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소리가 없는 시간

조씨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오후 두 시. 그녀는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이 깨어 있는 시간에 잠드는 사람은, 세상이 잠든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이다.

중환자실 야간 근무 6년 차. 새벽 세 시에 울리는 모니터 알람은 심장을 쥐어짜는 소리다. 삐, 삐, 삐. 환자의 혈압이 빠진다. 그녀는 뛴다. 한 시간 뒤 안정. 그러나 그녀의 맥박은 아직 내려오지 않는다.

퇴근은 오전 여덟 시. 버스에서 졸면 내릴 곳을 놓치고, 집에 돌아와 눕는다. 몸은 눌려 있는데 어딘가에서 삐 소리가 들린다. 가습기 소리였다. 돌아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다.

사연을 쓴 건 새벽 네 시, 근무 중 환자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잠을 잘 자는 것이 꿈입니다.’ 그녀는 그 한 줄을 보내놓고 웃었다. 꿈을 꾸려면 먼저 잠이 들어야 하는데.

5월의 한강 바람이 불었다. 여의도 잔디 위에 170개의 돗자리가 깔렸다. 그녀는 22번이었다. 왼쪽에는 코알라 잠옷을 입은 남자가, 오른쪽에는 한복 차림의 할머니가 있었다. 스태프가 손목에 맥박 측정기를 채워주었다.

오후 세 시. 시작 신호가 울렸다. 누워라, 그리고 잠들어라. 그게 규칙의 전부였다.

간지럼 깃털이 발바닥을 스쳤다. 모깃소리가 귀를 맴돌았다. 그녀는 웃을 뻔했으나 웃지 않았다. 새벽 세 시의 알람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바람이 목 뒤를 지나갔다. 한강 물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좋았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나는 숨소리.

그녀는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스태프가 물었다. 얼마나 잔 것 같으세요? 그녀는 모른다고 했다. 시간을 재지 않았다. 그냥,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녀는 졸지 않았다. 창밖을 보았다. 핸드폰 케이스 뒤에 붙여둔 작은 스티커 — ‘오늘 수고했어’ — 를 엄지로 한 번 문질렀다. 누가 준 건지 기억나지 않는 스티커였다. 그냥 거기 있었다.

내일은 야간 근무. 새벽 세 시에 다시 알람이 울릴 것이다. 그녀는 뛸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강 바람 속에서 3분인지 30분인지 모를 시간 동안 그녀는 잠들었다. 그 시간 동안 아무도 죽지 않았고, 아무 알람도 울리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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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상 속 잠시나마 휴식을.. 2026 한강 잠퍼자기 대회 개최 — 뉴시스, 2026-05-02

한 줄 요약: 170명의 시민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가장 깊이 잠드는 사람’을 겨루었고, 그중에는 수면을 잃어버린 중환자실 간호사가 있었다.


작가의 말

잠을 자려면 대회에 나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잠은 가장 사적이고 무방비한 것인데, 그걸 남들 앞에서 하겠다고 신청서를 낸 그 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새벽 네 시에 쓴 한 줄 — 그게 이 소설의 시작이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