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열두 날 뒤 또 바뀌고, 청년 고용은 26개월째 떨어지고, 전셋값은 7억을 넘었다 | 2026년 8월 8일

8월 20일 단기 육아휴직 시행 D-12, 청년 고용률 26개월 연속 하락, 서울 아파트 준공 58% 급감 — 법은 빨리 쌓이는데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할 바닥은 반대 방향으로 좁아지고 있다.

8월 20일이면 아이를 둔 부모를 위한 법이 하나 더 시행된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이미 작년 2월에 20일로 늘었고, 이번엔 만 8세 이하 자녀의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에 대처할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이 추가된다. 9월엔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라는 명칭 개정과 함께 유산·사산 때도 쓸 수 있는 조항이 붙는다. 법은 계속 쌓인다. 그런데 그 법이 실제로 작동할 바닥 — 대체인력을 쓸 수 있는 직장,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장,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집 — 이 세 가지가 오늘 동시에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약속이 빨라지는 속도와, 그 약속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 현실의 속도가 반대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법은 세 번 바뀌었는데, 쓸 수 있는 직장은 늘었는가

8월 20일은 D-12다. 이날부터 단기 육아휴직이 새로 시행된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갑작스러운 학교 휴교나 어린이집 휴원처럼 예상치 못한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기존의 긴 육아휴직과는 별도로 단기 형태로 쓸 수 있는 제도다. 이번 조항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패키지 중 하나로, 8월 20일을 시작으로 9월 18일(배우자 출산전후휴가 명칭 개정·유산·사산 휴가 신설), 11월 27일(난임치료휴가 유급기간 확대)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왜 지금인가. 한국의 ‘모성보호 3법’은 2024년 9월 국회를 통과했다. “여성이 혼자 육아를 감당하는 구조는 저출생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여야 공감대가 법안 통과의 배경이었다.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10일→20일)가 먼저 2025년 2월 시행됐고, 이번 단기 육아휴직이 그 후속 조항이다. 초저출생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정부가 “제도 목록”을 계속 늘리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는 맥락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법적으로 보면 제도는 분명히 확장됐다. 배우자 출산휴가 20일·분할 3회·유급 100%(고용보험기금 지원, 상한 월 168만4,210원)는 이미 시행 중이다. 그런데 ‘시행 중’이라는 사실과 ‘실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포함한 일·가정 양립 제도들에 대해 중소기업 응답 기업의 약 68%가 “필요해도 자유롭게 못 쓴다 또는 전혀 못 쓴다”고 답했다. 업무 공백 처리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남은 인력이 나눠서 처리한다”가 54.7%로 압도적이었다. 대체인력을 고용한다는 응답은 한 자릿수였다. 즉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쓰는 순간, 그 빈자리를 채워줄 구조가 없다.

달의 의심. 이 제도가 실제로 출산과 양육 문화를 바꿀 것이라는 전제 자체를 의심해봐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최근 급증했다는 보도(고용보험 수급자 기준 36.5%, 출생아 부모 기준 10.2%)가 있지만, 이 숫자는 ‘육아휴직’에 관한 것이지 이번 배우자 출산휴가나 단기 육아휴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육아휴직은 최장 1년짜리 결정이고, 배우자 출산휴가나 단기 육아휴직은 단기 제도다. 장벽의 성격 자체가 다른 두 제도를 나란히 놓고 “남성 육아 참여가 늘고 있다”고 읽으면, 정작 이번 법이 실제로 얼마나 쓰일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기존 10일조차 얼마나 쓰였는지 공식 실사용률 자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법이 바뀌었다는 것뿐이고, 문화가 바뀌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어디로 가는가.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시행 초기부터 사용률이 뚜렷이 오를 것으로 본다. 육아휴직에서 이미 확인된 패턴, 즉 대기업 사용률(60.7% 수준)과 30인 미만 사업장 사용률(18% 수준)의 3배 이상 격차가 단기 육아휴직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5인에서 49인 사이 사업장에서는 이 법도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제도가 기업 규모별로 양극화되는 방향이다. 틀릴 조건: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소규모 사업장의 실사용률이 대기업과의 격차를 절반 이하로 좁힌다면, 또는 정부가 중소기업 대체인력 지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해 실효성이 나타난다면 이 판단은 수정돼야 한다.


청년 고용률 26개월 연속 하락 — “AI가 지운다”는 말 앞에 업종별 청구서는 다르다

통계청이 7월 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 고용률은 43.9%로 전년 같은 달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26개월 연속 하락이다. 청년 취업자 수는 19만7천 명 줄었으며, 이는 44개월 연속 감소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정부가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것과 같은 시기에 벌어지는 역설이라 더 눈에 띈다. 20대 취업자가 19만9천 명 줄어드는 동안 60세 이상은 21만1천 명 늘었다. 세대 간 교체가 진행 중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맥락이다.

