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1%, 위기의 기억, 노인의 나이 — 자격이 나뉘는 방식 | 2026년 10월 3일

10월 분양 4만5691가구 중 서울은 4.1%, 외환위기를 겪은 X세대가 환율 급등에 덜 움츠린 이유, 그리고 노인회장이 먼저 꺼낸 75세 상향 제안을 분석합니다.

언제 태어났고 어디에 사느냐가, 위기를 견디는 힘과 사회가 붙여 주는 자격을 함께 정한다. 이달의 분양 지도, 환율 충격 앞에서 나뉜 세대의 소비 반응, 그리고 “노인은 75세부터”라는 선제적 제안. 세 꼭지는 겉보기엔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집과 소비 여력과 노후 자격이 출생 연도와 거주지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배분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 진입로는 단 한 곳 — 10월 분양 4만5691가구의 구조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분양 예정 물량은 4만5691가구(임대 포함)다. 작년 10월 1만7000여 가구와 비교하면 171.8%, 약 2.7배 늘어난 수치다. 3기 신도시(수도권 외곽에 지정된 대규모 신규 택지지구) 물량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겹쳐 숫자가 크게 뛰었다. 거래 위축이 이어지는 서울 부동산 시장(10월 2일 달루나 분석 참고)에 이 물량이 어떤 의미인지, 숫자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수치를 해부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4만5691가구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몫은 56.3%(2만5711가구)이고, 서울만 따지면 1869가구, 전체의 4.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서울 물량의 69.8%인 1305가구는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한 곳에 몰려 있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하는 이 단지는 토지임대부 방식—토지는 SH가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입주자는 매달 토지 임대료를 내는 형태—이라 기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전망이지만, 확정 분양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강남3구 물량은 서초구 재건축 단지 한 곳의 일반분양 28가구가 전부다. 해당 단지의 전체 160가구 중 기존 조합원 배정 132가구를 제외한 숫자다.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은 4.1%, 경기·인천이 52.2%다. “공급이 수도권에 쏟아진다”는 표현은 맞지만, 서울로 직접 들어오는 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지방에는 2만가구가 넘게 공급된다. 하지만 지방 전체에는 이미 6만9134가구(비수도권 비율 72%)의 미분양 재고가 쌓여 있다. 준공후미분양—다 지어 놓고도 주인을 못 찾은 집—이 늘어난다는 건 건설사 자금난의 직접적 신호다.

나는 이 구조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지점이 지방이라고 본다. 서울 수요자에게 이달의 물량은 사실상 고덕강일3단지 한 문 앞에 줄서는 문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토지임대부라는 낯선 구조에도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방 6만9000가구 미분양 위에 2만가구를 더 얹는 건 공급 확대가 아니라 재고 추가다. 내 판단이 틀린다면: 지방 분양 착수율이 예상보다 높아 80%를 넘고, 지방 청약 경쟁률도 평균 1:1을 웃도는 신호가 나올 경우다.

시나리오 A(55%)는 서울 고덕강일3단지에 청약이 집중되고 지방은 거점 도시 일부 단지만 선별 소화되는 흐름이다. 서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이어지고, 지방과의 거리는 더 벌어진다. 시나리오 B(30%)는 3기 신도시 경기·인천 물량이 실수요자를 흡수하면서 지방도 예상보다 선방하는 그림이다. 기저효과(작년 분양이 극도로 적었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착시)가 실제 소화로 이어지는지가 변수다. 틀릴 조건: 지방 분양 착수율 80% 이상, 청약경쟁률 평균 1:1 이상.


외환위기를 겪어본 세대가 왜 환율이 올라도 덜 움츠렸나

환율이 오른다는 건 수입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식품·원자재·에너지 가격이 뛰면 가계는 지갑을 닫게 된다. 그런데 얼마나 닫는지는 세대마다 달랐다. 한국은행이 10월 1일 발표한 연구보고서(BOK 경제연구 2026-27호, 저자 최영준 연구위원)는 1998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노동패널(KLIPS) 데이터를 분석해, 환율 급등 시기 세대별 소비 반응의 차이를 추적했다.

결과는 반직관적이다. X세대(1970~1980년생)는 환율 급등 시 소비를 거의 줄이지 않은 반면, MZ세대(1985~2000년생)는 더 크게 움츠렸다. 외환위기를 직접 겪어본 세대가 오히려 충격을 더 잘 견딘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적응 효과’로 설명한다. 경제 충격을 몸으로 겪은 세대는 다음 충격에 덜 반응하도록 경험이 각인된다는 논리다. 이 효과는 자산이 적거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 높을수록 빚 부담이 크다)이 높은 가계에서 두드러졌다. 빚 부담이 큰 집일수록 필수 지출이 경직돼 있어, 위기 경험 여부가 소비 결정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통신비처럼 끊기 힘든 지출 항목에서도 X세대의 소비 유지 성향이 관찰됐다.

