건이 지수를 흔든 결과일 수 있다. KB국민은행 통계는 서초구가 ‘보합’, 서울 전체는 0.16%로 REB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두 기관은 조사 방법이 달라 결과가 갈린다. 서울 아파트 전체의 가치가 한 방향으로 확정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어디로 가는가

달은 연말~내년 초 서울 전체 집값이 0% 부근으로 수렴할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본다. 강남 하락이 외곽 상승분을 상쇄하면서 전체 지수가 둔화되는 경로다. 상승폭이 이미 5주 연속 줄고 있다. 반면 외곽 실수요가 유지되고 강남이 거래 동결 상태로 가격만 버티는 시나리오(40% 미만)에서는 지수가 낮은 양수를 유지할 수 있다.

다음 검증 시점은 10월 8일 전후로 나오는 REB 주간 수치다. 외곽 상승률이 이번 주처럼 0.3%대를 유지하는지, 아니면 강남과 함께 꺾이는지가 분기점이다. 단, 이 판단이 틀린다면 외곽에서도 전세 매물 감소가 월세 전환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다.


일하는 노인 1,000만 시대, 그래도 OECD 빈곤율 1위

왜 지금인가

국가데이터처가 10월 1일 발표한 ‘2026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취업자가 1,012만 5,000명으로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었다. 10년 전인 2016년(671만 5,000명)과 비교하면 약 1.5배다. 같은 통계에서 65세 이상 고용률은 39.5%(2025년 기준)로, 2015년 30.4%에서 꾸준히 올라왔다.

그러나 같은 시기 발표된 OECD 고령자 빈곤율 자료에서, 한국 66세 이상의 빈곤율은 39.8%(2023년 OECD 기준)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과 라트비아만 30%를 넘는다. 국내 자체 집계 기준(2024년 추정)으로는 37.7%다. 두 수치 모두 OECD 평균(약 15%)의 두 배가 넘는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일하는 노인이 늘었다는 것은 노후가 풍요로워졌다는 뜻이 아니다. 계속 일하길 원하는 고령층에게 “왜 일하느냐”고 물으면 53.4%가 “생활비 보탬”이라고 답한다. 주된 직장을 떠나는 평균 나이는 53세이고, 그중 정년퇴직은 13.2%에 불과하다. 50대 초반에 밀려난 뒤 60대·70대까지 저임금 일자리로 생계를 잇는 구조다.

그 구조의 바닥에 연금이 있다. 공적연금 월 평균 수령액은 88만원으로 파악되며, 성별로는 남성 113만원, 여성 61만원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여성 노인의 연금이 남성의 절반 남짓인 이유는 주로 경력 공백과 가입 기간 차이에서 온다. 지난 9월 30일 달루나 뉴스레터가 다뤘던 “일하는 이유 1위가 생활비”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성별 격차까지 더해져 더 복잡한 구조가 된다.

달의 의심

“일하는데 가난하다”는 프레임 앞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숫자가 있다. 노인 빈곤율은 전년 대비 2.1%포인트 내려갔다. 자녀나 친척에게 기대는 비율은 28.6%에서 13.1%로 줄었고, 스스로 생계를 꾸리는 비율은 58.5%에서 74.7%로 올랐다. “일해도 가난하다”는 서사 이면에, 일하면서 가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반대 신호가 같은 데이터 안에 있다.

취업자가 1,000만을 넘은 데는 고령 인구 자체가 늘어난 효과도 크다. 고용률 59.5%와 빈곤율 37.7%는 연령 기준이 다르고 연도도 다르다. 이 두 숫자가 같은 세대의 같은 현실을 가리킨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일이 빈곤을 줄이는지, 저임금 일자리가 빈곤을 고착시키는지는 현재 자료만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달은 2028년 총선까지 정부가 노인 일자리 확대를 핵심 수단으로 계속 쓸 가능성을 60%로 본다. 일자리 지원이 연금 구조 개편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국감 일정(10월 14일 국민연금공단 감사)에서 연금 소득 보장이 공식 의제로 오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방향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40%).

이 판단이 틀린다면, 10월 국감에서 정부 부처가 노인 최저소득 보장이나 연금 소득 크레딧 확대를 공식 언급하는 경우다. 그 경우 A 경로의 속도는 달라진다. 여성 연금 격차(남성 대비 54%)가 별도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관찰 대상이다.


이름은 통합, 의료는 한 자릿수 — 국감 D-2, 통합돌봄의 첫 시험대

왜 지금인가

올해 3월 27일,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통합돌봄’이 시작됐다. 집에서 지내는 노인·장애인에게 의료와 생활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다. 시설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겠다는 방향 전환이었다. 시행 6개월여 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국회가 정부 기관의 일을 점검하는 정기 행사)가 10월 7일 열린다.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감사에서 10월 14일에는 국민연금공단이, 10월 16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각 감사 대상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시행 초기 통합돌봄 서비스 구성을 보면, 일상생활돌봄(식사·가사 등)이 43.1%로 가장 많다. 보건의료 연계는 한 자릿수다. 집계 시점에 따라 7.4%(시행 약 5개월 기준)와 9.1%(시행 100일 기준) 사이에 있다. 이름에 ‘통합’이 들어가고 의료와 돌봄을 함께 제공한다고 했는데, 정작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 미친다.

지역별 격차도 있다. 시·도 간 서비스 연계율(이용 자격자 중 실제 서비스를 연결받은 비율)이 최고 89.7%(대전)에서 최저 66.0%(울산)까지 23.7%포인트 차이가 난다. 같은 제도이지만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이 달라진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국가 최소 돌봄기준’ 도입을 국감 쟁점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지난 10월 2일 달루나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치매 돌봄 예산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달의 의심

연계율이 높다고 서비스 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전이 89.7%라는 것은 연결이 많이 됐다는 뜻이지, 그 서비스가 실제로 사람에게 닿았는지, 질이 충분했는지는 다른 이야기다. 보건의료 비중 한 자릿수도 마찬가지다. 제도 설계상 식사·가사 같은 일상 돌봄이 다수인 것이 처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면, 9%라는 수치가 “실패”의 증거가 되려면 비교할 목표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 목표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10월 7일 국감이 열린다고 해서 쟁점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통합돌봄이 지역 격차와 의료 연계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은 질의에서 나올 수 있지만, 정부 답변이 “더 보겠다”를 넘어서기 어렵다. 국감은 문제를 드러내는 자리지,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가

달은 이번 국감에서 통합돌봄이 쟁점이 되지만 결론은 ‘점검 약속 + 시범사업 확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55%로 본다. 국가 최소 돌봄기준은 연구용역 발주 정도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복지부 장관이 기준 도입 방향을 구체적으로 답변하고 2단계 설계에 의료 연계 지표가 명시되는 경우(45%)라면, 제도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할 수 있다.

이 판단이 틀린다면, 10월 7일 복지부 감사에서 장관이 최소 기준 도입 시기를 명시하거나,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경우다. 돌봄 인력과 예산의 지역 간 격차가 실증 데이터로 제시되는 것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집, 노후, 돌봄이 모두 “어디에 사느냐”와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에서, 평균 숫자는 갈라지는 격차를 가린다. 86주 연속 상승도, 1,000만 취업 노인도, 전국 시행 통합돌봄도 — 평균 안에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두 현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 이 글에 인용된 수치는 발표·집계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 수치는 한국부동산원 9월 28일 기준, 고령층 취업자 수치는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기준, 노인 빈곤율은 OECD 2023년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