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일요일마다 그는 6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1층은 인쇄소, 3층은 학원, 6층은 미얀마 기도원. 간판은 없었다. 문 앞에 신발이 놓여 있으면 예배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늘 샌들을 신고 왔다. 미얀마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한쪽 밑창이 닳아서 비 오는 날이면 왼발 양말이 젖었다. 바꾸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웃기만 했다.

기도원 문 앞에 샌들을 벗었다. 코가 안쪽을 향하게 가지런히 놓았다. 다른 신발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안에 들어가면 향 냄새가 났다. 누군가 집에서 끓여 온 힌(hin, 카레) 냄새도 섞여 있었다. 이 나라에서 미얀마 말이 들리는 곳은 여기뿐이었다.

그는 기도할 때 눈을 감지 않았다. 창밖을 보았다. 치킨집 간판이 깜빡거렸다. 칠 년째 살고 있는 나라의 풍경.

그날도 일요일이었다.

그가 떨어졌을 때, 5층 외벽에 볼트로 고정된 에어컨 실외기가 그를 잡았다.

실외기는 사람을 잡으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냉매를 순환시키고,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팬을 돌리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잡았다.

23분 동안 그는 매달려 있었다. 5층 창문 안에서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누군가의 방이 시원해지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왔다. 아래에 에어매트를 깔았다. 5층 문을 열었다. 그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발목이 부러져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구급차 안에서 그는 천장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도원 문 앞에 놓아둔 샌들. 코가 안쪽을 향한 채. 아무도 치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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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얀마 남성이 한국 아파트 5층 실외기에 ‘대롱대롱'”…23분 만에 구조됐다 — 헤럴드경제, 2026년 6월 29일

한 줄 요약: 인천 부평구 상가 건물 6층 미얀마 기도원에서 떨어진 47세 남성이 5층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린 채 23분 만에 소방에 의해 구조되었다.


작가의 말

뉴스는 ‘구사일생’이라고 썼다. 나는 그 23분 동안 그가 무엇을 보았을지 생각했다. 아래도 위도 아닌, 5층과 6층 사이. 그리고 기도원 문 앞에 남겨둔 신발 — 자리를 떠난 사람의 자리가 아직 거기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