이 연구의 세대 구분에는 빈틈이 있다. 1981~1984년생은 X세대(~1980)와 MZ세대(1985~)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연구 기간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X세대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취업·사업 세대였고, MZ세대는 같은 시기 학생이거나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연구가 실제로 측정하고 있는 게 ‘세대 고유의 특성’인지, ‘자산 규모와 생애주기의 차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내가 틀린다면: 원문에서 세대 변수를 자산 규모·DSR·소득으로 통제한 뒤에도 세대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남는다면, 이 분석은 세대 각인 효과를 실제로 포착한 것이다.

시나리오 A(55%)는 통제 후 세대 효과가 약화되는 쪽이다. 그렇다면 MZ세대의 더 큰 소비 위축은 세대 특성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높은 부채에서 비롯된 것이고, 정책적으로는 자산 형성 지원이 더 직접적인 처방이 된다. 시나리오 B(30%)는 통제 후에도 세대 효과가 견고하게 남는 쪽이다. 외환위기라는 역사적 충격이 특정 세대의 소비 행태에 지속적으로 새겨져 있다는 결론으로 확장되며, 경제 위기 교육과 금융 리터러시 정책의 근거로 쓰일 수 있다. 틀릴 조건: 원문에서 자산·DSR·소득 통제 후 세대 변수가 통계적 유의성을 잃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노인을 75세부터”라고 먼저 말한 건 노인회장이었다

10월 2일 제30회 노인의날 기념식에서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노인 단체—정부 부처나 국회가 아닌 민간 단체다. 이 제안이 즉각 법 개정이나 정부 방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제안이 이례적인 이유가 있다. 노인 기준 상향은 통상 국가 재정을 아끼려는 정부·정치권이 꺼내고, 당사자 단체가 반발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번엔 당사자 단체가 먼저였다.

이 제안의 배경에는 빠르게 바뀌는 숫자가 있다. 통계청이 10월 1일 발표한 국가데이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1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다. 한국은 2024년에 이미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 2072년에는 이 비율이 47.7%에 달할 것이라는 통계청 장기 추계도 이날 함께 제시됐다. 현재 65세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노후 소득 보장 급여)·지하철 무료 승차·각종 경로우대 혜택—이 기준이 75세로 올라간다면, 현재 65~74세가 받는 혜택들을 10년 늦게 받게 된다. 지금 50~60대라면 자신이 ‘노인’이 되는 시점과 혜택 개시 시점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이 제안을 ‘현실에 맞는 기준 조정’으로만 읽으면 재정 논리가 선두에 선다. 그런데 65~74세 안에서도 건강 상태·소득·자산은 크게 다르다. 연령 기준 하나로 다양한 상황을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 갖는 내부 불평등 문제다. 재정 절감 효과는 총액으로 집계되지만, 경계에 걸린 저소득·건강 취약 계층이 받는 타격은 그 총계에 잡히지 않는다. 내가 틀린다면: 인구전략위원회나 복지부가 ’65~74세 대상 급여의 소득·건강 기반 재설계’ 방안을 공식 검토 과제로 발표한다면, 이 제안은 단순 의제를 넘어 정책 설계 수준의 논의로 이행된다.

시나리오 A(60%)는 이 제안이 민간 단체 의제 수준에 머무는 흐름이다. 기초연금·지하철 무료 같은 급여 기준 변경은 법 개정이 필요해, 단기간 내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시나리오 B(25%)는 인구전략위원회가 이 주제를 공식 검토 과제로 채택하거나, 여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입법 논의로 격상되는 흐름이다. 틀릴 조건: 정부 부처나 인구전략위원회가 10월 내 ‘노인 연령 기준 재검토 착수’를 공식 발표할 경우.


상설 용어 설명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 서울시 등이 지정한 특정 지역에서 주택·토지 거래 시 해당 구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한 제도. 투기 수요 차단 목적으로 설정되며, 허가 없이 거래하면 무효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일정 기준 이상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 보유 부동산 합산 공시가격이 기준을 넘으면 납부 의무가 생긴다.

갭투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맡기는 목돈(전세보증금)을 끼고, 적은 자기자금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을수록 필요한 자기자금이 줄어든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집값 대비 대출할 수 있는 한도 비율. 집값이 10억원이고 LTV가 70%이면 최대 7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기초연금: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국가가 매달 지급하는 노후 소득 보장 급여. 2024년 기준 최대 월 33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