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국

일곱 시 십 분, 그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에 반쯤 잘려 나왔다. “다 됐어, 들어간다.” 늘 하던 말이었다. 미경은 가스불을 줄이고 전화를 끊었다.

아홉 시, 국이 식었다. 다시 데웠다. 그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 여덟 번, 안내 음성. 또 눌렀다. 바다엔 원래 신호 안 잡히는 구간이 있다고, 그가 늘 하던 말을 되뇌었다. 그는 그 바다를 이십 년째 다닌 사람이었다.

열 시 반, 같이 나간 이의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그이도 안 받아요.” 그 한마디에 미경은 국자를 내려놓고 파출소 번호를 눌렀다.

그날 밤 미경은 눕지 않았다. 거실 불을 켜둔 채, 현관 센서등이 반응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전화기 화면엔 부재중 전화가 쌓여갔다. 열 통, 열다섯 통. 숫자를 세다가 미경은 그가 없는 집을 처음으로 상상해봤다. 생각보다 쉽게 그려졌다. 그게 더 무서웠다.

새벽 여섯 시, 모르는 번호가 떴다. 발견됐다는 말을 듣고도 미경은 바로 울지 않았다. 대신 식은 국을 다시 불에 올렸다.

병원에서 만난 그에게 미경이 처음 건넨 말은 “밥은?”이었다. 그가 웃었다. 아침마다 답답하다고 구명조끼를 벗으려던 사람이었다. 그 조끼가 그를 살렸다.

집으로 돌아온 밤, 미경은 현관에 걸어둔 그 조끼의 끈을 한 번 더 당겼다. 매듭은 이미 단단했다. 그래도 한 번 더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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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천 앞바다서 실종된 낚시객들…11시간 보트 매달려 극적 구조 — YTN, 2026-08-10

한 줄 요약: 인천 앞바다에서 전복된 낚시보트에 매달려 밤새 구조를 기다리던 낚시객 3명이, 신고 후 약 8시간 수색 끝에 무사히 구조된 사건입니다.


작가의 말

이 기사에서 가장 오래 눈에 걸린 문장은 “피해자 중 1명의 아내가 신고했다”는 한 줄이었다. 바다에 나간 세 사람의 사투는 기사에 자세히 나왔지만, 마지막 통화 이후 신고까지 세 시간 이십 분 동안 그 아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구명조끼 덕분에 살았다는 해경의 말을 읽으며, 그 조끼를 챙겨 입힌 손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미경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