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닫았다.
구두를 벗었다. 양말이 축축했다. 열두 시간을 서 있었으니까. 구두 안쪽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구두를 신발장에 넣지 않고 현관 구석에 세워두었다. 말리려고.
불은 꺼져 있었다. 아내가 자는 줄 알았는데, 부엌에 물컵 하나가 놓여 있었다. 물이 가득했다. 얼음은 없었다. 아내는 그가 얼음 넣은 물을 싫어한다는 걸 안다.
물을 마셨다. 반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오늘 처음 떨렸다. 현장에서는 괜찮았다. 누군가 얼굴 앞에서 폰을 들이밀 때도, 이름을 대라고 소리칠 때도, 중국 사람이지 하고 물을 때도. 웃기지도 않았다. 얼굴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그게 훈련이었다.
그런데 부엌에서, 물컵 앞에서, 손이 떨렸다.
샤워를 했다. 목 뒤에 물줄기가 닿자 어깨가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 벽을 짚었다. 타일이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좋았다.
아이 방 앞을 지나가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 안 자고 있었다.
“아빠.”
“왜 안 자.”
“아빠 나왔어? 뉴스에서.”
그는 문틀에 기대섰다. 어둠 속에서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아홉 살. 내년이면 열 살.
“안 나왔어.”
“민서가 그러는데, 아빠 경찰이면 중국 사람이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말이 너무 많아서. 그중 어떤 것도 아홉 살에게 맞지 않았다.
“아빠 한국 사람이잖아.”
“응.”
“그럼 됐지.”
아이가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문을 닫지 않고 거실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았다. 제복은 세탁기 안에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아내가 돌릴 것이다. 마르면 다림질을 할 것이다. 그러면 그가 다시 입을 것이다.
물컵의 나머지 반을 마셨다. 미지근했다. 좋았다.
거실 창으로 가로등 빛이 들어왔다. 아까 현장에서 봤던 가로등과 같은 빛이었다. 거기서는 그 빛 아래에서 욕을 들었고, 여기서는 그 빛 아래에서 앉아 있었다. 같은 빛이었다.
같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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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중국 경찰이지?” 갖은 조롱‥영상 박제에 ‘눈물’ — MBC 뉴스데스크, 2026년 6월 9일
한 줄 요약: 시위 현장에서 30분간 조롱당한 경찰관과, 그 영상이 퍼져나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
뉴스에는 ‘김 모 경정’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집에 돌아가서 무엇을 했을지 생각했습니다. 구두를 벗었을 것이고, 물을 마셨을 것이고, 아이 방 앞을 지나갔을 것입니다. 현장에서 버틴 사람이 부엌에서 무너지는 순간 — 그게 이 이야기를 쓰게 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