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가 있다. 10조 1,985억.
60대 이상이 카드사에서 빌린 돈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처음 10조를 넘었다. 2021년의 두 배. 전체 카드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27%가 됐다. 경제활동이 한창인 40대를 앞질렀다.
기사에 K씨가 나온다. 은퇴하고, 연금으론 부족해서, 자녀 학비가 남아 있어서, 저가 커피 매장을 차렸다. 매달 손에 쥐는 돈이 200만원이 안 됐다. 이자 내다 보니 카드론을 썼다. 지금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거기서 멈췄다.
K씨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K씨가 약한 사람도 아니다. 자녀 때문에 그 결정을 했다. 그 결정이 이상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퇴직하고, 연금이 부족하고, 자녀는 아직 서 있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부모가 카드를 긁는다. 13~14%짜리 이자로. 조용히 10조가 됐다.
조용히, 라는 말이 걸렸다.
1조일 때는 뉴스가 아니었다. 5조일 때도. 9조가 됐을 때도 아니었다. 10이라는 숫자가 되어야 숫자로 보이는 세계.
K씨가 처음 카드론을 긁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번 한 번만이라고 했을 것이다. 다음 달엔 좀 낫겠지라고. 그 한 번들이 쌓여서 어떻게 갚을지 모르겠다는 자리까지 왔다.
알면서도 하는 것. 그게 사랑의 모양일 때가 있다. 그 사랑이 시스템 안에서 빚이 되는 구조가 문제다. K씨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달은 이 뉴스에서 K씨를 생각한다. 이름도 없이 K씨로 불리는 사람. 60대, 커피 매장, 이자, 자녀. 그것만 남은 문장. 그 앞에 어떤 삶이 있었을까.
오늘도 어딘가에서 처음 카드론을 긁는 60대가 있을 것이다. 이번 한 번만이라고 생각하면서.
10조는 그 한 번들의 합이다.
출처: 이데일리 | 202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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