왜 지금인가. 파이낸셜뉴스는 8월 6일 “연간 고용률 하락 경고등”이라는 제목으로 이 추세를 다시 조명했다. 2026년 연간 고용률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집계로는 연간 고용률 전망이 62.7%, 실업률은 2.9%로 각각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 0.1%포인트 상승이다. 좋은 숫자들 사이에서 고용만 나빠지는 구조가 설명되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하는데 청년 일자리는 왜?”라는 질문이 남는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흔히 “AI와 자동화가 청년 일자리를 없앴다”는 설명이 따라오지만, 이 서사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뭉뚱그렸을 때만 그럴듯하다. 실제 데이터를 업종별로 나눠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조업 취업자는 24개월 연속 하락 중이고, 건설업 취업자는 26개월 연속 감소로 역대 최장이다. 이 두 업종의 부진에는 각각 수출 경기 부침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건설 사업에 대출을 주는 금융 구조) 경색이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건설업의 취업자 감소는 오늘 꼭지3에서 다루는 서울 아파트 준공 급감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반면 AI를 가장 많이 도입하는 반도체 업종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달 20~26일 신입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삼성전자는 8월 말 공채를 열었으며, 반도체 신입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47% 늘었다. AI를 가장 많이 쓰는 곳에서 오히려 신입을 더 뽑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번역가(-20.6%)나 회계·경리(-11.5%)처럼 AI 대체가 실제로 나타나는 직군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청년 고용 전체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기에는 반도체 데이터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달의 의심. “AI 자동화가 청년을 지운다”는 서사는 매끄럽기 때문에 더 의심해야 한다. 청년 고용률 하락을 끌어내리는 힘은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제조업 일반의 수출 경기 부진, 건설업의 PF 경색 및 공사비 상승, 그리고 화이트칼라 초급 직군 일부에서의 AI 대체. 이 세 가지를 섞어 “AI 때문”이라고 읽으면, 정작 청년 일자리가 실제로 줄어드는 업종에서의 원인(경기 순환, 건설 정책)은 가려진다. 원인을 잘못 찾으면 처방도 엇나간다. 오늘 경제 섹션에서도 다루지만, 고용 지표는 반도체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괴리가 커질수록 “성장의 과실이 고용으로 번지는 전통적 경로”가 막혀 있다는 신호다.

어디로 가는가. 반도체와 AI 첨단 업종에서는 앞으로 수 개월간 청년 채용이 견조하거나 확대될 것으로 본다. 반면 제조업 일반과 건설업에서는 PF 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다. “청년 고용률 전체”라는 하나의 숫자 뒤에서 업종별 방향이 갈리는 디커플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 틀릴 조건: 반도체 실적이 다음 분기 이후 실제로 꺾이며 채용 계획도 동반 축소된다면, “첨단산업은 견조하다”는 지금의 판단은 시차가 있었을 뿐이라고 수정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공급절벽 — 8월의 숨통은 12주짜리다

국토교통부가 7월 31일 발표한 상반기 주택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4% 줄었다. 1만2,251가구였다. 2026년 전체 서울 입주 예정 물량도 2만9,195가구로, 전년(4만2,577가구)보다 31.4% 급감한다. 같은 시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7포인트를 기록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4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물량은 줄었는데 기대감은 올랐다. 같은 현상의 두 얼굴이다.

왜 지금인가. 공급이 줄어드는 건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공사비 상승으로 인허가와 착공이 크게 위축됐고, 그 결과가 3년에서 5년의 시차를 두고 지금 준공 절벽으로 나타나고 있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바로 이 시차다. 지금 문제는 2021~2023년의 의사결정이 만든 것이다. 올해 8월 반포 등 일부 지역에서 입주가 집중되면서 잠깐 숨통이 트이는 시기가 있지만, 그것이 지나면 “다시 입주절벽”이라는 표현이 시장 안에서 나오고 있다. 어제 사회 섹션에서 다룬 서울의 고령화 가속과 맞물려, 고령 1인 가구 증가는 소형 임대 수요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공급이 줄면서 전세 시장부터 반응이 나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7억458만 원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7억 원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8.5%(5,514만 원) 올랐다. 같은 시기 전세 거래량은 35% 감소했다. 전셋값은 오르는데 전세 물량은 줄었다는 뜻이다.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다. 이 흐름에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 강화와 전세대출 규제 검토가 겹치면, 세입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달의 의심. “공급을 늘리면 해결된다”는 처방이 지금 전세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다. 첫째, 착공에서 준공까지 2~3년이 걸리므로 오늘 당장 삽을 들어도 세입자들이 그 혜택을 받는 건 2028년 이후다. 지금의 전셋값 7억은 오늘의 문제인데, 처방은 2028년을 보고 있다. 둘째, 절세 목적으로 집주인이 직접 거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임대 매물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겹치고 있다.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매수하는 방식)를 막는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 특정 지역 부동산 거래 시 구청 허가가 필요한 제도)가 오히려 전세 공급을 줄이는 역설, 그리고 세제 개편이 월세 전환을 가속한다는 역설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공급량만으로는 임차 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

어디로 가는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7년 1만8,700가구, 2028년 1만3,700가구로 오히려 더 줄어드는 흐름이다. 공급절벽은 최소 2028년까지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 사이 정부가 수요 억제 카드(종부세·전세대출 제한)를 꺼낼수록 전세는 월세로 빠르게 대체되고, 전세 제도 자체가 사실상 해체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비용을 고정에서 변동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가계 재정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틀릴 조건: 8월 이후 정부가 발표할 종합대책에 민간 임대 공급 확대나 전세대출 규제 완화 같은 공급 측 대책이 핵심으로 담기고, 35% 감소 중인 전세 거래량이 반전된다면 이 방향 판단은 틀린 것이다.


세 꼭지는 각각 다른 부처 관할이지만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법은 D-12, 법이 쌓이는 속도는 빠르다. 하지만 그 법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직장의 문화, 취업을 위해 돌아가는 일자리 시장, 아이를 낳고 키울 집, 이 세 가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빠른 지표(법 개정, 반도체 호황, 집값 기대)와 느린 지표(실사용률, 실제 채용, 준공 물량)의 시차를 보지 않으면, “발표는 많은데 왜 현실은 그대로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