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딸을 목말 태우고 있었다. 다은이는 다섯 살이었다. 발가락 열 개로 아빠 어깨를 꼭 쥐었다.
계곡 초입엔 처남네가 돗자리를 펴고 있었다. 김밥 냄새가 났다. 매미가 시끄러웠다. 여름다운 아침이었다.
계곡물은 발목까지밖에 안 왔다. 다은이 슬리퍼 한 짝이 벗겨져 떠내려갔다. 분홍색이었다. 정씨는 손을 뻗었다. 닿지 않았다.
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물이 무릎에서 허벅지로 차올랐다. 돌 구르는 소리가 났다. 매미 소리를 덮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오전 8시 58분, 강원 인제 백담사 주차장 인근 계곡. 물놀이하던 일곱 명이 물살에 갇혔다. 정씨네 가족과 처남네였다.
바위 위에서 정씨는 다은이를 계속 목말 태우고 있었다. 팔이 저려도 내려놓지 않았다. 다은이는 슬리퍼 한 짝만 신은 발을 흔들며 물었다. “다른 한 짝은?” 정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9시 18분 구조대가 도착했다. 9시 57분 대원이 물살을 가르고 다가왔다. 10시 13분 로프가 팽팽해지고 보트가 왔다. 정씨는 다은이부터 태워 보냈다. 등이 가벼워지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10시 31분 세 명이 건넜다. 10시 40분 나머지 넷도 건넜다. 정씨는 맨 마지막이었다.
젖은 땅에 발을 딛자 다은이가 뛰어왔다. 살았다는 말 대신 아이는 발을 들어 보였다.
“아빠, 나 짝짝이야.”
정씨는 웃었다. 그러다 울었다. 순서가 그렇게 됐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제 백담사 계곡 피서객 7명 불어난 물에 고립…전원 구조 — 뉴스1, 2026-08-08
한 줄 요약: 8일 오전 강원 인제 백담사 인근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7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고, 소방 인력 30명이 로프와 보트로 1시간 42분 만에 전원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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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기사에는 시간만 있었습니다. 8시 58분, 9시 18분, 9시 57분, 10시 13분, 10시 31분, 10시 40분. 분 단위로 쪼개진 그 숫자들 사이에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분명 아이를 붙들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건 의외로 목숨이 아니라 슬리퍼 한 짝 같은, 사소하고 사랑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