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의 틀이 바뀌어도 현실은 남는다 — 인구전략·집값·돌봄 | 2026년 10월 15일

정부가 20년 만에 합계출산율을 정책 목표 지표에서 뺐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격차는 강남 대 나머지 3.6배다. 한국은 공식 초고령사회다. 숫자의 틀이 바뀌어도 현실은 남는다.

정부가 20년 만에 출산율 숫자를 목표에서 지웠다.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은 올해 24.7% 올랐고, 한국은 올해 공식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 뉴스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같은 질문을 가리킨다. 측정의 틀이 바뀌면, 그 뒤에 있는 현실도 바뀌는가.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 — 출산율 목표를 내려놓다

10월 1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인구전략위원회는 2030년까지 추진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부터 5년마다 세워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이름과 함께 골격을 바꿨다. 핵심은 하나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추정한 지표)을 대표 목표 지표에서 제외했다.

새 목표는 두 가지다. 삶의 만족도를 2025년 기준 6.6점에서 2030년 7.0점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을 71.8%에서 74.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발표를 주관한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출산율 목표치는 갖고 있지만, 공표할 경우 파장이 너무 큰 수치여서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철학적 전환과 행정적 후퇴 사이 어딘가에 있다.

구체적인 내용도 있다. 출산 시 지원금을 첫째 1,0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이상 1,500만원으로 통합 지급하는 ‘아이맞이지원금’을 2027년 7월부터 시행한다. 공공주택 57만 1,000가구를 청년·신혼·양육 가구에 공급하고,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에게 월 50만원 육아수당을 신설한다. 출생신고서에서 ‘혼인 외’라는 표기를 없애 비혼 출산 아동 차별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4대 분야 117개 기본과제다.

왜 지금인가. 인구전략기본법 개정(2026년 9월 시행) 뒤 법이 정한 일정대로 연내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인구학 연구에 따르면 2026~27년은 출산율이 일시 반등한 끝자락이고, 이후 30~34세 여성 인구 급감으로 2028년 이후 재하락이 전망된다. 숫자 목표를 내걸기 가장 불리한 타이밍에 숫자 목표를 거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겉 메시지는 “출산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가치 전환이다. 그 안에는 두 가지 서사가 공존한다. 하나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철학적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2024년에 제시한 2030년 합계출산율 1.0 목표가 올해 0.9 전망 앞에서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행정적 현실이다. 발표 이후 두 서사의 비중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이 계획의 평가가 달라진다. 어제 사회·문화 섹션 「한국인이 줄고, 정책이 헷갈리고, 청년이 밀린다」에서 다룬 인구 위기의 구조가 이 계획의 배경이다.

달의 의심. 목표를 없애면 실패 판정 기준도 함께 사라진다. 2028년에 출산율이 꺾여도 “목표가 없었으니 실패도 없다”는 구조가 미리 만들어진 셈이다. 삶의 만족도를 0.4점 올리겠다는 새 목표는 측정 방식에 따라 오차 범위 안에서 달성 가능한 수치다. 인구전략위원회의 예산 권한은 2027년까지 유예돼 있다. 예산권 없는 기관이 5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실행의 책임이 아직 어디에도 묶여 있지 않다는 뜻이다. 서울대 조영태 인구학 교수는 “10년 뒤 연령별·계층별 인구 구조에 대응하는 개별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분만 병원이 없는 지역에 아이맞이지원금을 늘려봐야 낳을 공간이 없다는 산부인과의사회의 비판도 같은 방향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는 이렇다. 2027~28년 출산율이 꺾이는 과정에서 목표 부재 덕분에 책임 논쟁이 흐려지고, 현금 지원의 실효성 검증은 미뤄진다. 시나리오 B(30%)는 반대다. 2027년 7월부터 통합 지원금이 시행되면서 체감이 생기고, 삶의 만족도 지표 전환이 사회적 수용을 얻는다. 단, 이 시나리오는 출산율이 꺾이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작동한다. 틀릴 조건은 두 가지다. 확정 계획에 출산율을 별도 관리 지표로 공표하는 구조가 들어가면 A의 “책임 흐리기” 가설은 약해진다. 2027년 예산안에서 분만 인프라 예산이 독립 항목으로 신설되면 “빈 계획” 해석도 흔들린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 — 같은 서울 안에서 3.6배 차이

