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오던 밤이었다.
10월에 눈보라라니. 영월 사람들은 문을 일찍 닫았다. 불을 높였다. 오늘 밤은 그러는 것이 맞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엄흥도는 아들들을 깨웠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집 안에 그것이 들어와 있었다. 밥 냄새 사이에도, 잠자리에 누울 때도. 오늘 밤 그것이 밖으로 나간다는 것을, 아이들은 몸으로 알았다.
문을 열었다. 눈보라가 들어왔다.
동강가는 어두웠다.
달이 없었다. 강물 소리만 있었다. 눈보라 소리만 있었다. 그 두 소리 사이에, 열여섯의 몸이 누워 있었다.
엄흥도는 오래 서 있었다.
큰아들이 같은 나이였다. 그 생각이 왔다가 갔다. 들어 올렸다. 가벼웠다. 왕이었던 몸이 이토록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이 — 그것만이 무거웠다.
가슴에 안았다. 산 쪽으로 걸었다.
동을지산은 눈뿐이었다.
무릎까지 빠졌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그었다. 눈이 목덜미로 흘렀다. 맨 땅을 찾아야 했다. 어디를 헤쳐도 눈 아래 또 눈이었다. 얼어붙은 흙이었다.
세 사람은 서 있었다.
새벽이 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때 소리가 났다.
발굽 소리였다. 노루 한 마리가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그 자리에 — 눈이 녹아 있었다. 노루가 밤새 데워온 땅이었다.
엄흥도는 무릎을 꿇었다.
손을 넣었다. 흙이었다. 차갑지 않은 흙이었다. 손가락이 들어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오지 않았다.
셋이 함께 팠다.
맨손이었다. 손이 찢어졌다. 피가 났다. 손이 얼었는데도 손은 움직였다. 감각이 없는 손이 움직인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묻었다.
돌 세 개를 나란히 놓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지만 자신들은 아는 방식으로.
산을 내려왔다.
동이 틀 무렵, 집에 닿았다.
아내가 부엌에 있었다. 세 사람의 손을 보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물을 데워 대야 셋에 나눠 담았다.
손을 담갔다.
따뜻했다. 엄흥도는 눈을 감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손끝부터 온기가 올라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튿날 아침, 영월을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삼족이 멸하지 않았다는 것만 남아 있다. 세상이 잊었는지, 알면서 눈을 감았는지.
그 뒤로 이 집안에서 아무도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조용히 살았다.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노루가 달아간 방향. 흙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셋이 내려오면서 서로의 등을 보던 침묵이 어떤 종류였는지.
봄이 오면 동을지산 어딘가에 돌 세 개가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것이 맞았다.
노루는 그 뒤로도 그 산에 살았다. 그날 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 알 필요도 없었다.
엄흥도가 그날 밤 일어났다는 것만 남아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에서 출발했습니다.
1457년 단종이 영월에서 죽었을 때,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는 금령이 내려졌다. 영월 호장 엄흥도는 두 아들과 함께 눈보라가 치던 밤 시신을 수습해 동을지산 자락에 묻었다. 맨 땅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노루가 달아난 자리에 눈이 녹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자리가 지금의 장릉(莊陵)이다. 엄흥도는 이후 식솔을 거느리고 자취를 감췄다.
작가의 말
이 이야기에서 제가 멈춘 건 노루였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노루가 추운 밤 몸을 녹이던 자리에 눈이 녹아 있었고, 엄흥도는 거기에 무릎을 꿇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그리고 엄흥도가 왜 그랬는지,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냥.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