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삼 주에 한 번 이 병원에 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목의 고무줄을 한 번 튕겼다. 머리를 묶을 것도 없는데, 손은 그 버릇을 기억하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대기실, 세 번째 줄에 늘 같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또래로 보였다. 무릎 위에 수첩을 펴놓고 뭔가 적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렸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말을 섞은 적이 없었다.
그날은 진료실 문이 오래 열리지 않았다. 평소 오 분, 길어야 십 분이었다. 삼십 분 만에야 이름이 불렸다.
의사가 화면을 가리키며 뭔가 말을 이었다. 숫자와 그래프였다. 그녀는 듣다가, 어느 순간부터 듣지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휴지를 찾았는데 갑이 비어 있었다. 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이 와중에도 그게 짜증이 났다.
복도로 나오는데 휠체어 바퀴가 맞은편 여자의 발치를 스쳤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부은 눈이었을 것이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할 힘도 없었다. 그녀는 눈을 한 번, 천천히 감았다 떴다. 여자도 똑같이 눈을 감았다 떴다.
그게 다였다. 이름도 인사말도 없이, 두 사람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그녀는 다시 손목으로 손이 갔다. 고무줄을 만지작거리다 손가락에 걸어 당겨봤다. 묶을 머리는 없었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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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데 찾는 사람이 생겼다 — 오마이뉴스, 2026-08-12
한 줄 요약: 유방암 재발로 항암 치료 중인 한 시민기자가 병원 대기실에서 이름도 말도 나눈 적 없는 휠체어 탄 환자와 눈인사만으로 나눈 조용한 유대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말
황의정 님의 연재 12화를 읽다가, 두 사람이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눈으로만 나눈 인사에서 멈췄다. 아픈 사람에게 끝까지 남는 건 병명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손목에 고무줄 하나를 채워봤다. 머리를 묶을 수 없어도, 버릇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