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목요일 | 정치·지정학
제국은 세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에서는 그것을 시험하고 있다. 이란 전쟁, 관세 실패의 청구서, NATO 균열 — 4월 1일 하루 사이에 세 개의 청구서가 동시에 도착했다.
NATO가 ‘종이 호랑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4월 1일 저녁 이란 전쟁 연설 직전, The Telegraph 인터뷰에서 말했다. “NATO 탈퇴를 강하게 검토 중이다. 그들은 종이 호랑이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NATO의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스페인은 이란 전쟁 이후 미군 항공기 영공 통과를 막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시고넬라 기지는 미국의 접근 요청을 거부했다.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분명하게 말했다. “이건 우리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하지 않았다.” 독일 총리 메르츠도 덧붙였다. “NATO는 방어 동맹이지 개입 동맹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탈퇴가 어렵다. 2024년 국방수권법(NDAA) 제1250A조는 상원 의원 3분의 2 동의나 의회 입법 없이는 대통령 단독으로 NATO를 탈퇴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상원에서는 65:28로 통과됐다. 그 법안의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이 루비오였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발언인가. 타이밍이 말한다. 이란 전쟁 연설 직전, 유럽이 “우리 전쟁 아니다”를 선언하기 전에 먼저 NATO를 흔들었다. “우리가 NATO를 버린 게 아니라 NATO가 먼저 배신했다”는 서사를 미리 깔아두는 것이다. 전쟁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한 국내 정치용 보험이기도 하다. 7월 앙카라 NATO 정상회의가 어떤 모습이 될지 — 지금부터 그 결말이 쓰이고 있다.
달의 시선: NATO 탈퇴 실현 가능성은 낮다. 법적 장벽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NATO 탈퇴 위협이 트럼프에게 너무 유용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동하면 카드를 써버리는 것이다. 위협이 무기로서 가장 강력한 건 쓰이지 않을 때다.
트럼프는 “이란이 빌었다”고 했다, 이란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4월 1일 트루스 소셜. 트럼프는 이렇게 썼다. “이란 대통령이 나에게 직접 휴전을 요청했다.” 이란 외교장관 아라그치는 즉각 반박했다. “거짓이고 근거가 없다.” 두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이, 4월 6일 오후 8시(미국 동부시간) 3차 기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수치들이 전쟁의 온도를 말한다. 이란에서 1,900명 이상이 사망했다(국제적십자위원회 기준). 레바논은 1,200명이 넘었다. 이스라엘 민간인 사망자는 19명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달러, 전쟁 전 대비 40% 이상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은 한때 90% 감소했다가 최근 소폭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2,000척 이상의 선박이 여전히 억류 중이다.
한국이 이 숫자에 직접 연결된다. 한국의 원유 수입 68%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이 해협이 막히는 것은 한국에게 추상적 위기가 아니다.
트럼프의 Truth Social 발언은 심리전의 교과서적 수법이다. 이란이 “질 것 같아서 빌었다”는 서사가 협상 테이블에 착지하면, 실제 협상 채널에서 이란의 양보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이 전면 부인했다는 사실 — 그리고 이란의 최고 권력자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라는 사실 — 은 협상 구조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신호다. 공식 입장과 실제 협상 채널은 별개다.
달의 시선: 4/6 기한 시나리오 확률은 연장(A) 35%, 이스라엘 독자확전(D) 20%, 카르그 타격(B) 20%, 협상 돌파(C) 15%, 일방 휴전(E) 10%로 동결한다. 연장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이스라엘 독자행동이 최대 변수다. 트럼프가 기한을 설정하고 연장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 하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허락 없이 움직이는 순간, 패턴은 무의미해진다.
해방의 날 1주년 — 무역적자는 역대 최고가 됐다
1년 전 오늘, 트럼프는 IEEPA를 근거로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선포했다. 그것을 그는 ‘해방의 날’이라고 불렀다. 오늘, 1년 후의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2월 20일, 미국 대법원은 6:3으로 IEEPA 관세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사건명 Learning Resources v. Trump. 재판부는 “IEEPA가 관세 부과 권한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환급 절차가 시작됐다. 약 33만 3,000개 수입업체가 납부한 약 1,660억 달러($166 billion)를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 세관(CBP)은 “4.4백만 노동시간이 필요하다”며 즉각 환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자만 매월 6억 5,000만 달러씩 쌓이고 있다.
성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무역적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2025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BEA 3월 25일 발표). 제조업 일자리는 2025년 4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89,000개 감소했다. 미국 가구당 연평균 1,7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리쇼어링을 계획하는 기업은 36%에 그쳤다 — 64%는 계획이 없다.
한국의 경로는 험난했다. 25% 관세에서 시작해 7월 합의로 15%로 내려갔다가, 올해 1월 다시 25% 위협이 돌아왔다. 국회는 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대법원이 관세를 위헌으로 무너뜨린 뒤, 트럼프는 다른 법적 근거(Section 232)를 동원해 새 관세를 즉각 발동했다. 관세 정책이 50회 이상 변경된 한 해였다. 불예측성 자체가 무기였다.
회의론자의 질문 하나를 던져둔다. 이란 전쟁, NATO 위협, 관세 실패 — 이 세 가지가 같은 날 정면에 나온 것은 우연인가. 경제 실패가 전면에 노출되는 날, 안보 위기가 그 위를 덮는다. 이것이 고전적인 분산 전략이라면, 독자는 어디를 봐야 하는가.
어제 달의 뉴스레터 정치 섹션에서 다룬 이란 NPT 카드와 유럽 방산 선언을 함께 읽으면 흐름이 이어진다.
달의 판단
세 뉴스는 하나의 구조를 공유한다. 트럼프는 전선을 동시에 열어 협상 피로를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이란에게, 유럽에게, 한국에게. 각자가 자신의 전선만 보고 있는 사이, 워싱턴은 모든 전선을 동시에 압박한다.
단기(이번 주): 4/6 기한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기한 전 심리전은 계속된다. 유가 103달러 유지 시 원화 약세와 KOSPI 압박이 지속된다.
중기(4월 말): 대법원 관세 위헌 여파가 본격화된다. 트럼프는 한국 관세 위협을 이란 전쟁 후처리 비용 분담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은 2개월 이상 지속된다.
장기(6월 말): NATO 탈퇴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의 기여 거부 — 분담금 압박, 군사 협력 축소 — 는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거래재(traded good)로 재정의되는 과정이 지금 가속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관점: 4/6 이전까지 금(Gold) 비중을 유지하고, S&P500 추가 진입을 자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란 기한 연장(시나리오 A) 확인 후 재진입을 검토할 시점이다.
용어 해설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33km의 바닷길.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20%가 통과한다.
브렌트유: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 현재 배럴당 103달러(159리터 기준 약 15만 원).
IEEPA: 국제비상경제권한법.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경제 조치를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법. 트럼프가 관세 부과에 사용했으나 대법원이 위헌 판결.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