올해 3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기준으로, 서울 전체 상승률은 전년 대비 18.67%였다. 그런데 이 평균은 두 개의 서울을 하나로 압축한 숫자다.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3구는 24.7% 올랐고, 한강 인근 구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구는 평균 6.93% 오르는 데 그쳤다. 배율로는 약 3.6배다. 잠실 주공5단지 한 단지만 봐도 공시가격이 23억에서 29억으로 약 25% 올랐다. 같은 서울 내에서도 사는 위치에 따라 공시가격이 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왜 지금인가. 공시가격은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줄여 종부세—공시가 12억 초과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세금, 그리고 재산세)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세금 고지서가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 체감되는 수치다. 다만 이 수치는 주의가 필요한 데이터다. 3월에 공개된 ‘안(案)’이고, 4월 30일 확정 공시됐으나 확정치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 시장 흐름과도 방향이 다르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 강남·서초는 최근 9주 연속 하락 중이고, 상승을 이끄는 건 오히려 중하위 지역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3월 공시가격의 급등이 말하는 건 지난해의 시장이다. 지금 현재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강남이 오른다”는 서사는 7개월 전 이야기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3.6배 격차가 ‘구조’인가, 아니면 ‘2025년 한 해의 이벤트’인가. 공시가격 한 해 상승률만으로 구조를 단정하기 어렵다. 39세 이하 청년의 주택 보유율이 27.7%라는 사실(한국부동산원 기준),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집값 대비 대출 가능 한도)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현실은, 강남 진입에 7억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구조가 됐음을 보여준다.

달의 의심. “초양극화”라는 단어를 의심한다.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가 양극화의 심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가격 수준의 격차(30억 대 vs 10억 대)는 이미 오래된 현실이고, 상승률 격차는 한 해의 이벤트일 수 있다. 대출 규제가 “진성 자본가들만의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있다는 시각은 타당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 시점에서 강남 조정과 중하위 지역 상승이 교차하고 있다면, 오히려 격차가 좁혀지는 국면일 수도 있다. 정부의 수도권 135만호 공급 계획은 공급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0%): 강남권 조정과 중하위 지역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강남 vs 나머지” 프레임이 약해지고, 격차의 축이 지역에서 ‘유주택 vs 무주택’으로 이동한다. 대출 규제가 현금 보유자와 무주택자의 거리를 벌리는 것이 핵심 구조가 된다. 시나리오 B(30%):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강남권이 재반등하고 지역 격차가 다시 벌어진다. 틀릴 조건은 KB·부동산원 주간 지표에서 강남3구가 4주 연속 반등으로 돌아서는 경우다.

초고령사회 원년 — 수요는 폭증하고 돌봄 인력은 늙는다

올해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 11월 1일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20.7%(1,072만명)를 기록했다. 초고령사회는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사회를 가리킨다. 7년 전인 2018년 고령사회(14%)에 진입한 지 7년 만이다. 일본이 같은 수준에 이르는 데 12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왜 지금인가. 진입은 이미 통계에서 확인됐지만, 진짜 충격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1955~63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2030~38년 사이에 75세 이상으로 진입한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장기요양(일상생활 보조가 필요한 노인 대상의 국가 돌봄 서비스) 수요는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요양보호사 1인당 돌봄 대상자는 2023년 1.5~1.9명에서 2040년에는 3.0~3.7명으로 늘어난다. 공급은 2034년 80만명대에서 정점을 찍은 뒤 줄고, 이미 60세 이상이 전체의 72.6%를 차지한다. 인력이 함께 늙는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돌봄 수요는 폭증하고 공급 인력 자체도 고령화된다는 구조다. 이민정책연구원과 건강보험연구원의 전망은 모두 2028년 기준 요양보호사 약 11만~11만7,000명 수준의 부족을 예상한다. 현재 간병인을 개인으로 고용하면 임금 기준 월 280만원 안팎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사적 간병에 의존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2027년 상반기 시작으로 논의 중이지만, 초기 대상은 약 8만5,000명, 병원 500곳 수준이다. 1,000만명이 넘는 노인 인구 앞에서 시범 규모의 의미는 한계가 있다.

달의 의심. 정부의 정책 언어는 ‘돌봄의 사회화’를 말한다. 그런데 돌봄 노동의 현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 현재 요양보호사의 60%는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그 중 72.6%는 60세 이상이다. 처우를 올리지 않으면 인력은 늘어나지 않고, 처우를 올리면 비용이 증가해 급여화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전체의 1% 안팎(6,644명)으로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오늘 발표된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의 ‘열린사회 상생시스템’ 구축이 이 이민 인력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여성 노인 빈곤율이 45%라는 사실은 돌봄 비용 부담 논의에서 자주 빠진다. 돌봄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먼저 가족에게 의존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2030년대까지 시범사업 확대에 머물고, 인력 처우 및 외국인 인력 확대 같은 근본 대책은 지연되면서 돌봄 부담이 계층에 따라 분기된다. 자산이 있으면 시장에서 간병을 사고,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 부담한다. 시나리오 B(25%): 2027년 시범사업 결과가 좋아 건강보험 급여화가 조기 확대되고,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예산도 뒤따른다. 틀릴 조건은 올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확정안에서 시범 기간이 단축되거나 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경우다. 또는 2027년 예산안에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독립 항목으로 반영되는 경우다.

세 뉴스가 결국 같은 물음으로 수렴한다. 목표 지표를 삶의 만족도로 바꿔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3.6배 차이를 보여도, 요양보호사 부족을 숫자로 제시해도, 그 뒤에 있는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측정의 틀은 바뀌었는데, 어느 계층이 그 공백을 채우게 되는지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