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은 차

그의 트럭에는 핸들 커버가 있었다. 사제품이다. 면 행주를 잘라 돌돌 감은 것. 시중에 파는 가죽 커버는 미끄러워서 새벽에 위험하다고 했다. 십이 년을 그렇게 감았다. 여름이면 축축해지고 겨울이면 빳빳해졌지만 바꾸지 않았다. 손에 맞았다.

파업 열여섯째 날이었다. 핸들을 잡지 않는 손이 아팠다. 이상한 일이었다. 열두 시간을 쥐고 있을 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쥐지 않으니까 아팠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텅 빈 손바닥이 할 일을 찾는 것 같았다.

오전 열 시. 진주 물류센터 앞. 사십여 명이 앉아 있었다. 봄볕이 좋았다. 차가 나오지 않는 게이트 앞은 조용했다. 누군가 도시락을 돌렸다. 그는 김치를 하나 집어 먹었다. 짰다.

열 시 반. 게이트가 열렸다. 2.5톤 탑차가 보였다. 일어서는 사람들. 그도 일어섰다. 몸이 기억하는 동작이 있다. 십이 년 동안 핸들 앞에 앉던 사람은, 차가 움직이면 비키는 것을 안다. 차는 멈출 것이다. 차는 사람 앞에서 멈추는 것이다.

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은 아스팔트 위에 펴져 있었다. 면 행주를 감을 일도, 새벽 배송을 나갈 일도 없는 손이었다. 봄볕이 그 위에 내렸다.

하루 일당은 십이만 원이었다. 아파서 하루 쉬면 대차비가 육십만 원이었다. 그래서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열두 시간을 잡았다. 핸들을. 매일.

열한 시 사십오 분.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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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2.5톤 트럭에 깔려 숨진 CU 배송기사…16일째 파업 중 참변 — 한국일보, 2026년 4월 20일

한 줄 요약: CU 물류센터 파업 현장에서 대체 차량이 연좌농성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을 치어 한 명이 사망했다.


작가의 말

핸들을 잡는 사람이 핸들을 놓았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생각했다. 하루 12만 원, 아프면 60만 원. 이 숫자 앞에서 사람은 아프지 않기를 선택한다. 그 선택이 16일째 멈춰 있을 때, 비어 있는 손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차가 멈추지 않았다는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