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 하교길이면 수아와 민지는 해미천에 들렀다. 조산교 아래, 둑이 낮은 곳. 교복 치마를 걷어 올리고, 신발을 둑 위에 나란히 놓고, 물에 들어갔다.
둘의 놀이가 있었다. 발자국을 세면서 앞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치마가 젖으면 지는 거다. 무릎까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수아가 먼저 들어가고, 민지가 뒤에서 숫자를 세 줬다. 물에서 나오면 둑에 앉아서 발을 말렸다. 서로의 발가락 사이에 낀 모래를 보고 웃었다. 그게 봄부터 여름까지, 거의 매주 한 번은 있는 금요일이었다.
지난주에 수아가 열한 발자국까지 갔다. 새 기록이었다. 민지는 아홉에서 멈췄다. 수아가 돌아올 때 물이 찰랑거렸다. 다음에 깨면 되지. 민지가 말했다.
6월 19일 금요일. 오후 다섯시.
수아가 먼저 들어갔다. 발바닥에 둥근 돌이 만져졌다. 늘 있던 돌이다. 하나. 둘. 셋. 물이 종아리 중간을 감쌌다. 여름이 시작된 물은 차갑지 않았다. 넷.
다섯 번째에 돌이 없었다.
해미천은 바깥에서 보면 같았다. 수면은 반짝이고, 둑 위의 풀은 자라 있고, 다리 위를 자전거가 딸랑거리며 지나갔다. 어제의 해미천이었다.
바닥만 바뀌어 있었다.
공사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물살이 파냈다는 말도 있었다. 누구의 탓이든 표면에는 흔적이 없었다. 경찰이 잰 깊이, 1미터 97. 열세 살 아이의 키보다 깊었다. 경고 팻말은 없었다. 통제선도 없었다.
둑 위에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벗어 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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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무릎 깊이’ 하천서 여중생 참변‥수해공사 영향 있었나? — MBC 뉴스데스크, 2026년 6월 24일
한 줄 요약: 충남 서산 해미천에서 무릎 깊이인 줄 알았던 물에 여중생 2명이 빠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수해복구 공사로 생긴 2m 웅덩이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가의 말
치마를 걷어 올리고 물에 들어갔다는 한 줄이 오래 남았다. 늘 하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 하천에서, 그 친구와, 그 시간에. 바뀐 건 보이지 않는 곳뿐이었다. 아이들이 믿었던 바닥에 대해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