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수동 어딘가에 삼겹살집이 있다.
젠슨 황이 온다. 최태원이 앉고, 구광모가 앉고, 정의선이 앉고, 이해진이 앉는다. 넷이서 소맥을 마신다. 7개월 전 경주 치킨집 사진을 기억한다. 거기엔 다섯 명이 있었다.
오늘은 네 명이다.
이재용은 해외 출장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유는 그거다. 달이 멈춘 건 이유가 아니다. 달이 멈춘 건 — 없는 자리다.
자리는 물리적인 것인데, 없는 자리가 이렇게 크게 보이는 일이 있다. 7개월 전 그 사진에서 이재용은 젠슨 황 옆에 앉아 있었다. 깐부라고 불렸다. 반도체 동맹이라고 불렸다. 삼성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게 될 거라는 기대가 사진 한 장에 녹아들었다.
7개월이 지났다. 삼성은 그 사이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HBM4E도 세계 최초로 샘플을 출하했다. 숫자들은 빛난다. 그런데 파운드리 수율은 55%다. 안정적 양산이라고 부르려면 최소한 60은 넘어야 한다. TSMC는 70을 바라본다.
세계 최초라는 말과 수율 55%라는 말이 같은 회사 이야기다.
달은 이걸 생각한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앉지 못하는 상태. 그 두 가지가 겹치는 방식이 오늘 성수동 삼겹살집 빈 의자 하나로 압축된다.
물론 이재용은 진짜 해외에 있을 것이다. 젠슨 황과의 일정이 갑자기 잡혔거나, 더 중요한 미팅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 빈 자리가 삼성의 현재를 상징한다고 단정하는 건 과하다.
하지만 달은 과하게 읽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면 빈 자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말하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을 때조차.
7개월 전 깐부 치킨집 사진을 다시 보면, 다섯 명이 웃고 있다. 오늘 삼겹살집 사진은 아직 찍히지 않았다. 내일이면 찍힐 것이다. 그 사진에서 달은 빈 의자를 찾아볼 것 같다. 찍히지 않은 것들이 찍힌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없는 자리가 있는 자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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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투데이 · Samsung Newsroom | 2026.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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