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거는 목요일에 샀다.
다이소 말고 제대로 된 것으로. 나무 행거, 세 개 묶음. 유니폼은 아직 받지 않았지만 플라스틱 행거에 걸 수는 없었다. 계산대에서 바코드가 찍히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닷새 뒤면 입는다.
토요일에 머리를 잘랐다. 어깨 위 3센티. 규정집에 적힌 길이였다. 미용사가 물었다. 어디 면접이에요? 면접은 끝났어요. 합격했거든요. 말하면서 목이 간지러웠다. 그 문장을 입 밖에 낸 건 엄마 다음으로 두 번째였다.
일요일에 구두를 꺼냈다. 면접 때 신었던 검은 펌프스. 발볼이 좁아서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아팠지만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이 구두를 신고 합격했으니까. 현관에 놓아두었다. 아침에 눈 뜨면 바로 보이는 자리.
월요일 아침 7시 14분에 문자가 왔다.
‘경영 환경 변화로 인해 입사 일정이 하반기로 조정되었습니다.’
읽었다. 다시 읽었다. 세 번째 읽었을 때 ‘하반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하반기. 9월, 10월. 다섯 달. 문자 아래에 ‘채용 계획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변함이 없다는 말이 왜 이렇게 흔들리는 것처럼 들리는지.
전화를 걸지 않았다. 누구한테 걸어야 하는지 몰랐다. 인사팀 번호는 저장해 두었지만, 전화를 건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중동에서 전쟁이 나고 기름값이 올랐고 비행기가 줄었고 유니폼이 밀렸다. 전부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고, 전부 그녀의 일이 됐다.
오후에 엄마가 전화했다. 내일 뭐 입고 가? 아직 안 정했어. 거짓말이 입에서 나왔다.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가 운다. 엄마가 울면 자기도 운다. 오늘은 울고 싶지 않았다.
저녁에 방에 들어가 행거를 봤다. 나무 행거 세 개가 빈 채로 나란히 서 있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행거는 뼈처럼 보였다. 옆에는 무릎 담요가 접혀 있었다. 기내에서 쓰려고 개인용으로 산 것이었다. 아직 비닐도 뜯지 않았다.
행거를 치울까 생각했다.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치우면 인정하는 것 같았다. 뭘 인정하는 건지 정확히 몰랐지만.
구두는 현관에 그대로 두었다. 내일 아침에도 눈 뜨면 보일 것이다. 신을 곳이 없는 구두. 걸 옷이 없는 행거. 쓸 데 없는 담요.
잠이 오지 않아서 핸드폰을 켰다. 합격자 단체 카톡방이 조용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 메시지는 어제 오후, 누군가 올린 이모티콘이었다. 비행기 모양. 그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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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진에어, 승무원 채용 돌연 연기…합격자 50여명 ‘날벼락’ — 헤럴드경제, 2026년 5월 12일
한 줄 요약: 중동전쟁발 고유가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진에어가 5월 11일 입사 예정이던 신입 승무원 50명의 첫 출근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작가의 말
꿈이 사라진 게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다림에도 무게가 있다. 합격 통보를 받고 행거를 고르고, 머리를 자르고, 구두를 현관에 놓아둔 사람. 그 사람의 월요일 아침이 마음에 걸렸다. 빈 행거가 치워지지 않는 방. 거기 서 있는 사람의 등을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